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위한 ‘생득권 프로그램’ 시작해야”
상태바
“입양인 위한 ‘생득권 프로그램’ 시작해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7.27 11: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정상기 국립국제교육원장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프로그램
100명 참가규모는 올해가 처음

지난 22일 서울 서소문의 올리브타워에서 이색적인 모임이 열렸다.

‘덴마크, 노르웨이, 미국…”

사회자가 나라별로 참가자들을 소개하자, 장내에 박수가 쏟아졌다.모두 영어로 진행된 회의였다.

정상기 국립국제교육원장이 연단에 올라 인사를 했다.

“여러분은 어려서 우리나라를 떠났습니다. 입양돼 갔습니다”

국립국제교육원이 주최하고, 사단법인 해외입양인연대가 진행한 ‘2009 홈커밍 프로그램’ 이었다.

7월22일부터 29일까지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이뤄진 이 행사에는 미주와 유럽 10개국에서 온 재외동포 입양인 98명이 참가했다.

“어릴 때 해외로 입양을 간 사람들이 모국에 대해 갖는 느낌은 남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의 가슴을 열게 하고, 따뜻하게 하며, 안아줄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번 홈커밍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정상기 원장의 소개다. 국제교육원은 수년전 20명이 안되는 소규모로 입양인들을 위한 행사를 치른 적은 있으나, 이번처럼 100명 규모의 큰 행사는 올부터 시작했다.

왕복 항공료와 체제비 등 일체의 비용을 국립국제교육원이 부담한다.

우리나라에서 해외로 떠난 입양인 수는 16만명. 1950년 6.25 전쟁이래 지금까지 미주와 유럽의 서구 14개국으로 입양돼 갔다.

최근 몇 년간에도 매년 1천명 남짓한 수가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이들 입양인중 상당수는 이미 고등교육을 받고 현지 주류사회에 편입돼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에서는 입양인이 현지 우리 교민의 수보다 훨씬 많아요. 교민들이 2000명 남짓인데 비해 입양인수는 9800명에 이릅니다”

이처럼 수가 많아지고,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각 지역의 입양인들은 자체 모임을 만들어 친목을 도모하고 정체성을 살리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는 여름이면 입양인들의 캠프가 열립니다. 중국 필리핀 등 각국에서 입양돼 온 아이들이 미국의 부모들과 함께 캠프에 참가해서 자신의 정체도 확인하고, 친구들도 사귀지요”

한국에서 입양돼 온 학생들도 약 500명이 모여서 캠프를 한다는 게 정원장의 얘기다. 이 때면 덴버의 한인사회는 캠프 참가자들을 위한 자원봉사활동에 나선다고 한다.

정 원장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를 역임했다. 그는 총영사시절 이 행사에 영사를 파견해 지원하는 등 큰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해외의 유태인을 위하여 생득권(Birthright)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이스라엘 정부와 해외의 유태인 커뮤니티가 같이 진행을 하지요. 18세에서 26세 사이의 젊은이들을 이스라엘로 초청해 열흘간 자유롭게 돌면서 조국을 느껴보도록 하는 프로그램이지요”

이스라엘은 이 프로그램을 이미 10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매년 2만명 이상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는 게 정 원장의 설명이다.

참가자들에 대한 왕복항공료는 물론, 이스라엘 내에서의 체제비용 일체를 이스라엘 정부와 해외의 유태인 커뮤니티가 나누어 부담한다.

유태인으로 태어난 청년들에게 조국을 공짜로 구경하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인 것이다.

“프로그램을 마친 참가자들이 조국에 대해 어떤 느낌을 가질지는 짐작할 수 있겠지요”

이 프로그램은 해외유태인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살리고, 본국과의 유대를 굳게 하는 역할을 하면서, 나라의 품격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라는 게 정원장의 소개.

“우리도 미래에는 이 같은 정책을 펴야 합니다. 입양인으로 떠난 이들에게라도 우선 먼저 이 같은 생득권 프로그램을 진행할 필요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정 원장은 올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이 같은 정책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