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이 되어가는 여름이
피로 물들 조짐이다.
울먹이며 수 놓아
펼쳐가는 꽃물의 흐름이
사내들의 위험한 신호다.
뙤약볕을 등에 업고
떠나가는 귀향길이 천리길이련가?
물집잡힌 발바닥이 일그러져
피나는 시간들을 부스러트린다.
문드러진 꽃무더기가
타임캡술을 깨며
구월밭으로 녹아내린다.
그대 향하여
맑은 하늘이 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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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자
시인ㆍ재미한국학교협의회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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