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박자 재외동포운동 ‘동포들만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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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재외동포운동 ‘동포들만 수난’
  • 최연구
  • 승인 2003.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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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주간지 주간동아 최근호(12월 11일자)는 재외동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국적회복운동과 자유왕래 등 서로 다른 주장의 대응을 함으로써 동포운동이 엇박자로 분열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기사를 실었다. 정현상 기자의 글을 요약해 소개한다.(편집자) -------

중국동포들 가운데 일부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요구하고 있고 일부는 '재외동포법개정'이 더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울 구로구 구로동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면서 2400여명의 중국동포들이 16일간의 단식농성을 철회했지만 근본적으로 바뀐 것은 없는 상황이다. 이들의 요구는 여전히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달라는 것. 이날 현재 중국동포 5553명이 법무부에 국적회복을 신청했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낸 상태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걸고 위태로운 싸움을 벌여온 이들의 앞날은 여전히 순탄해 보이지 않는다. 노대통령은 29일 "마음으로는 중국동포 문제를 빨리 풀고 싶지만 법질서가 있고 국가간 주권문제가 있어서 대통령으로서도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동포들이 중국정부 수립일인 1949년 10월1일을 기준으로 자동적으로 중국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지석 변호사는 "우리나라 국적법은 자진해서 다른 나라 국적을 취득한 경우에 한해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1992년 한중수교 때 중국동포들이 스스로 국적을 선택할 수 있도록 경과조치를 해뒀어야 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측은 외교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중국동포의 국적회복 움직임과 관련해 "조선족은 엄연히 중국인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인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하며, 이들의 한국국적 취득 등을 돕기 위해 한국정부가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해와 우리 정부의 운신의 폭을 좁게 했다.
재외동포연대추진위측은 중국국적 포기 및 한국국적 회복운동으로 인해 중국에서 조선족들이 배신자 취급을 당하는 등 조선족 사회에 풍파가 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려의 목소리는 국내에 머물고 있는 중국동포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11월27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100주년기념회관과 기독교연합회관에서도 340여명의 불법체류 중국동포들이 농성중이었지만 이들의 요구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가 아니라 '재외동포법 개정과 불법체류자 사면'이었다. 임광빈 재외동포연대 대표는"국적회복 요구가 한국에 머물고 있는 조선족 전체의 의견이 아닌데도 마치 전체 의견인 것처럼 알려져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옌볜에 갔다가 조선족이 급속도로 한족화되는 것을 보고 국적회복운동을 펴기 시작했다는 서경석 목사는 "어차피 시간이 걸릴 일이라면 정공법을 택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외동포연대측은 국적회복운동이 사실상 재외동포법 개정운동의 대오를 흩어지게 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배덕호 사무국장은 "중국동포의 한국국적 회복은 정부가 외교적 협상을 통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인데 조선족교회측이 여론을 등에 엎고 밀어붙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재외동포법 자체에는 손을 대지 않고 11월20일 시행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국회 법사위원회에는 조웅규 한나라당 의원 등 여야 의원 55명이 발의한 재외동포법 개정안이 계류중이다. 또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는 재외동포기본법 및 재외동포위원회법 제정안과 재외동포재단법 개정안이 상정돼 있다. 재외동포법 개정문제가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8.6매)
정현상 기자 doppel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