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산다여 전통문화축제' 성황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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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크푸르트 '산다여 전통문화축제' 성황 이뤄
  • 독일 [우리신문]=김대한 기자
  • 승인 2009.10.1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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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호남 · 현호임 쌍둥이 자매의 걸작


유럽의 경제의 요지이자 교통중심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 '동방의 고요한 나라 대한민국'의 품격 높은 전통문화축제의 한마당이 벌어졌다.

프랑크푸르트 사단법인 문예원(대표 현호남)이 지난달 11일부터 13일까지 프랑크푸르트 그뤼네부릌공원 내 한국정원에서 한국전통문화를 알리기 위해 개최한 <제1회 산다여축제>가 대성황을 이뤘다.

<산다여축제>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이 잔치는 프랑크푸르트트에서 '쉼터'를 운영하며 종이 접기 보급 등 그동안 꾸준히 한국문화 전수를 위해 앞장서 온 현호남 문예원 대표가 수년 전부터 준비한 잔치로, 우리 동포들은 물론 도이치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정수를 보여줬다.

산다여(山茶如)는 산에 나는 차나무로 소나무와 같이 늘 변함 없이 푸르다는 뜻으로 차나무처럼 혹독한 추위에서도 굳은 절개를 지키며 늘 한결같이 초심(初心)을 간직하자는 의미라고 밝힌 현 대표는 "이번 행사가 기폭제가 되어 앞으로도 꾸준히 한국의 전통과 미를 알리는 많은 행사가 한국 정원을 통해서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특히 이번 축제에는 한국에서 '한국차생활예절교육원 산다여' 현호임 이사장을 비롯하여 안정수, 조숙희, 진정숙, 현호란 이사 등 8명이 프랑크푸르트에 직접 와서 한국전통문화의 진수를 전수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사극에서 칠삭둥이 한명회 역으로 카리스마 연기를 펼쳐 유명해진 탤런트 정진 씨의 깜짝 출현으로 축제장은 더욱 활기를 띠었으며, 김의환 전 프랑크푸르트한인회장의 사돈인 정진 씨는 그를 알아본 팬들로부터 사인 공세, 팬들과 함께 사진 찍히기에 바빴다.

사시사철 우아한 자태로 품위를 지키며 한국인의 얼과 문화를 전함과 동시에 고향 떠난 나그네들의 시름과 향수를 달래주는 한국정원의 '풀이슬 누각'과 '정자'는 이날도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 방문객들을 반겼다.

정원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아름다운 치마저고리를 입은 한국여인네들은 물론 바지저고리, 도포 차림에 갓까지 쓴 한국 남정네들의 의상부터가 한 폭의 그림이자 예술이다. 이 아름다운 그림을 보고자 동포들은 물론 호기심 어린 파란 눈들과 검은 색 얼굴 등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축제장에는 현호남 대표와 문하생들이 직접 만든 한지 공예품과 닥종이 인형 등 수공예 작품과 한국의 다기와 전통예복, 꽃가마, 전통차 등이 전시되었다. 곳곳에 마련된 체험공간에서는 한복 입어보고 사진찍기, 한지공예와 종이 접기 배우기, 한국녹차를 마시며 한국의 행다법(行茶法) 익히기, 직접 깻가루와 미숫가루를 꿀에 개어 다식을 만들어 맛을 보기도 하고 김치 담그기를 비롯해 비빔밥, 불고기, 잡채, 떡볶이 등 한국음식 맛보기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전개됐다.

행사 첫날인 11일, 전야제로 김치 담그기 시범과 전통다례 시연, 그리고 동포 2세들의 모듬북 연주가 있었다. 특히 다섯 명으로 구성된 비봉팀의 연주는 많은 박수갈채 속에 앙코르 연주까지 가졌다.

개회식이 열린 둘째 날에는 주 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총영사 이충석)공관원들이 총 출동했다. 윤남수 전재독한인연합회장, 서성빈 민평통 북부유럽협의회장, 박철규 민평통 프랑크푸르트분회장, 김이수 전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장, 이교숙·노미자·문영희·이숙자 전재독한인간호협회장, 조창희 마인츠, 박영희 본 한인회장 등 많은 내빈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근태 재독한인총연합회장,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의 김성춘 부총영사의 축사가 있었으며, 이번 문화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전통 성년식 시연과 전통혼례식이 거행됐다.


