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참정권은 지금이 승부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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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참정권은 지금이 승부처이죠"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3.3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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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건이 지방참정권획득운동본부장 대행

“9회 말 만루 2아웃 상황에 서있는 심정이죠."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이 정치자금 문제로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일본의 외국인 지방참정권 문제. 그러나 민단은 ‘한일합방 100주년’인 올해를 지방참정권을 통과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여건이 지방참정권획득운동본부 본부장 대행은 지방참정권 획득 문제에 중심에 서 있는 인물. 지난 26일 신한은행 주주총회 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서울 로얄호텔에서 만나 앞으로의 전망을 물었다.
“한 계단씩 밟으며 올라온 것 같습니다.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수십 년 동안 노력한 것이 결승점까지 몰고 올 수 있었지요. 그리고 ‘클라이막스’입니다. 안된다고 생각하면 올 수 없었던 것처럼 실패한다고 생각하면 앞으로도 이길 수 없는 경기이지요.”

현재 지방참정권획운동본부의 단장은 체계상 정진 민단 단장이 맡고 있지만, 사실 여 대행이 최일선에 있는 것과 다름없다. 94년 민단 중앙집행위원, 97년부터 지난해까지 민단 부단장을 맡는 등 수십 년 간 민단 활동을 하면서 지방참정권 운동에 앞장섰다.

“처음에는 민단 내부에서도 호응이 크지 않았어요. 과거의 아픔을 먼저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았지요.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달랐어요. 역사적 문제도 중요하지만 지방참정권 획득은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여 대행은 일본 내 여론과의 분위기와는 달리 “충분하다”고 잘라 말한다.

“지방참정권 관련 세미나에서 260여 민주당 의원들은 모두 찬성하는 의사를 밝혔어요. 전체 의원 중 과반수는 이미 확보한 셈입니다.”

그는 “4월 중순까지 정부법안 또는 20명의 의견을 모은 국회의원 법안이 제출돼야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6월 총선을 앞두고 지방참정권에 찬성하는 의원들을 민단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는 것을 표명하는 복안을 밝혔다.

현제 법안 제출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있는 극우 국회의원과 극우단체들을 설득시키는 묘안을 찾는 것. 그러기 위해서 시민들에게 지방참정권의 의미를 보다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할 때다.

“보이지 않는 승부수가 있어요. 일반 시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일본 국회의원들만이 우경화됐다고 보는데 이것은 잘못된 견해입니다. 시민들도 겉과 달리 흔들리는 속마음도 있지요. 외국인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일본의 정통성을 잃어버릴까 걱정하기도 하지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잠재된 의식을 긁어 국우단체들이 이를 표출하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일본의 만화가 코바야시가 만든 만화에 제 이름이 몇 번 나온 적이 있어요. 4판이 나왔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만화였죠. 제 이름이 여기에 있더군요. 보수극우 단체 사이트에 제 이름이 올라오는 건 당연했고요. 저는 그들에게 악명이 높은 셈이지요.”

도쿄 디즈니랜드 인근 지바 우라야스에 살고 있는 그의 가족들은 아버지의 이러한 활동에 노심초사한다고. 삶의 절반 이상을 지방참정권 문제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붇고 있지만 극우단체들로부터 봉변을 당할 아버지를 걱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40여만의 영주외국인들 중 투표권자 30여만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이 문제를 포기할 생각이 없다. 출입국문제가 개선될 수 있었던 것처럼 거주자로서의 권리가 상당부분 높아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조선족학교 무상교육문제도 일본 우익단체들이 자신의 정통성만을 중요하게 보고 발언하는 문제지요. 지방참정권은 보다 일본이 민주화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줄 것입니다.”

“올해 지방참정권이 획득되지 못하면 여건이 대행은 실패한 사람이 되는 걸까?” 여 대행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허허허(웃음)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점이지만 저는 승리자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2006년 일본 헌법재판소에서 위헌임을 밝혀 제도적인 틀은 마련됐습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어요. 또한 중요한 것은 민단이 하나로 뭉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지방참정권은 통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