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가르치는 미국 정규 학교 500개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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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가르치는 미국 정규 학교 500개 만들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7.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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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재수 로스엔젤레스 총영사

변호사 출신의 첫 재미동포 해외공관장

▲ 김재수 LA총영사.
재외동포 출신으로 해외공관장이 된 김재수 로스엔젤레스(LA)총영사가 지난 6일 서울을 찾았다.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그는 세계한인언론인연합회(회장 정락석)가 수여한 ‘자랑스런 한국인상’을 받았다. 재외동포 참정권 실현에 기여하고, 한미 FTA타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 선정 이유.

“휴가를 내고 왔습니다. 영광스런 상이기는 하지만, 공적으로 올 일은 아니어서….”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인터뷰도 한사코 거절했다. 휴가로 온 서울에서 공공연히 언론에 얼굴을 내밀기가 거북해서였을까. 김재수 총영사는 사실 본지와 인연이 깊다. 미국 변호사이기도 한 그는 한때 본지 편집위원을 맡아 법률상담을 하거나 기고를 했었다.

이 때문에 이날 짬짬이 나눈 대화와 나중에 식사하면서 들은 이야기 등을 모아 인터뷰로 정리했다.

김재수 총영사는 재외동포로 첫 해외공관장이 됐다. 그것도 교민인구가 70만명을 헤아리는 LA지역의 총영사를 맡아 이미 1년을 지냈다.

해외에 교민으로 지내다 보면, 공관에 대해 불만을 갖기 마련이다. 공관이 교민사회에 멀지도 않고 가깝지도 않은 이른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스탠스를 취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이같은 불만을 느꼈을 그가 공관장이 되어서는 어떠할까?

“현지 신문기자가 지난해 제가 현지 행사에 참가한 회수를 체크했어요. 모두 300개가 넘는 행사에 참석했다고 하더군요”

이 때문에 ‘발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그는 밝힌다. ‘발로 뛰는 총영사’라는 뜻이란다. ‘발총’의 특징은 이처럼 교민들과 많이 만나기다. 행사마다 얼굴을 내밀고, 교민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려고 한다는 것이다.

“총영사관 안에서도 만나는 모임을 많이 갖습니다. 간부들이 아닌 행정원들과의 회의를 시작한 것도 그 일환이지요”

그는 총영사로 부임한 후 행정원과의 모임을 정례화했다고 한다.

“행정원들은 영사관의 얼굴이자 입이지요. 이들이 교민들과 직접 대면하니까요”

짬짬이 나눠들은 얘기이다 보니 그가 부임한후 영사관에서 일어난 시시콜콜한 변화를 알기는 어렵다. 그럼 그는 요즘 어떤 일에 힘을 쏟고 있을까?

“관내 초중학교들이 우리 한국어로 수업하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국어가 제2외국어로 지정되도록 애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말로 강의하는 학교가 미국에서 500개 학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말 교재가 현지 실정에 맞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미국 정규학교에 다니는 우리 2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내용을 담아야지요”

우리말 수요자들의 니즈(needs)와 동떨어진 교재로는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재수 총영사가 관심을 쏟고 있는 또 한 분야는 한미간 인적 교류를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경남 고성과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이 자매결연을 했어요. 아리조나 투산과 울릉도 사이의 자매결연도 추진중입니다”

이 덕분에 지난해 아리조나 투산시는 울릉도 학생들을 초청해 미국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올해도 이같은 일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지난해 LA한인축제에 한국 지자체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영동군은 포도를 선보였고, 상주 인천 전남 제주도는 자체 부스를 만들어 특산물들을 소개했지요”

그러나 그가 재외동포출신 총영사로서 특장을 가진 또 다른 분야가 있다. 미국 주류사회와 가깝다는 점이다.

“교민들의 장점이 주류사회 인사들과 네트워크가 있다는 점이지요. 이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국관계를 강화하도록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가 한미 FTA 의회 인준을 돕기 위해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활발히 접촉하고 있는 것도 교민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덕분이다.

재외동포로 LA총영사라는 요직에 앉은 그가 이제 집무 2년째를 맞았다. 이제 ‘물이 오를대로 올랐다’는 얘기다. 과연 그가 전임자들과 얼마나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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