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차별 외친‘김의 전쟁’권희로씨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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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차별 외친‘김의 전쟁’권희로씨 별세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0.03.2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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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권희로씨
영화 ‘김의 전쟁’의 실제 주인공 재일동포 권희로(權禧老) 씨가 26일 향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권희로 씨는 1968년 2월 20일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조센진, 더러운 돼지 새끼”라고 모욕한 야쿠자 2명을 총으로 살해한 뒤 부근 여관에서 투숙객을 인질로 잡고 88시간 동안 경찰과 대치하다 붙잡혀 1975년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권씨는 당시“한국인차별을 고발하기 위해 사건을 일으켰다”며 일본 경찰의 사과를 요구했다.

권희로 씨가 인질극을 벌이며 한국인 차별을 고발한 장면은 ‘김의 전쟁’이라는 제목으로 스크린에 옮겨졌다. 영화는 조선인에 대한 일본인의 멸시와 차별에 항거하다 전과 6범이라는 꼬리표를 단 주인공 김희로가 일본 야쿠자 소가를 살해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과정을 전개했다.

권희로 씨는 오랜 수감생활을 겪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귀국운동에 힘입어 1999년 ‘일본에 다시 입국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가석방돼 한국으로 영주 귀국했다.

그러나 부산 연제구 거제동에 정착한 그는 오랜 감옥생활의 후유증으로 인격장애 등의 문제를 겪었다. 지난 2000년 10월 내연녀의 남편을 흉기로 살해하려다 살인미수로 구속돼 공주치료감호소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또 동거녀가 4,600여만원의 정착자금을 훔쳐 달아나는 사건을 겪는 등 힘든 만년 삶을 보냈다.

전립선암을 앓고 있던 권씨는 사망 열흘전 자신의 석방운동을 주도했던 부산 자비사 박상중 스님에게 “시신을 화장해 유골의 반은 선친의 고향인 부산 영도 앞바다에 뿌려주고, 반은 시즈오카현 어머니 묘에 묻어달라”고 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8일 오전 8시 30분에 거행되는 발인식에 부산영락공원에서 시신이 화장되면 유골은 고인의 뜻에 따라 처리될 예정이다.

권씨의 사망소식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됐다.

마이니치신문은 인질의 한 사람이었던 여관 주인 모치즈키 에이코씨의 “추도의 뜻을 표명한다. 사건으로부터 40여년간 사건과 관계가 있는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제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싶다”는 반응을 실었다.

아사히 신문은 26일 야쿠자를 총기로 살해한 권희로 씨가 부산에서 숨졌다는 소식을 전하며 재일동포 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코멘트를 실었다.

신문에서 강 교수는 “재일동포 4, 5세의 시대가 되어 권씨에 대한 기억은 사라져도 그가 부딪쳐야 했던 한일 간 과거의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국병합 100년인 해에 숨졌다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상징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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