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한국전 참전비 제막 기념식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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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한국전 참전비 제막 기념식을 다녀와서
  • 오덕술 피지한인회장
  • 승인 2009.08.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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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덕술 피지한인회장.
지난달 호주 N.S.W 주 정부의 초청으로 시드니에 건립된 한국전 참전비 제막식에 참가 하기 위해 피지를 떠나 시드니에 도착했다.

오후 6시부터 시작하는 대한민국 국가 보훈처장의 초청 리셉션에 참석했다. 평소에 보기 드문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팔순을 훌쩍 넘긴 듯한 호주인들 이 가슴에 훈장과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아들인지 손자인지 모르는 젊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입장했다.

한편 나이가 비슷한 한국분들도 가슴에 훈장과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입장을 하는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이내 한참 젊어 보이는 도저히 6.25 전쟁에는 참전하지 못했을 것 같은 사람들도 가슴에 훈장과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들어 오는 게 눈에 띄었다.

훈장을 가슴에 더 이상 달 수 없을 만큼 많은 분들부터 하나도 달지 않은 분, 청소년인데도 훈장과 기장을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옆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젊어 보이는(60세 안팎) 교민 분들은 월남전에서 전공을 세우고 받은 훈장과 기장이라고 하며, 호주인들 중 청소년이 달고 있는 것은 훈장을 수여 받은 사람의 직계 자손이라고 한다. 나는 그제서야 “아~!” 하면서 이해를 했다. 알고 보니 국가가 내리는 훈장은 보훈 법에 따라 직계 손에게 연계가 된다고 했다.

1부 순서인 양국 국민의례에 이어 행사에 참가한 그람웨스트(Graham West) 호주  뉴싸우스웰스(NSW) 주정부 보훈처 장관, 시드니 총영사관의 김응남 총영사, 김 양 대한민국 보훈처 처장,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고종석 부회장, 백낙윤 참전비 건립추진위원장 등으로 축사와 답사 등이 끝나고 6명의 한국전 참전 용사인 호주 예비역 군인들에게 평화의 사도 기장 수여식을 끝으로 1부 순서가 끝났다.

2부 순서에서는 호주 문학협회의 이혜숙 시인이 한국전에서 전사하신 분들에게 받치는 시를 낭랑하게 낭송했고, 무용가 이지연 씨가 창작한 추모 무용에 이어 많은 분들의 가곡, 민요, 전통무용 등의 공연과 기념촬영을 끝으로 첫날의 행사는 끝났다.

다음날은 10시에 제막식이 시작되어 제막식 현장으로 달려갔다. 이번 제막식 행사 일체를 기획에서부터 마무리까지 NSW 주 정부가 주관이 되어 치르는 것이라 했다.

제막식이 시작되기 전 근처에 있는 대형 풋볼 구장 내에서 간단한 다과와 교제를 나눈 후 제막식 현장으로 이동하여 식이 시작되었다.

한국인과 호주인들이 함께하는 창작 무용으로 영혼을 달랜 후 각 기관장들과 대표들의 헌화를 끝으로 제막식이 끝났다.

6.25 한국전에 참전하여 전사한 호주 군인들이 400명이라 한다. 당시 대부분의 그들은 한국이 어디에 붙어있는 어떤 나라인지도 모르면서 참전하여 전사했을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본의 아니게 참전비 건립추진 위원장으로 일하는 백낙윤 회장을 따라 경기도 가평군에 가서 건립비에 사용될 돌을 호주 시드니까지 운반하는 업무를 보는데 따라 다니던 중 호주 보훈처에서 가평군의 어느 골짜기 돌을 꼭 사용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평 전투 때 그 골짜기에서 가장 많은 호주 군인들이 전사를 했기 때문이라 했다.

이렇듯 이들은 국가를 위해 파병되어 전사한 영령과 그 가족을 위로하고 후손들에게 알리고자 돌 하나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따라 다닌 것이 다고, 실제 한 것은 없다. 그런데 공로자라고 해 호주 정부로부터 초청되어 참석한 것이다.

참으로 부끄럽다.

노동 쟁의 현장에서 과격시위를 하다 운명을 달리한 사람은 열사가 되고, 국가 안보를 위해 시위현장에서 전사한 전의경들은 소리 없이 묻혀버리는 그런 세상은 안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