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놓인 심정으로 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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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놓인 심정으로 일해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8.10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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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시엠립한글학교 이영희 교장

“2년에 학교를 5번이나 옮겼어요. 교재를 뺐다 다시 정리하는 것도 지치지만, 앞으로 이런 일이 언제 다시 닥칠지를 걱정하는 게 더 힘듭니다”

캄보디아의 한글학교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영희 시엠립한글학교 교장은 “벼랑 끝에 놓인 심정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한치 앞을 모르고 걷고 있는 기분입니다. 다음달 학교를 어떻게 운영할지를 생각하면 벌써 깜깜해져요”

시엠립한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60명, 프놈펜까지 합치면 캄보디아에는 140명의 학생들이 있다. 전체 한인이 2천여명 수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비율. 그렇지만 학교를 포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현지 캄보디아 정규학교에 우리 아이들을 보낼 수 없습니다. 외국인인 우리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제학교가 있지만 수업료가 엄청나게 비싸고 한국정부로부터 인정되고 있지 않아 무용지물입니다. 여기 학생들은 대부분 한국으로 돌아갈 확률이 높아, 100 퍼센트 모든 학생들이 한국 검정고시를 볼 수밖에 없어요”

그는 정부가 지역적 환경을 고려해서 우리 정부 한국학교를 설립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건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정규 한국학교를 세우려면 학생들이 더 많아야 한다는 답변뿐이었다.

“캄보디아 정부는 이상하게 생각해요. 우리나라는 매년 20만명이나 캄보디아로 관광을 오고 있는 나라가 아니냐. 10대 경제 강국으로 불리는 나라에서 자기 아이들을 가르칠 장소를 제공하지 못하냐고 의아해 합니다”

이렇게 공부할 곳이 없으니 수원시 등 한국 지자체에서 보내는 교육 자재 지원도 쓸모가 없다.

“공간이 없는데 컴퓨터가 무슨 소용이겠어요. 그러나 가장 어려운 것은 선생님들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지요. 자원봉사 선생님을 구하는 것도 한계가 있죠.”

이영희 교장은 마지막으로 “한글학교를 운영하지 못하면 우리 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집니다”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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