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 내리면 ‘태권도의 나라구나’ 알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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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 내리면 ‘태권도의 나라구나’ 알 수 있도록 하자”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7.13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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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버시아드, 태권도 금메달 5개 늘어 21개로”

▲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지난달 중순 아제르바이잔에서는 새로운 모습의 태권도 경기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아제르바이잔은 이란 위쪽의 카스피해에 연해 있는 나라.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조정원)이 주관한 2009WTF월드컵태권도단체선수권대회가 이 나라에서 열렸다.
이 대회는 새 연맹규정이 적용돼 경기장은 더 작아졌고, 경기의 박진감도 더해졌다. 심판의 판정에 항의하는 일이 단 한 차례 일어나지 않은 것도 예전과는 다른 모습.

이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조정원총재를 서울 강남구의 WTF 본부 사무실에서 지난달 23일 만났다.

“새 규정이 적용된 첫 대회였지요”

이렇게 말하는 조총재는 이번 대회가 만족스러웠던 듯 입가에 웃음기를 잃지 않는다.

“지난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WTF의 뉴비전 선포식에는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을 비롯해 데니스 오스왈드 하계올림픽국제경기연맹연합(ASOIF) 회장, 하인 페르브루겐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회장 등 국제스포츠계 지도자 70여명이 참석해 축하해줬어요”

뉴비젼 선포식은 WTF의 스위스 로잔 사무소 확장개소식을 겸한 행사. WTF회원국이 188개국으로 늘어나는 등 태권도의 글로벌화에 발맞춰 국제 홍보 및 세계화 전략 추진을 위해 확장한 것이라는 게 조총재의 설명이다.

“WTF본부가 있는 서울사무소는 기술개발과 재정분야, 로잔사무소는 국제 관계에 중점을 두고 일을 하게 됩니다”

조총재는 “이를 통해 WTF가 한단계 더 도약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 최근 일각에서 나오듯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탈락될지 모른다는 우려는 불식될 수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해 조총재는 올림픽 탈락설이 나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태권도가 올림픽에서 빠져야 할 이유도 없지요. 축구 다음으로 세계인들이 즐기는 스포츠인데요”

그는 최근 얘기가 나도는 배경을 의식한 듯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장께서 얼마전 미국을 방문해 발언한 내용을 지인으로부터 연락 받았습니다. 기우 같은 것이지만 그래도 걱정을 해주시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준표 대한태권도협회회장은 지난 6월초 LA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빠질 우려가 있어서, 자신이 최근 남아공 등 아프리카 3국을 방문해 IOC 위원들을 만나 당부했다고 밝혔다.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남도록 하는 것은 WTF의 조총재가 할 일이지만, 그의 영향력이 약해서 돕기 위해 나섰다는 게 홍회장의 변. 나아가 그는 “향후에도 북아프리카와 유럽의 IOC 위원들을 만나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이에 대한 조총재의 반응은 담담하다.

“지난주에도 IOC집행부가 현행 26개 종목이 그대로 가는 것으로 재확인했어요. 태권도가 가맹국수나 스포츠인구로 봐서 올림픽에서 빠질 수가 없어요. 태권도가 빠질지 모른다는 얘기가 나오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에요”

그럼 왜 그런 얘기가 나올까? 우리나라서 그 얘기가 나도는 이유는 뭘까? 조 회장은 웃음으로 대신할 뿐 구체적으로 답하기를 망설인다. 누군가 이를 의도적으로 퍼뜨린다는 뜻일까?

“우리들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홍준표 회장께서도 도와주시면 좋지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태권도는 사람을 갈라지게 하는 게 아니라 마음을 묶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태권도는 한국 사람이 세계 사람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더 이상 ‘한국인만의 스포츠’가 아니라는 얘기다.

“베오그라드 유니버시아드가 곧 열려요. 나도 참석하는데, 주목할 것은 그동안 20-25개 종목으로 치르던 경기가 이번에 세계경제위기로 인해 15개 종목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태권도는 남녀 8체급 금메달 16개에다 품새 이벤트 금메달 5개가 이번에 새로 추가됐어요”

경제위기로 가라데 레슬링 핸드볼 사격 조정 카누 경기가 빠졌는데도 태권도는 이번에 금메달이 5개나 더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는 의미있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어요. 태권도 금메달이 육상 수영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겁니다”

조총재는 이것이 국제 무대에서 우리 태권도의 위상이라고 얘기한다. 국내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세계 무대에서 태권도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는 게 아니라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포르투갈에서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들이 모여 벌이는 경기에도 태권도가 들어가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비올림픽종목으로만 경기를 벌이는 월드게임에도 태권도의 품새가 다음 대회부터 들어가게 됐다고 한다.

“소림사의 무술이 있는 중국에서도 우리 태권도를 초등학교에서 필수과목으로 하는 학교들이 생기고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태권도 하면 우리나라가 떠오르도록 홍준표 의원을 비롯한 유력자들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

“공항은 나라의 관문이잖아요. 인천공항에 내리면 한국은 태권도의 나라구나 하는 느낌을 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입국장에 태권도 사진을 걸어도 좋고 조각상을 둬도 좋아요. 공항로에 세워도 좋고, 외국인이 많이 찾는 인사동에 둘 수도 있어요”

이렇게 말하는 그는 “태권도는 바른 사람을 만드는 바른 운동”이라면서 “이것을 세계에 홍보하는 것은 WTF뿐만 아니라 한국인 모두가 해야 할 일”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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