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400마리 어슬렁거리는 해림시 ‘동북호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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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400마리 어슬렁거리는 해림시 ‘동북호림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11.30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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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마리에서 600마리로 번식...먹이비용 벌러 ‘돈벌이’ 보내기도

흔히 범이라 부르는 백두산 호랑이는 한반도에서 중국 동북지방을 거쳐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침엽수림에 서식해왔다. 중국에서는 ‘동북호(東北虎)’라고 부른다.

현재 야생으로 남은 수는 400여마리. 대부분 시베리아에 있고, 중국에는 20마리 정도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한반도 남쪽에서는 1924년 이래 눈에 띈 적이 없다.

그러나 이 수치도 분명치 않다. 야생호랑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흑룡강성 동부 산지 치싱라즈(七星砬子)에서조차 수년간 호랑이 발자국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멸종으로 치닫는 호랑이를 인공적으로 번식시키고자 중국이 고심해서 세운 것이 흑룡강성 목단강에 있는 동북호림원이다.

취업사기사건이 일어났던 목단강을 방문했다가 현지 한국인회의 안내로 이곳을 찾았다.

“현재 400마리가 이곳에 있어요”

호림원에 들어가면서 가이드가 설명한다.

“1986년 8마리에서 시작했어요. 호랑이는 4년이 되면 번식을 해요. 이렇게 해서 지금까지 번식시킨 게 600마리가 넘어요”

그 가운데 일부는 하얼빈의 송화강 인근의 또다른 호림원에 보내고, 나머지는 중국 각지의 동물원에 보냈다는 설명이다.

“고기를 먹이로 줘야 하는데, 400마리 먹이 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래서 밖으로 ‘돈벌이’를 내보내는 거지요. 여기 있는 호랑이들은 늘 배고픈 상태랍니다”

호림원측 가이드의 이 같은 설명을 뒷받침하듯 호림원 입구에는 호랑이 먹이 가격을 적은 안내판이 서 있다.

참관객들이 돈을 지불하면, 호림원측에서 먹이를 들여보내 호랑이가 잡아먹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소 한마리는 2천500위안(45만원 상당), 양은 500-800위안(8만원에서 13만원), 닭은 80위안(1만4천원)…. 이 돈을 지불하면 동물을 산 채로 호랑이 우리 안으로 들여보낸다고 한다. 호랑이 먹이값을 벌기 위해 호림원측이 짜낸 고육책(苦肉策)일까?

호림원 안에는 호랑이들이 이렇게 들어온 소를 잡아먹는 모습도 사진으로 걸려 있다. 우리 일행은 끔찍한 모습을 차마 보기 어려울 것 같아 덩어리로 파는 닭고기를 주문해 들고 갔다.

우리를 태운 지프차가 호림원의 큰 우리 안으로 들어갈 때는 하늘에서 흩날리던 눈송이가 더욱 커졌다. 호랑이는 눈을 아주 좋아한다고 안내인이 설명한다. 우리가 제대로 참관날짜를 잡았다는 뜻이다.

차를 가로막는 호랑이, 차창 옆에서 우리를 주시하는 호랑이, 차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호랑이…. 호랑이가 떼를 지어 있는 가운데 지프차의 시동이 꺼졌다. 운전사가 일부러 끈 것이다. 시동이 다시 걸리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중일전쟁때 썼을 법한 낡은 지프차는 호랑이 굴을 찾은 우리 일행의 스릴감을 더했다.

‘어흥!’ 하는 소리를 들으며, 누군가 얘기했다.

“산에서 호랑이를 만나면, 다리가 얼어붙는다고 하더니, 여기 와서 보니 실감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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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호랑이는 식육목(食肉目) 고양이과(科)에 속한다. 몸길이 2m, 평균체중은 170kg다. 해발 600-1300m의 산지에 서식한다. 노루나 멧돼지 등을 잡아먹는다. 한때 호랑이는 약재로 사용돼 뼈와 기름으로 호골주와 호랑이연고를 만들기도 했으나, 중국에서는 1993년 이래 호랑이뼈의 거래가 법적으로 금지됐다. 따라서 지금은 표범이나 다른 동물을 대체해서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