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은 ‘장(長)’에서 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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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은 ‘장(長)’에서 유래
  • 송옥진 기자
  • 승인 2003.1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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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선 ‘얼짱’이 뜨고 있다. 영화 <여우계단>의 주인공 박한별씨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얼짱’으로 떠서 연예계에 진출한 경우다. 서울 한양대학교 앞의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남상미씨도 손님들에 의해 ‘얼짱’으로 뜨더니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이처럼 얼굴이 잘생기고 예쁜 사람을 ‘얼짱’이라고 부른다. 얼굴이 ‘짱’이라는 뜻이다. 전원일기에서 농촌 노총각으로 열연하는 박윤배씨도 젊은 시절 사진이 인터넷에 뜨면서 얼짱의 모든 조건을 갖추었다고 ‘원조얼짱’이라 일컬어지고 있다.
그런데 뒤에 붙은 ‘짱’은 낮익으면서도 낮설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짱’이라는 말이 없다. 딱 하나 있는 뜻은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라니 지금 쓰이는 의미는 아니다. ‘짱’이 시대에 따라 생겨난 은어라는 이야기다.
‘짱’의 유래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설명이 ‘장(長)’에서 나왔다는 설이다. 반장, 국장, 사장, 의장 등 어떤 단체나 조직의 우두머리를 일컫는 ‘장’의 발음을 되게 해서 ‘짱’이 되었고 그 의미가 확대되어 ‘최고’라는 뜻을 담게 되었다는 것이다.
짱을 즐겨쓰는 네티즌들도 ‘장(長)’이 어원이라는데 공감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서 eminem4972, herosw, jaehyuk815 등은 ‘장(長)’을 되게 발음한 것이 ‘짱’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한편 일본에서 여자아이를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짱(ちゃん)’이 어원이라는 설도 있다. 일본에서 가수 보아를 ‘보아짱’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러나 엠파스 지식거래소에서 whatu1이라는 네티즌은 오지상을 오지짱, 오바상을 오바짱이라는 데서 나온 속어로 별로 좋지 않은 의미이니 쓰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글학회 게시판에서 김무림씨는 “짱은 표준어가 아니지만 어원은 장(長)이 유력하다. 중국어 발음이 우선 ‘짱’에 가깝고 뜻도 잘 부합된다. 일본어에서 아버지를 친근하게 부를 때도 ‘짱’에 가까운 발음으로 말하는데 이 말의 어원도 ‘장(長)’이라는 설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논란이 있지만 한국에서 ‘짱’이라는 말은 참 편리하게 쓰인다. ‘노짱(노무현 대통령)’, ‘안짱(안대희 중수부장)’처럼 사람을 일컬어 부르면 그 말속에 애정과 신뢰가 담뿍 담겨있다. 또 노래짱, 인기짱처럼 상황을 지칭할 때도 편리하다. 최고라는 뜻으로 쉽게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짱’이라는 표현이 ‘캡’이었다는 주장도 있다. 네이버 지식검색에서 minwoo4264라는 네티즌은 80년대는 ‘캡’이었다고 증언한다. 실제로 80년대에는 ‘기분캡’, ‘인기캡’, ‘얼굴캡’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얼굴과 몸매에 한정짓자면 여왕과 왕 수준으로 아름답다는 뜻으로 ‘퀸카’, ‘킹카’라는 표현이 쓰이기도 했다.
지금 한국은 ‘짱’이 시대를 풍미하는 언어로 쓰이고 있다. 또 짱에 등극하면 일약 스타가 되니 너도나도 ‘짱’이 되어 보는 것이 소원이다. 언젠가 이 ‘짱’ 언어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는 학자도 나오지 않을까 싶다. (7.6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