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만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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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만 하고 싶어요”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9.12.2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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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재범 기자의 설문풀이 시리즈 5 - 차세대 동포 결혼관]

재미동포 치과의사 안상훈씨와 결혼한 배우 서민정씨는 현재 뉴욕에 살고 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2002년 영화배우 감우성과 엄정화의 파격노출신이 화제를 일으키며,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다. 또 최근 케이블 방송인 SBS ETV에서 같은 제목으로 실제 부부들의 일상을 다루면서 국내 포털사이트 검색순위 상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미혼남녀들에게 ‘결혼’ 자체가 힘들다. 동포사회도 역시 ‘그렇다.’

과거 재일동포들은 자녀결혼 문제 때문에 그들만의 모임이 생성되고, 짝이 모자란 경우 한국으로 선보러 오는 경우가 있었다. 또 동포 중 일본인 배우자와 혼사를 원하는 자식 때문에 집안 전체가 불화에 휩싸인 가정도 있었다고.

결국 재일동포들의 혼사문제는 현지 사회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사회문제가 됐다.

반면 미국의 경우 워낙 지역이 넓고, 다양한 성격의 동포들이 모여 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케이스가 발생했다.

유명 대학인근의 동포사회에서는 부모들의 뜻에 따라 공부하러 온 유학생들의 혼인을 추진하는 것이 고전적인 방법 중 하나가 됐다.

LA지역의 경우 지난 2006년 ‘한울’이라는 단체가 동포사이에 생성됐다. 미혼의 자녀들을 가진 부모들이 대상이다.

이 단체는 샌프란시스코와 샌디에고 지역에도 소문이 나 300여명의 회원이 모여 지난해 3쌍의 결혼커플을 탄생시켰다.

이중 일부 1.5세 중 전문직에 종사하는 동포들은 배경(?)을 바탕으로 국내 연예인과 교제 후 결혼에 성공해 국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성업하는 중매업체 듀오 등 전문회사가 미국, 일본에 진출해 현지 동포사이의 결혼을 주선하거나 한국과의 연결을 통해 한국식중매의 세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마닐라, 시드니, 하노이 등 한인 10만 안팎의 도시 동포사회는 가까운 한인사회가 도리어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있다.

생성 40년 안팎의 이곳에서 대부분의 차세대들은 1세 부모들이 한인사회가 시작됐을 때부터 네트워크를 맺고 업무적으로 가깝다. 이들은 이미 가족까지 관계가 돈독한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연애한번 못해본 이들이 많다.

이유가 의외로 뻔하다. 연애하다 헤어질 경우 부모까지 여파가 미치는 것을 선배들을 통해 학습했기 때문이다.

동포사회의 아픔을 알고 있던 재외동포재단은 몇 년 전 이를 해결하고자, 한 결혼중매회사와 MOU를 맺고 혼사를 주선하려 했으나 절차상의 복잡함과 여러 이유로 성사되지 못했다.

△차세대들은 반반?

본지는 차세대 미혼동포 108명을 선정해 결혼 관련한 질문을 던졌다. 답변자 중 ‘한국인이나 재외동포 배우자’를 원하는 사람이 무려 53명으로 전체의 절반에 육박했다.

반면 ‘혈통은 상관없다’는 답변 22명과 함께 ‘난 잘모르겠다’는 식의 무응답이 34명을 차지해 나머지 절반에 육박하는 차세대들은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다.

보수적인 동포사회로 손꼽히는 일본, 미국 등지의 동포사회도 세월이 흐르면서 한국인 배우자를 고집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대부분의 원로 동포들은 그들의 자식들에게 스스로 ‘한국인’ 임을 잊지 않기 바랄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포는 “내 맘대로 안되는 게 자식인지라, 그저 좋은 사람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한국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는 미련이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다”며 애끓는 속마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