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와서 보고 듣고 느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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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와서 보고 듣고 느끼세요”
  • 강성봉 기자
  • 승인 2009.11.23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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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민족교육문화센터 건립하는 이완구 충청남도 도지사

이완구 중남도지사

“동포들로 하여금 자신의 혼백의 뿌리가 여기 있음을 직접 와서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가슴으로 느끼고 가라는 거지요.”

지난 13일 충청남도청 도지사실에서 만난 이완구 지사는 한민족교육문화센터를 건립하는 이유를 이렇게 한마디로 잘라 말했다. 한민족교육문화센터는 충청남도, 공주시, 공주대가 협력하여 재외동포교육의 메카로 건설 중인 국내 최대 최고 규모의 입체적 교육문화 복합단지.

그런데 센터가 왜 하필이면 공주에 만들어질까?

“충청남도는 고려시대에는 최영장군, 조선시대에는 성웅 이순신, 금산 칠백의총, 근세에는 백야 김좌진 장군, 유관순 열사, 윤봉길 의사, 만해 한용운 선생 등 구국의 영웅, 애국 열사들을 수 없이 배출한 충절의 고장입니다. 그런 충청남도의 정신적 지주가 공주이고요. 동포들이 우리 민족의 아이덴티티를 찾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공주입니다.”

공주가 충청남도의 정신적 지주인 이유는 또 무엇일까?

“백제가 신라에게 한강유역을 빼앗기고 천도해서 사비성(부여)으로 천도하기 전까지 63년간 대백제 부활의 꿈을 위해 절치부심 하던 곳, 웅진이 바로 공주입니다.”

충남은 3국시대에는 백제에 속했던 곳이다. 공주가 백제의 수도였던 곳이니 충남의 정신적 지주라고 얘기하는 것이 일견 그럴 듯 해 보인다. 그러나 삼국시대는 너무 먼 이야기 아닌가?

공주는 한반도의 곡창 호남과 개성, 한양 등 중부권을 잇는 전략의 요충지였다. 조선시대 공주는 목으로서의 위치를 견지하면서, 임란 이후에는 충청 감영 소재지가 되어, 명실공히 호서의 정치·행정·문화의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수행했다.

일제 치하 초기에도 충청남도의 도청이 공주에 위치함으로써 공주는 여전히 충남의 행정중심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1932년 충남도청이 신흥 도시 대전군으로 이전됨으로써 행정 중심지로서 오랜 역사와 경험을 지닌 공주의 중심적 지위는 축소되고, 여타의 군과 같은 지위로 고정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충남 도민들에게는 이러한 역사적 경험이 전해져 오기 때문에 공주가 충남의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이 지사가 재외동포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1986년부터 89년까지 3년간 LA에서 내무영사를 했어요. 1982년부터 84년까지는 미시간주립대학에서 석사학위를 했고요. 2004년, 5년에는 UCLA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어요.”

7년 이상 해외생활을 하면서 동포들이 이국땅에서 겪는 서러움과 어려움, 그런 가운데도 고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가장 먼저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사랑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주, 민족 정체성 찾기에 가장 좋은 곳”

“동포문제 바라보는 사고의 대전환 필요”



특히 이 지사는 그 중에서도 LA에 내무영사로 가 있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마침 그 때가 현대에서 처음으로 고유브랜드로 ‘포니 자동차’를 생산해 수출을 했던 때라 포니 자동차 수출을 위해 뛰어 다녔던 기억이 새롭다고 말한다.

“동포들이 아니면 누가 아무 이름도 없는 우리 차를 사 주었겠어요. 동포들이 없었다면 우리 기업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기가 쉽지 않았을 거라 봐야 합니다.”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오늘의 현대나 삼성이 있기까지 재외동포들이 얼마나 많은 기여를 했는지 잊으면 안 된다고 그는 덧붙인다.

“축구선수들이 해외에 원정경기를 하러 갈 때는 어떻습니까? 선수들 밥 잘 먹으라고 김치 담가오고 닭 삶아 오고, 경기장에서는 이기라고 죽어라 응원하는 게 동포들 아닌가요?”

재외동포는 여러 가지 의미로 우리 민족의 엄청난 자산이라는 것이 이 지사의 지론이다.

“재외동포를 홀대하는 인식은 곤란합니다. 최근 발표된 이중국적을 확대하는 정책은 아주 잘하는 정책입니다.”

이중국적을 확대 허용할 때 가져오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아야지 부작용을 논하면 안 된다고 그는 말한다.

“지금은 뉴욕에 있는 동포가 인천 송도에 있는 자기 아파트의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냉장고 온도를 조절하는 인터넷 시대예요. 동포문제를 바라보는 사고의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충남 홍성 태생인 이완구 지사는 2006년 민선4기 충남 도지사로 당선된 이후 올 11월까지 약 52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했고, 2천800여개의 기업을 충남으로 유치했다. 이러한 공로로 지난해 말 ‘2008 투자유치 제1도’로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토개념도 달라져야 합니다. 스스로를 한민족이라 느끼는 동포가 살고 있는 곳은 바로 대한민국의 영토라 할 수 있어요. 따라서 동포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것은 우리 민족의 가상적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기도 하지요.”

이완구 지사는 한민족교육문화센터를 통해 한민족이 한반도를 넘어 전세계로 웅비하는 기초를 만들어 ‘대백제’의 진정한 부활을 꿈꾸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