산다여차생활예절교육원 안정숙 강사의 진행으로 상견례, 삼가례(三加禮), 삼가례 축사, 초례(醮禮), 자관자례(字冠者禮), 성년 서약서 낭독, 내빈께 인사 순으로 이어진 전통성년식 시연에는 이은채,은협빈 씨가 차분하면서도 격조 높게 시연해 큰 인기를 끌었다. 도이치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카셀시 외국인의회 부의장인 송명례 씨가 통역을 담당했다.

동포 2세 이민성(이규석·이연자 씨 아들)씨와 박자연(박찬규·이의지 씨의 딸)씨가 사모관대를 하고, 연지 곤지 찍고 활복을 입고 족두리를 쓰고는 많은 하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예비부부들의 꿈의 결혼식인 야외전통혼례식을 올렸다. 이번 야외전통혼례식은 도이칠란트에서는 처음으로 보여 주기 위한 '시연'으로의 혼례식이 아니라 정식 전통 혼례식을 야외에서 개최하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에쎈의 한독문화협회 김영희 회장이 목공들과 직접 가마를 제작하여 전통 혼례식을 시연하는 등 우리문화 알리기에 주력했으나 정식 야외전통혼례식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다도, 김치담그기 시범, 전통성년식 시연이 있었고, 신랑 남호우(남상복, 김하숙 씨의 차남)씨와 신부 김선영(김영환, 최영옥씨 차녀)씨가 전통혼례를 올리며 한국의 전통 혼례예법을 소개했다.
 
하얀 면사포와 눈부시게 새하얀 웨딩 드레스에 대한 동경으로 차츰 잊혀져 가던 우리 전통 혼례식! 신세대 예비부부들이 특별한 결혼식을 추구하며 여유로운 예식시간과 우리 문화의 고풍스러움이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한국에서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으나 우리동포사회에서는 아직 먼먼 남의 나라 이야기로만 들리던 '야외전통혼례식'이 이번에 첫 테이프를 끊었다.


과거의 전통혼례와 달리 사모관대나 활옷 등도 훨씬 화려해져 드레스 못지 않은 독특한 멋을 풍겨 더욱 전통미와 고급스러움을 선보이는 전통혼례는 현대식에 맞게 절차도 간소화되고 어려운 한문어구로 되어 있던 주례의 홀기도 한글로 풀어써 많이 쉬워졌다.

신랑 신부의 만수복덕을 기원하는 혼례청 울림, 천신께 혼례약속을 고하고 신부에게 전달하는 전안례, 신랑과 신부의 잔에 있는 술을 나누어 마시는 합환주 등의 절차로 진행됐다.

혼례식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부러운 듯한 시선으로 혼례식 장면을 지켜보던 한 한인여성은 "장성한 아들이 있다"면서 "전통혼례식이 한두 번으로 끝나지 말고 계속 이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진지한 표정으로 전통성년식과 혼례식을 흥미 있게 관찰하던 한 외국인 여성은 "한국에서는 이런 화려한 성년식과 혼례의식이 왕가나 어떤 상위 계층 사람들에게서가 아닌 일반 시민사회에서도 거행되느냐?"며 "하나의 예술이다"고 감탄을 표했다.

이번 축제를 참관한 또 한 도이치인은 한국정원에서 전통성년식과 전통혼례식을 보면서 한국을 좀더 가까이 느끼게 되었으며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다.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 쉬는 현 대표는 "이번 행사를 위해 직,간접으로 협력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린다"며 "이미 암스테르담에서 있을 다음 행사를 준비중이며, 앞으로 유럽각지에서 이런 축제를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늘 도이칠란트와 우리 동포사회에 한국적인 것을 전수하고자 노력해온 현호남 대표는 이번 행사를 위해 꽃가마 등 한 컨테이너 분량의 물품들을 한국에서 직접 공수하고 4천 여장의 초청장을 만들어 보내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현 대표의 노력만으로 이번 행사의 성공을 기대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었다. 그의 뒤에는 쌍둥이 자매로서 많은 경비를 부담하며 전폭 후원한 한국차생활예절교육원 산다여 현호임 이사장과 산다여 이사진, 그리고 양희순, 김춘토, 김의환, 이 혁, 은문권, 최명철, 지현자, 조영아, 조계순, 정영희, 정설혜, 정연화, 박영희 씨 등 재독동포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함께 결실을 맺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