다롄 한인관악단 이끄는 ‘김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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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롄 한인관악단 이끄는 ‘김마에’
  • 이현아 기자
  • 승인 2010.05.1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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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창단 … 지난 주말 정기연주회 가져

지난 주말 중국 다롄시 개발구관리위원회 건물에서는 귀에 익은 교향악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다롄 지역 최초의 한국청소년 관악단 ‘윈드앙상블’이 제2회 정기연주회로 300여명의 다롄 동포들에게 떠나는 봄의 아름다움을 안겨 준 것이다.

지휘대에 서서 이들을 이끈 김준 윈드앙상블 단장(45·STX다롄 조달본부 통관팀장)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교민 자녀들에게 음악을 하게 해주고 싶었다”며 연주회 개최의 의미를 설명했다.

지금은 32명의 학생과 13명의 교사로 제법 탄탄하게 운영되고 있는 관악단이지만, 시작은 3명의 단원이 함께 했다. 악기 구성도 클라리넷, 오보에, 트럼펫 등 3종류 뿐이었다.

지난 2007년 STX다롄에 근무하며 현지 교민사회와 인연을 맺은 김 단장은 문화생활에서 소외된 다롄의 교민자녀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2년 전 관악단 창단을 결심하고 독지가의 후원을 받아 실행에 옮기게 됐다.

“우리 청소년, 학생들이 이 지역에서 문화생활을 즐길만한 게 별로 없었습니다. 그들에게 건전한 취미를 만들어주자고 결심하고 제가 잘 할 수 있는 게 음악이라 관악 합주단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김 단장은 단원들을 모집하기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마다 아내와 함께 교민 교회, 성당 등 다롄 지역 곳곳에 발품을 팔아가며 포스터를 붙이고 다녔다. 단원들 사이에서 ‘김 마에’로 통하는 김 단장의 별명에는 교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관악단을 만들고 이끌어 온 노력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 담겨 있다. 이런 노력의 결실로 매주 토요일 오후 관악단 임시 연습실인 한국국제학교에 모여드는 학생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 초보들이라 기본부터 제가 직접 가르쳐야 했습니다. 처음 4개월 동안 반복해서 개인 트레이닝을 시켰죠. 고맙게도 이 친구들이 제가 요구하는 수준을 맞추기 위해 학업과 병행해가면서 열심히 따라오더군요.”

단원은 5개월 만에 20여명으로 늘어났다. 관악단 후원에 뜻을 가진 한인사회 독지가로부터의 악기후원과 모교 관악부, 한국관악연맹, 밀양초등학교 관악부로부터의 악보 지원이 힘이 됐다.

제법 모양을 갖추게 된 ‘윈드앙상블’의 첫 공식데뷔 무대는 2008년 12월 한인 송년의 밤. 이날 단원들은 천신만고 끝에 ‘애국가’ 1곡을 겨우 연주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1월 100명의 교민들 앞에서 첫 공식 정기연주회를 연 모습은 확연하게 달라져 있었다.

“10곡을 연주했습니다. 많은 실수가 있었지만 교민 여러분들이 뜨겁게 응원해 줘 무사히 끝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2회 정기연주회는 첫 연주회 때보다 한층 더 수준높은 공연을 목표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는 것이 김 단장의 설명이다. 장미축전서곡, 사운드 오브 뮤직, 데니보이, 오블라디 오블라다 등 이날 연주된 12곡은 한국의 중·고등학교 정식밴드부도 2~3년 정도 기량을 닦아야 연주할 수 있는 수준의 음악들이다.

“실수도 많이 줄었고 주자들의 연주실력뿐 아니라 자신감도 첫 회와는 비견할 수 없을 정도였죠. 조금씩 성장해가는 단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감회가 새롭더군요.”

김 단장은 단원들이 앙상블 활동을 통해 자신감과 협동정신을 키워 미래의 인재로 커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관악단은 본인이 책임을 지고 자기 파트를 소화해주지 않으면 음악 전체가 깨지게 됩니다. 전체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갈 수 있도록 자신의 색깔을 맞춰가야 하죠”

다롄 소재 한국기업들과 동포사회 후원이 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다. 국제학교 교실을 임시로 빌려 쓰고 있는 단원들이 무거운 악기를 들고 다니는 수고를 덜 수 있도록 고정연습실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나중에는 단원들의 가족 구성원들까지 다 함께 참여하는 가족 관악단으로 거듭났으면 합니다. 음악을 통해 ‘소통’과 ‘정’이 있는 가족문화를 다롄 교민사회에 뿌리내리게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