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에 내 젊음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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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 내 젊음을 바쳤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9.1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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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동포 명세범씨 에세이집 ‘내인생 파라과이’ 눈길

“교민 중에는 현지인이나 다른 민족과 결혼해 사는 이도 많기에 이제 혼혈도 당연한 한국인임을 인정하는 정서로 한국 사회나 이민사회가 변화해야 하고 당연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재 파라과이 동포 사업가인 명세범씨는 지난달 20일 출간한 첫 에세이집 ‘내 인생 파라과이’에서 조심스럽게 이민자로서의 의견을 펼쳐놓는다.

국내 최초의 파라과이 에세이집으로 알려진 명씨의 저서는 이민자로서의 파라과이 의 일상적인 모습을 중심으로 동포사회가 화두로 삼고 있는 차세대 교육, 민족적 정체성 유지, 동포사회와 모국의 연계 등에 대한 생각을 전하고 있다.

기존에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재외동포들이 다수의 저서를 출간해 왔던 것에 비해, 남미지역의 동포가 직접 그곳의 실생활을 펴낸 경우가 거의 없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명씨는 저서를 통해 “(한국어 수업에) 정원을 몇 배로 늘려도 자리가 없을 정도고, 학생들은 ‘동방신기’ 등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다”고 파라과이에 불고 있는 ‘한국 열풍’을 소개한다.

명씨는 이 같은 현상을 두고 “한국이 가난 탈출의 모범 사례로 인식된 데다 한류가 더해지면서 부쩍 관심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식은 현지 한인들을 근면과 성공의 아이콘으로 밀어 올린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명씨는 “선진국으로 이민해 풍요로운 삶을 구가할 수 있는 이민자와 달리 내가 이민을 했을 당시만 해도 사정이 지금보다 훨씬 열악했다”며 파라과이로의 이민이 성공적인 삶을 보장해 주지는 못했음을 강조했다.

명씨는 “남미에 이민 온 한국인 이민자에게 미국으로의 재이민은 목적이고 성공의 기준이었다”며 “교민 집에는 언제나 떠날 준비로 보따리도 풀지 않은 집이 대부분이었다”고 이민사회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남미지역을 북미지역으로 이민하는 교두보로 삼았던 이민사회의 성향을 꼬집은 것.

명씨는 저서에서 몇 차례나 “나는 파라과이를 좋아한다” “나는 파라과이 사람들이 좋다”고 고백한다. 현지생활에 대한 무한한 도전정신과 긍정적인 사고방식은 명씨가 낯선 남미 땅에서 정착하고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밑거름이 됐다고.

명씨는 “세월이 많이 지나 이민 성향도 바뀌었고, 이민 1.5세대로 격세지감을 느낀다”면서도 “편한 관점과 안일한 계산은 결과적으로 현실과 큰 차이를 보이게 되고 첫단추를 잘못 끼우는 우를 범하게 한다”고 조언을 덧붙인다.

1977년 부모님과 함께 17세의 나이로 파라과이에 이민한 명씨는 조국에서 보낸 시간보다 파라과이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은 이민 1.5세대다. 성공한 이민 기업인 명씨의 30년 간의 이민생활은 ‘내 인생 파라과이’에 오롯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