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의 독도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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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의 독도 강연
  • 김인구
  • 승인 2009.07.13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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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구(시드니 한국신문 편집인).
“일본 정부의 ‘독도 고유 영토설’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일본은 역사상 세 번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스스로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과 13일 시드니에서, 14일 브리즈번에서 열린 ‘독도 강연회’에서 독도가 왜 한국 땅인지를 역사적 사실을 들어가면서 조목조목 설명한 사람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한국으로 귀화한 일본인이었다.

그리고 그의 설명을 듣는 이들은 모두 한국인.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인 이들도 있었으나, 처음 듣는 이야기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 모습을 만약 호주인들이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한국인들은 왜 제 나라 땅에 대한 이야기를 이웃 나라 교수로부터 듣고 있나’라는 의문을 갖진 않을까? 그것도 한인사회에서 열린 최초의 외부인사 초청 독도 강연회에서…

세 차례 강연 현장에 있었던 남녀노소의 한인들, 강연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그러한 강연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한인들 중 이런 생각을 가져 본 이는 얼마나 될까?

또 우리 역사 자료를 스스로 찾아 보지 못한 것이나 일본인 연사로부터 사실(史實)을 전해들어야 하는 상황을 조금이라도 부끄러워 한 이는 있었을까?

일본인 연사는 왜 10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먼 호주까지 와서, 한인들에게 과거 자기 나라였던 일본 정부의 주장이 틀렸다고 설명한 것일까?

귀화는 했지만 그의 몸에는 일본의 피가 흐르고 있다. 그에게 ‘나라를 배신한 ×’라고 비난하는 일본인들은 없을까? 그는 그러한 비난을 어떻게 이겨낼까?

그의 설명으로 의문이 다소 풀렸다.

그는 국제정치를 전공한 학자로서의 양심과 책임감이 그를 ‘독도 전도사’로 나서게 했다고 말했다. 비록 자신이 태어난 나라 정부의 주장이라고 해도 ‘역사 왜곡’은 학자로서 그냥 넘기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가 호주까지 와서 한인들을 대상으로 독도에 대해 강연을 한 이유도 단순했다.

“만약 일본인들이 여러분들에게 ‘왜 독도가 한국 땅이냐’, ‘그 근거가 뭐냐’고 물어 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한국인들이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아야,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역사 왜곡’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확고한 생각이었다.

오로지 ‘역사 왜곡’ 주장에 맞서기 위해 국적까지 포기하고 강연과 글에 전념하고 있는 그에게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빼앗긴 것 같아 조금 부끄러웠다.

동시에 걸핏하면 ‘역사 바로 세우겠다’며 과거 정권을 공격했던 한국과 호주 내 한인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독도 역사 바로 세우기’에 동참하고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세 차례의 강연에 참석한 한인들 숫자는 300명을 넘지 못했다. 평균 100명도 안된다. 그동안 시드니 한인회관에서 열렸던 다른 강연에 비하면 너무 초라하다.

강연 내용만 놓고 보면, 그 어떤 강연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왔어야 했는데, 왜 한인들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일까?

시간이 없어서? 다 아는 이야기라서? 아니면 우리 땅을 굳이 우리 땅이라고 할 필요가 없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내 아내를 매번 ‘내 아내다’라고 이야기해야 하느냐”는 논리로 ‘조용한 독도 외교’를 주장했었다.

그러나 내 아내도 남편이 오랫동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마치 ‘임자 없는 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어떤 이유로도 독도 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용인되긴 어렵다. 제 나라 국민이 관심을 갖지 않는 ‘돌섬’을 누가 애써 ‘그래 당신들 땅이야’ 라고 인정해 주겠는가?

남의 나라 역사라고 할 수 있는 구약성경은 달달 외우면서 제 나라 역사책은 손에 잡아 보지도 않는 우리들의 모습을 부끄러워 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계기로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필요가 있고, 해야만 한다.

우리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와 조상이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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