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도 객석도 흐느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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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도 객석도 흐느껴 울었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8.1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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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한인여성합창단·재독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고국 방문 공연

사진제공 = 동대문청소년 오케스트라

지난 5일 서울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낯익은 선율이 객석으로 울려펴졌다.

“동그라미 그리려다 무심코 그린 얼굴 / 내마음 따라 피어나던 하-얀 그 때 꿈을…”

재독한인여성합창단의 고국방문 두번째 무대였다.

배종훈씨가 지휘봉을 잡은 재독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의 반주가 합창의 선율을 따라 흐느끼듯 파도 쳤다. 50명의 합창단은 이날 민요 ‘도라지타령’과 재독성악가 정용선이 작곡한 ‘고향의 얼굴’ 등을 무대에 올렸다.

이에 앞서 4일 고양시의 아람음악당에서 열린 연주회에서는 ‘새타령’과 ‘울산아가씨’ 같은 낯익은 곡들도 선보였다.

“우리는 간호사로 70년대에 독일로 떠났습니다. 거기서 지금까지 재외동포로 살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고국이 그립고, 옛 얼굴들이 보고 싶어 노래하는 모임을 만들어 노래하기 시작했습니다”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재독한인여성합창단 이완순 단장의 말이다. 그는 1971년 간호사로 독일에 건너가 독일인 남편과 결혼해 정착해 호텔업 등을 경영하고 있다. 다시 그의 말이다.

“2007년 독일 8·15 광복절 행사에서 첫 공연을 하고, 그해 11월 도르트문트에서 정식으로 만들었지요. 정용선 합창단 상임지휘자의 헌신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오늘도 없었을 것입니다”

정용선 지휘자는 도르트문트 오페라극장에서 바리톤 가수로 활약하는 성악가.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한 후 1991년 독일로 건너가 도르트문트 음악대학을 마치고 95년부터 도르트문트 오페라단 단원으로 일하고 있다.

“도르트문트에는 300명의 우리 교민이 있습니다. 한인회도 만들어져 있으며, 저도 2005년에서 2007년까지 2년동안 한인회장을 맡아서 일했지요”

이렇게 말하는 정 지휘자는 한인회장 시절이던 2007년 4월 독일에 있는 한국계 음악인들을 모아 프로페셔널한 오케스트라를 조직해 지금 단장을 맡고 있다. 이번에 재독한인여성합창단과 함께 한국 공연을 하고 있는 재독한인심포니오케스트라가 그것이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한인 음악가가 1천800명에 이릅니다. 이들을 모아 오케스트라로 만든 것이지요”
독일에서 한인들로 만들어진 이 오케스트라는 해외에 사는 소수민족 단일 오케스트라로는 유일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 180여명이 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 오케스트라의 김신경 악장은 세계 정상급의 바이올리니스트입니다. 다른 단원들도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갖고 있지요”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창단 이래 지난 5월 베를린 필 컨서트홀 공연에 이르기까지 이미 7차례 공연을 했다.

“한국을 알리자는 뜻에서 만든 오케스트라여서 연주회때는 늘 우리 작곡가의 곡을 넣어서 공연합니다. 우리 차세대 젊은 작곡가들의 곡도 소개하지요”

이에 따라 이번 서울 공연에도 우리나라 작곡가 이건용의 발레 모음곡 ‘바리공주’의 곡들을 베르디의 ‘춘희’, 비발디의 ‘사계’ 등과 함께 선보였던 것.

“이번 재독한인여성합창단의 공연은 정말 뜻깊은 것입니다. 꽃다운 시절, 사랑하는 부모 형제와 고향 산천을 뒤로 하고 머나먼 이국땅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했던 분들이 모국에 와서 고향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지요”

이렇게 말하는 정 지휘자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모국에 대한 사랑이 없이는 이뤄지기 어려운 공연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이 한국보다 몇배나 큽니다. 거기서 흩어져 살고 있는 분들이 모여서 합창단을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완순 단장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지금까지 이어져 오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합창단 단원이자 합창단의 고국공연 추진위원장을 맡은 박학자씨의 소개다.

그의 딸도 재독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가입해 이번 서울공연에도 참가했다.

“어렵사리 모여서 노래를 부르면 눈물이 나와서 주체를 못합니다. 옛날 생각이 나고, 지나간 세월이 아쉬워서지요”

이완순 단장은 칼스루에와 도르트문트 등에서 호텔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덕분에 각지에서 온 단원들이 2박3일간씩 이 단장의 호텔에 머물면서 연습을 한 게 이번 고국방문 공연으로 이어지게 되는 계기였다는 것이 박학자 추진위원장의 설명이다.

“매년 몇차례씩 모입니다. 이번에 오기 전에도 3번이나 모였습니다. 그리고 오자고 했는데, 베를린서 새로 8명이 고국방문 공연에 참여하겠다고 연락해왔어요. 안 된다고 할 수 없어서 악보를 보냈습니다. 그리고는 모두가 다시 모여 리허설을 했습니다”

이번 한국방문 공연은 참가자들이 항공료를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이처럼 어렵게 이뤄진 합창단의 모국방문 공연이어서 참가자는 물론, 객석에서 듣는 청중들도 반응들이 뜨겁다.

“독일에 건너가 40여년을 지내다보니 한국에 있는 친척과도 서먹해졌는데, 이번 공연으로 다시 친해졌어요. 4일 고양시의 아람음악당 공연에는 30명이나 되는 친척들이 공연을 보러 왔지요”

이렇게 소개하는 이완순 단장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도왔습니다. 특히 공연단 숙소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 연희동에 있는 소순범 사장님은 분양 안된 주택 3채가 있는데 숙소로 제공하겠다고 바로 승낙하시더군요. 얼굴도 한번 보지 않은 사이였는데도 말이지요”

이밖에도 합창단 단원이면서 독일에서 물심양면으로 밀어준 이영숙씨 등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끝에 이번 공연이 성사됐다고 얘기한다.

재독한인여성합창단과 재독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고양, 서울, 8일 부산문화회관 대강당에 이어 11일에는 광주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또다시 무대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