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흥얼거릴 때 가슴 벅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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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흥얼거릴 때 가슴 벅차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9.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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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한정자 중국 동요작곡가

“쇠화표표, 쇠화표표(눈이 눈이 온다야~ 눈이 눈이 온다야~)”

지난 1995년 중국 중앙방송(CCTV)에서는 중국어 동요 한 소절이 흘러나왔다. 제목은 ‘눈이 온다야’. 객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졌다. 곡을 쓴 사람은 조선족 한정자씨(56)였다.

“조선족으로서 해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어요. 당시 TV에서 이곡의 선율이 제일 뛰어나다고 했기 때문이죠.”

이곡은 중국 전역에서 100개가 넘는 곡을 심사해 선발한 10곡의 동요 중 3위를 차지한다. 49년 해방 이후 처음으로 열린 동요대회였다.

“당시 아나운서가 중국을 찬양한 가사가 아니어서 3위에 그쳤다고 아쉬워할 정도였죠. 하지만 작사가 최룡관씨가 순수성을 잘 표현해서였을까요. 제 노래는 1위보다 더 큰 사랑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조선족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리게 됐지요”

한정자씨는 연변조선족문화추진위원회 사무국장. 매년 5천명이 넘게 참가하는 조선족 글짓기 대회를 개최하는 등 우리문화를 전수하는 곳에서 일하고 있다. 위원회는 작곡가, 수필가, 소설가, 시인, 미술가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이렇게 설명하는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렸다.

“아코디언을 잘 켜셨던 아버지는 저에게 무척 헌신적이었어요. 손을 잡고 산과 들에서 함께 노래를 불러주셨죠. 특히 문화혁명 때 제가 1주일 분량의 돈을 몰래 훔쳐 ‘가야금’을 샀을 때가 생각나요. 어머니가 호되게 야단치려는데 아버지가 1주일 정도 굶는다고 우리가 어떻게 되겠냐며 막으셨죠”

한정자씨는 이제 조선족 초등학교에서 서로 모시려는 유명작곡가가 됐다.

“이제는 제가 조선족 아이들을 위해 음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더욱 자주 손자들에게도 음악을 가르쳐 주려고 피아노 앞에 서지요.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눈이 온다야’를 불러달라고 떼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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