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치유하는 글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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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치유하는 글 씁니다”
  • 이현아 기자
  • 승인 2009.11.09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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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국내 문학상 잇따라 수상한 재미 소설가 이혜영 씨

최근 장편소설 ‘밀가의 아리아’로 2009 크리스천문학작가상을 수상한 재미동포 작가 이혜영 씨(리사 리)는 지난 4일 낙원동의 한 호텔에서 해맑은 웃음으로 기자를 맞았다.

이씨의 이력을 알고 있는 기자에게 이씨의 소녀 같은 첫인상은 다소 뜻밖이었다. 1975년 남편과 사별한 후 도미한 이씨는 이후 1992년 하나뿐인 아들까지 불의의 사고로 잃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역경에 대해 이 씨는 “모든 게 하나님의 뜻”이라며 “책을 읽고 책을 쓰면서 치유가 됐다”고 오히려 기자를 다독였다.

고등학교 시절 소문난 문학소녀였던 이 씨가 정식으로 첫 작품인 산문집 ‘하늘로 치미는 파도’를 세상에 내놓게 된 계기는 아들의 죽음이었다. 얄궂게도 이씨의 출판작업을 함께 한 것은 이씨의 아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던 서울대학교였다. 자칫 아들이 죽음에 이른 모국이나 서울대에 미움을 가질 수도 있었겠지만 오히려 이를 작품활동의 주요한 동인이자 동반자로 끌어올렸던 것.

“당시에는 명품병 이런 게 있었어요. 연세대에도 보낼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은 서울대가 일류라는 마음에 아들을 서울대로 보냈던 거죠. 한때는 서울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만 봐도 고개를 돌렸어요. 하지만 미워하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꾸려고 노력했습니다.”

자신의 경험으로 독자들과 만나고자 한 이씨는 마침내 ‘피눈물로 쓴 실화 장편소설’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고통과 번민을 녹여낸 자전소설 ‘나비야 청산가자’로 동포사회는 물론 모국 문단에도 이름을 알리게 됐다. 아들과의 사별에 대한 절절한 모정을 그린 작품이었다.

“아들은 내 생애 전부였어요. 희망이고, 꿈이고, 우상이었죠”라고 말하는 이씨는 아들의 시신을 화장해 태평양에 뿌리기까지의 심경을 담은 수필로 또 한 번 모국 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들 먼저 보낸 엄마가 웃으면서 인부들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신기한가요?”라며 웃음을 짓는 이씨는 “유골을 가슴에 안는 순간 심장과 심장이 맞닿는 것을 느꼈습니다. 배로 낳은 아이가 가슴으로 안긴 거죠”라며 당시의 심경을 설명했다.

이씨는 현재 작가로 뿐만 아니라 평생학습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며 한인사회에도 봉사하고 있다. 이씨는 “한국어는 우리의 뿌리이자 모태”라며 차세대들의 한국어 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본지와 만난 날 뒤늦게나마 한국소설가협회에 등록했다는 이씨는 향후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활동할 예정에 있어 그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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