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동북공정때문에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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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동북공정때문에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바뀌었다
  • 강성봉
  • 승인 2009.07.2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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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일 ‘제114차 희망포럼’에서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 강연했다.

이글은 지난 10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서재진 통일연구원장이 ‘최근 북한동향과 남북관계 동향’이라는 주제로 행한 114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 서재진 통일연구원장.
1980년대 말 냉전체제의 붕괴로 북한은 체제위기를 맞게 된다. 이 때 북한이 선택한 생존전략이 핵개발과 부분적 개혁개방이다. 개혁개방을 위해 북한은 일본과 국교정상화를 추진하고, 남한과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국제적으로는 UN에 가입하고 국내적으로는 나진선봉경제특구를 지정해 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핵개발과 개혁개방은 서로 상충되는 전략이었다. 일본에 50억달러의 식민지 배상금 협상을 전개하고, 남한과 8차례 총리급회담을 갖는 등의 개혁개방 노력은 92년 핵문제가 제기되면서 파국을 맞게 됐다.

이때부터 북한은 본격적으로 핵을 협상카드로 하는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한 마디로 이후 17년간의 북한 역사는 핵게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북은 생존전략의 마스터키를 핵에 두고 미국과의 협상에 올인했다.

그러나 북한이 구사한 협상방식은 일반적인 협상방식과 달랐다. 북한은 도발적 방식으로 상대를 자극하여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여 협상력을 높이는 방식을 구사했다. 북한은 미국과는 협상하면서 나머지 세계와는 대결하는 방식을 구사했다.

북한은 이러한 그들의 협상방식을 성공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것은 잘못된 전략이다.

국제사회가 북의 핵게임을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에 6자회담이 개최됐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실시하기 전에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는 있었다. 2008년 11월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함으로써 북미관계의 획기적인 변화가 예정되어 있었다. 북한이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는 것은 미국의 수출관리법, 대외원조법, 국제금융기관법, 국제무기거래규제법, 적성국교역법 등의 적용대상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의 관계개선은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수반하여 100억달러 정도의 식민지 배상금을 받게 되어 경제에 숨통을 트게 될 수도 있었다.

에너지 문제도 해결될 가능성이 있었다. 미국의 힐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완료하고 NPT에 복귀하면 경수로제공을 약속했던 2005년 9.19 베이징 합의대로 경수로 지원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러나 북한은 이 좋은 기회를 강경책을 씀으로써 놓쳐버렸다.

오바마대통령 취임직전부터 북한의 도발은 시작되었다. 올 1월 13일 북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정책과 핵위협의 근원적인 청산이 없이는 100년이 가도 우리가 핵무기를 먼저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1월 17일엔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중앙통신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대미 관계정상화와 핵문제는 철두철미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무슨 말인가? 북미관계가 정상화 되도 결코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한 미국의 대답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서 나왔다. 클린턴 장관은 2월 14일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때만 북미 정상화 용의가 있다"고 밝혔고, 2월 17일 아시아 순방 첫 번째 국가인 일본에서는 북한에 미사일 실험을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경고했다.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미국을 자극하여 협상테이블로 이끌어 내기 위해, 4월 5일 인공위성 광명성 2호 발사, 5월25일 2차 핵실험 감행, 이후 6자회담 불참 선언 등의 강경책을 연속 구사했다.

북한의 이러한 책동에 대해 미국은 ‘나쁜 행동에는 보상이 없다’는 원칙으로 맞서고 있으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북의 2차 핵실험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무기금수, 화물검색, 금융제재 등 초강경 대북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결의 1,874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그러면 북한이 이처럼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북한사회의 심각한 동요가 원인이다. 그 때문에 남한, 미국 등의 국제사회와 긴장을 조성해 사회통제를 강화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평양에는 대략 친중파, 친남파, 후계자옹립파 이렇게 세 가지 여론 그룹이 있다. 친중파는 개혁개방을 왜 안할까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친남파는 지난 10년간의 남북교류를 통해 생겨났다. 후계자옹립파는 새로운 정책을 낼 수 있는 인물로서 대를 이어 후계자를 모셔야 한다고 보고 있다.

두 번째는 미국의 오바마정부가 새로운 전략을 추구한데서 찾을 수 있다. 오바마정부가 들어섬으로써 중동 남미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것이 미국이 북한을 더 조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세 번째는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관계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이명박대통령이 부시전 대통령과 친밀한 모습을 보인 것과, 이ㆍ오바마 6.15 한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미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

한반도를 보는 미국의 관점 또한 달라졌다. 미국은 중국의 동북공정을 대하는 한국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한국과 중국 사이의 역사적 갈등을 확인하고는 한반도 정책을 바꾸게 되었다. 한국을 통일시켜 중국의 헤게모니를 견제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동북아전략이 수정된 것이다.

현재 북한사회 내부는 급변하고 있다. 6~70대는 사회주의 체제 회복을 원하지만 5~60대는 ‘왜 우리는 개혁개방을 안할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개혁 개방은 새로운 세대의 대세이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이루어지면 혼란과 불안정이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친중국가로 가느냐, 친남 국가가 돼 한반도 통일로 가느냐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북한 주민들과 북한 사회의 지도자들의 대남 친화력을 높일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복지와 자유를 보장하고, 집과 토지의 사유를 보장해 통일이 되면 바로 중산층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