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말은 많은데...” 초점 놓친 동포교육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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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은 많은데...” 초점 놓친 동포교육 간담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8.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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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지원, 교사파견 등 제안은  ‘줄줄줄’
홀로 나선 교육부 “감당 어렵다” ‘진땀’

“사실 한글학교는 재외동포재단이 주관하도록 결정이 됐습니다. 교육부는 교과서 정도에 관해서 담당하는데요. 어쨌든 맡은 부분에서는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재외동포교육을 총괄하는 이은우 국제협력국장은 지난 3일 진땀을 흘렸다.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이 주최한 ‘한국어교사 초청연수’ 중 10여명의 교사들과 간담회를 개최한 그는 “한국어교사들의 현실적 고민이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한글학교 정책과 개선 방향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있었지만 교육부만이 답변하기에는 벅찼다.

이명옥 재독한글학교교장협의회 회장은 “업무중복을 피하기 위해 교과부의 업무가 재외동포재단으로 이전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러한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유럽에 대한 지원금이 줄어들었다. 이럴 바에 업무가 일원화되는 게 무엇이 바람직한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강여규 유럽한글학교협의회 회장은 “현지 한국교육원장이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과 관련 20% 정도의 비중만 두겠다는 발언을 했다.  해외 한글학교에 대한 지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뉴욕에서 온 이정혜 교사는 “한글학교들이 획기적인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1년에 한 두 곳이 매년 없어지고 있다. 한국어반이 늘어나야 한국어가 AP(advanced placement)과정으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 측의 지원을 요청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온 양은희 교사는 “재외동포재단이 진행하는 사이버교사과정에서 수업을 들었다. 전문과정이어선지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려웠다”고 말했다.

고정미 뉴질랜드 와이카토 한글학교 교장은 “한국어교사 자격증을 받으려면 한국에서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을 올 수는 없다. 현지로 찾아가는 교사연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교과서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뉴욕에서 온 고은자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교육부장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역사교육에 대한 자료가 부족하다”고 말했고, 케냐 나이로비에서 온 김추화 교장도 “교과서 배포시기가 안맞는다. 아이들이 쓰던 책을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쓰곤 한다”고 지적했다.  쿠웨이트에서 온 박향미 교사는 “2세들을 위해 아랍어로 설명된 교재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중국 심양에서 온 심유석 교장는 “한글학교에 대한 단계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됐으면 좋겠다. 내년도 지원비가 안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사업을 계획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지는 보충 질의 시간에 한 교사는 “한글학교가 자생적으로 생겨난 단체라고 언제까지만 봉사활동을 요구하는가. 체계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한글학교를 보는 시선을 바꿔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한글학교 교사들의 요청과 질문에 대해 이은우 국장은 “표준교육과정을 정비하고, 수요조사시기를 정확히 해서 교재 배포시기를 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교육 자료를 올려놓고 다운받게 하도록 개선하겠다. 인터넷 사정이 어려운 곳은 CD를 보내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역할분담을 조정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책임지고 있는 이상을 해결하기 어렵다. 외교부와 얘기해서 부처 간 조정을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행사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이광규 진흥재단 공동대표는 “이쪽 분야를 수십년 동안 연구한 나도 헷갈릴 정도로 각 지역의 이야기가 다양하다”면서 “이런 자리에 외교부, 동포재단, 문광부, 국어원, 교육부 등 동포교육 관련 관계자들이 다 참석해 들어야 한다”고 말해 참석한 교사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