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는 만병통치 가능한 신비의 음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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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는 만병통치 가능한 신비의 음료"
  • 밴쿠버코리아미디어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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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룡 기자
맥주연구에 푹 빠져 있는 맥주예찬론자
손수 개발한 '스핑크스 맥주' 시판 계획도
경제학 박사출신...건강식품에 깊은 조예

건강식품 제조업체 이스트우드 컴퍼니스 대표인 김영수 (47·사진) 박사는 지난 7년간 맥주에 푹 파져 지냈다. 흔히 말하는 ‘술독에 빠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맥주의 효능에 매료돼 맥주연구에 몰두해왔다는 뜻이다.
그 결실로 자신의 이론에 맞는 맥주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10월말엔 한국에 나가 [다시 쓰는 맥주 이야기] (도서출판 사랑사람)란 책까지 냈다.

건강식품과 맥주. 언뜻 무관해 보이는 두 먹거리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
“건강식품은 제대로 먹어서 소화시키기 힘들다는 게 문제입니다. 맥주는 모든 화학성분을 몸에 흡수시키는 효과가 뛰어나지요. 그 과정을 영어론 ‘Delivery’라고 합니다. 약을 맥주에 실어주면 뇌까지 바로 전달됩니다. 입에서 식도, 위에 이르는 효소작용, 소화작용을 건너 뛰는(Bypass) 거지요.”

이를테면 약초를 한약으로 마시면 소화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유효성분이 얼마나 흡수되는지 알 수 없지만 맥주에 섞어 마시면 소화과정이 시작되기 전에 바로 흡수돼 뇌에 정보를 전달한다는 얘기다.
김 박사는 그 바이패스 작용을 설명하면서 ‘폭탄주’를 예로 들었다. 양주를 맥주에 섞어 마시면 소화작용을 건너 뛰어 몸에 바로 흡수되기 때문에 빨리 취하고 따라서 간에 부담이 적다는 것이다. 폭탄주는 원래 1950년대 미국의 부두 노동자들이 적게 마시고 빨리 취하려고 개발한 음주법이라고 한다.
파격적으로 들리지만 그는 실제로 자신이 만든 건강식품을 맥주에 섞어 먹는 방식을 여러모로 실험해 왔다. 그의 사무실 한쪽 벽엔 ‘맥주 주기율표’가 붙어 있다. 재료와 발효법에 따라 달라지는 65가지 맥주를 도표화한 것이다.

맥주는 “전달매체 (Delivery Vehicle) 일 뿐 아니라 만병통치의 효능을 기대할 수 있는 신비의 음료”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맥주는 발효식품 아닙니까. 광합성을 통해 식물에 들어간 자연의 생명력이 발효의 과정을 거쳐 몸에 흡수되는 겁니다. 발효란 광합성과 반대의 과정이지요. 그래서 맥주를 빚는 과정에서 빛이 들어가면 안 되는 겁니다.”
그는 “식물의 생명력이 인간에게 흡수되는 방식은 직접적인 경로인 입을 통해서 만이 아니라 접촉을 통해서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내 말이 안 믿기면 한번 실험 해보세요. 마늘을 으깨서 맨발로 발에 밟고 있으면 얼마 후 입에서 마늘냄새가 납니다. 그걸 ‘Impartation’이라 하지요. 인체와 자연이 다 통해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는 책상 밑에서 각종 마른 약초가 가득 든 통을 꺼내 기자에게 손으로 만져보라고 권했다. 약초를 손으로 만지는 것만으로도 약효가 있다는 것이다.

▲ <다시 쓰는 맥주 이야기>의 영어판인 표지.

그가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류·고고학에 대한 취미에서 비롯됐다. 지난 96년 이집트 피라미드에 관한 자료를 뒤적이던 중 피라미드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마늘류의 식물’이 들어간 맥주를 매일 의무적으로 마시고 혹독한 집단노동에서 건강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때부터 ‘마늘 맥주’의 정체를 찾는 긴 탐구가 시작됐다. 인류학·신화학·역사학·민속학·철학·종교학 등 온갖 분야의 접근방식으로 맥주의 광맥을 캐들어가는 지식고고학적 작업이었다. [다시 쓰는 맥주 이야기]는 그 여정의 기록이다.
몸에 좋은 완전식품 맥주를 만드는 요소는 마늘로 정해졌으나 막상 마늘을 맥주에 넣는 것이 쉽지 않았다. 즙을 내고 농축액을 만들고 태워서 가루를 넣는 등 갖은 방법을 동원했으나 다 문제가 있었다. 냄새가 너무 심하거나 발효작용에 지장이 생기거나 아니면 마늘의 유효성분이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해결책은 결국 간접투입으로 낙착됐다. 마늘 꽃을 먹은 벌이 만든 꿀을 약초와 함께 맥주에 넣는 방식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맥주를 그는 ‘스핑크스 맥주’라 이름지었다. 그의 맥주 탐구가 피라미드에서 시작됐고 외디프스의 수수께끼 등 맥주와 관련된 함의가 풍부하다는 점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는 ‘이야기가 있는 맥주’란 표현을 즐겨쓴다.
이집트 맥주의 원형에 최대한 근접했다는 자부심이 깔려있는 말이다. 이 맥주는 곧 한국과 미국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스핑크스 맥주는 짙은 에일(Ale) 색으로 상큼하고 차가운 맛이 나며 일반 맥주보다 알코올 농도가 진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이 ‘마늘 꿀 맥주’가 과연 몸에 얼마나 좋을까.

