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문자공정, 한국은 대비책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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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자공정, 한국은 대비책 있는가?
  • 이대로 운영위원장
  • 승인 2010.01.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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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대로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회 운영위원장

이대로 운영위원장
지난달 12일 한글문화관건립추진위원들이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세계문자박람회에 갔다.

그런데 처음에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언어문자박람회가 아니라 ‘공자학원자원전’과 함께 하는 전시회였다. 그리고 내용도 다국어전시보다 공자학원에 대한 교재와 소개를 더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웃 중국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얼마나 자국어 발전과 보급에 힘쓰고 있는지 확인하고 우리를 되돌아볼 좋은 기회였다.

우리는 이 전시회를 둘러보면서 중국이 얼마나 문자정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앙 정부 차원에서 투자하고 시행하지는 지 알 수 있었다.

중국은 1950년대부터 모택동 주석과 주은래 수상 같은 국가 최고 통치자가 관심을 가지고 국어정책을 중시하고 문자개혁에 힘쓰고 자국어 발전과 보급에 힘쓰고 있었다.

국가어언문자위원회란 중앙 조직 속에 교육부, 문화부, 사회과학원 등도 들어가 있으며 국가차원에서 언어정책을 시행하고 있었다. 이번 박람회도 그런 국가의 큰 계획아래 진행되는 일이었다.

전시회를 살펴보기에 앞서 중국 언어정책담당자들과 만나서 두 나라가 앞으로 서로 돕고 함께 논의할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쪽에서 필자를 포함해 김익겸 북경주재 한국문화원장, 진용옥 한국어정보학회 회장, 최창섭 전 서강대 총장대리, 문화부 김준 사무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효정 박사, 국립국어원 이현주 학예사 등이 참석했다.

중국 쪽에선 이우명 중국 언어정책 국장, 조우치 중국어신식학회 비서장, 진장 중국 국표(연)의 언어연구 표준실장, 정보통신정책 담당자 웅도박사, 현용운 조선어 신식학회 회장, 북경 방송국 한국어 방송원 박일청(조선족)등이 참석했다.

두 나라의 참석자들은 앞으로 한국 쪽 연락 창구는 북경한국문화원으로 하고, 한국이 건립할 한글문화관의 세계언어역사실을 만들 때 중국 문자 전시를 도와주기로 했다.

또 한글 손전화 표준자판을 정하고 국제기구에 등록할 때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돕기로 하고, 한국과 중국에서 자주 만나 두 나라의 언어교육과 정책에 관해 의논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만남은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어정보학회가 중국어신식학회와 민간 차원에서 중국과 한국에서 여러 차례 만나서 국어정보통신에 관해 학술회의를 하던 일을 한국 정부당국자가 참여하는 길을 열고 두 나라의 정부 차원에서 더 가깝고 친밀하게 추진하자는 합의를 한 뜻깊은 자리였다.

이날 전시회를 살펴본 한국 쪽 방문자들은 중국이 수십 년 전부터 언어정책을 세우고 해외에 중국어를 보급하려고 노력한 것을 확인하고, 우리도 국어정책을 강화하고 세종학당 사업을 잘 추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천 평이 넘는 전시장에 중국어 교재와 관련 자료가 가득한 것을 보고 놀라고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했나” 반성도 했다.

영어 교육에만 미친 우리 교육당국을 생각하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중국 공자학원은 수십 년 전부터 만들어져서 89개국에 200여 곳의 학원이 있다고 한다. 초·중·고·대학까지 교재가 잘 준비되었고 영상 교육 자료도 잘 갖추고 있었다.

행사장에는 여러 나라의 공자학원을 소개하고 있었는데, 한국은 순천향대 공자학원이 소개되었다. 중국 내의 외국어대학들과 출판사 소개와 교재, 문헌 동영상도 보여주었다.

다른 나라 말은 별로 전시된 게 없었고, 각국 대사관 소개 정도였으나 우리 대사관은 소개되지 않고 있었다. 우리 대사관과 우리 국어정책 담당자와 세종학당 추진자가 참석했으면 참 좋았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이웃 중국이 주석과 수상이 나설 정도로 국어정책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미국말만 하늘처럼 받들고 있는 한국의 정치인과 공무원은 언제쯤 정신을 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