“아직 본격적인 임상실험은 해 보지 않았지만 몸에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시음한 분들이 ‘피로가 덜해졌다’ ‘눈이 잘 보인다’ ‘정신이 맑아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 이것은 몸 컨디션 전체가 좋아진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김 박사의 맥주 예찬은 건강식품으로서의 효용에 그치지 않는다.
“맥주의 기본정신은 다같이 나누는 데 있습니다. 누구나 자기 입맛대로 쉽게 담궈 먹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는 이런 맥주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개발한 맥주 제조기구나 제조법에 대해 특허를 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책에는 맥주 만들기에 유용한 문헌들이 소개돼 있다.
알코올 중독 등의 부작용에 대해 묻자 그는 “제대로 만든 맥주는 거품이 진하기 때문에 많이 먹을 수가 없고, 오히려 알코올 중독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고 잘라말했다.

‘맥주 도사’라 할만 하지만 그는 흔히 생각하는 ‘술꾼’은 아니다. 오히려 신실한 크리스쳔이며 술을 마신 건 30대 중반부터라고 한다.
김 박사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데 비해 다양한 삶의 궤적을 그려왔다. 경제기획원 장관으로 한국의 고도성장을 이끌다 72년 과로로 순직한 고 김학렬 부총리가 그의 부친이다.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20살에 고시에 합격한 그는 외무부와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그의 회고에 의하면 당시 내각에 그가 ‘아저씨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다섯명이나 됐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가 보장된 공무원직을 버리고 79년 유학길에 올랐다. 대만대학을 거쳐 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공은 기업 인수·합병과 관련한 금융기법. 87년 알버타대학 교수로 임용돼 학자의 길로 들어섰으나, 2년 만에 경영 컨설턴트로 나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참여했다. 한때 토요타 계열사의 부회장으로 일본에서 일하기도 했다.

91년 밴쿠버에 정착한 그는 건강식품 개발이란 또다른 인생을 시작했다. 당뇨병 치료제인 ‘엘리오틴’이 대표적인 품목이다. 캘거리대학 당뇨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신약의 제조권을 따낸 그는 3년 동안 중국과 동남아 일대를 뒤져 원료가 되는 약초를 찾아냈다. 이 과정 또한 맥주 못지 않은 ‘이야기’거리다. 98년 시판된 이래 미국 중국 일본 한국에 5만여정을 판매했다고 한다.
그가 이처럼 여러 일을 해온 것은 넘치는 재기와 폭넓은 관심사 때문인 듯 하다. 현재 벌이고 있는 사업도 맥주와 신약 개발 뿐 아니라 기업재정 및 홍보전략 컨설팅에까지 이른다.

그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이야기 속에서 번득이는 신선한 발상은 듣는 이의 지적 호기심을 촉발시킨다. 밴쿠버 한인 가운데 그가 92~93년 신문에 연재한 경제컬럼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옆에 있는 친구에게 얘기하듯 거침없이 써내려간 글이다. 특유의 난삽함과 함께 돈의 원리에 관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글로 독자들의 머릿 속에 남아 있다.


이런 풍모는 이번에 나온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스타일이 다소 거칠지만 10년전에 비해 표현은 많이 다듬어졌다. 구어체 글쓰기의 맛을 살려 단숨에 읽히는 것은 예전과 마찬가지다. 본문과 각주에서 보이는 자유분방한 발언이나 종교·역사·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드는 지적 편력은 철학자 김용옥 교수를 연상케 한다. 그는 실제로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김 교수에게 이 책의 서문을 부탁했다고 한다.


발문을 쓴 이선복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는 “학문적 엄밀성의 잣대로 따지면 논쟁거리가 될만한 내용을 더러 잡아낼 수도 있을 것이나 한모금 무심코 넘기는 맥주의 내력과 비밀을 소개하는 책인 만큼 그러한 옥의 티는 애교일 뿐”이라고 평했다.

그는 앞으로도 글쓰기를 계속할 작정이라고 한다. 다음에 나올 책은 [다시 쓰는 당뇨 이야기 - 당뇨와 현대의학의 음모]. 엘리오틴의 원료 약초를 구하던 일화가 소개됨은 물론 당뇨병에 관한 잘못된 상식이 낱낱이 파헤쳐진다. 또 식초에 관한 책도 쓰겠다고 예고해 놓았다.
그는 앞으로 사업가보다 작가로 더 알려지게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영수 박사 약력
▷ 1956년 서울 출생
▷ 경기고,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 외무부 및 대통령비서실 사무관 근무
▷ MIT 경제학 박사
▷ 알버타 대학 교수 역임
▷ 현 Eastwood Companies C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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