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연회장 물러나라” … “물러나지 않겠다” 입장차만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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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연회장 물러나라” … “물러나지 않겠다” 입장차만 확인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6.29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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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한인회장단 ‘징검다리 회의’ 참관기

▲ 세계한인회장대회 둘째날인 지난 24일 열린 지역별 현안토론에 참가한 유럽 한인회장들.

 “15개국 한인회장이 스웨덴에 모여서 김다현 유럽총연 회장이 물러나라고 결의한 것은 쿠데타와 같은 것이다. 인정할 수 없다”

“오죽 했으면 그런 방식으로 의견을 표명했겠는가. 김다현회장은 물러나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김회장을 무시하고 대행체제를 만들겠다”

이번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한 유럽한인회장들은 대회기간 내내 이 문제를 둘러싸고 징검다리 회의를 강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른바 ‘스웨덴쿠데타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지난 5월 중순 유럽 15개국 한인회장들이 스웨덴의 스톡홀름에 모였다. 이중 4개국은 의결권을 위임해 사실상 11개국 한인회장이 모였다.

이중에는 영국의 서병일회장, 프랑스의 임남희회장, 스페인의 고광희회장, 독일의 이근태회장 등 우리 교민이 많은 나라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당시 마라톤 회의끝에 △유럽총연의 비합리적 운영방안과 총연회장의 선출방식을 더 이상 인정할 수 없다 △오는 7월30일까지 김다현회장의 명예로운 퇴진을 권유한다 △이와 함께 각국 회장들만이 참여한 회의에서 신임 총연회장을 뽑는다는 세가지 방안을 확정하고, 언론에도 이를 알렸다.

이번 세계한인회장대회에서 유럽각국회장들이 징검다리 회의를 개최한 것은 이와 관련된 내용.

첫모임은 24일 저녁이었다. 지역별 현안토론 모임에서 얼굴을 맞댄 유럽 각국회장단과 김다현 총연회장측은 이날 저녁 워커힐의 한 회의실에서 만나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이 대화는 곧 무산됐다.

“성명서를 왜 언론에 보냈는가. 그래놓고 명예로운 퇴진이 가능한가. 개선을 하자면 총연 총회에 나와서 하라”고 주장하는 김다현회장이 특유의 거친 반응을 보이면서 회의장이 곧 바로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바뀐 것.

이튿날인 25일 저녁에도 양측의 회의가 이어졌다.이날은 전날과 같은 ‘참사’는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구난방의 공방전만 거듭했을 뿐 눈에 띄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양측은 5개국 회장으로 구성되는 정관개정 소위가 새 정관을 만들자는 데까지는 동의했으나 이를 누가 비준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갈려 결론없이 끝났다.

서병일 영국회장 등 ‘스웨덴사건’을 일으킨 측은 각국 회장들로 구성된 회의에서 이를 비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김회장측은 현행 총연 총회에서 비준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은 것.

서병일 영국회장은 “영국에는 나를 포함해 5명이 투표권이 있다고 하지만, 영국회장인 나도 그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나머지는 김다현회장이 임명했다. 이런 시스템 아래 정관개정안을 투표한다면 통과가 되겠는가”라면서, 김회장측이 억지주장을 편다고 비난했다.

반면 김회장측은 “총연을 개혁하자면 총연 총회에서 해야지, 각국 회장들의 모임에서 개정안을 비준하겠다는 것은 총연의 규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반대측을 비난했다.

세계한인회장대회 마지막날인 26일에도 유럽 회장단측이 아침 식사시간과 점심 식사시간을 이용해 연거푸 회의를 갖고 김다현회장측과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 논의를 했으나 묘안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

“나는 이렇게는 물러나지 않아요. 그들이 나가서 새 조직을 만들어 하라고 놔두세요. 힘과 힘의 대결이니까요”

김다현회장의 말이다. 이에 대해 ‘스웨덴사건’측의 한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유럽총연은 김다현회장의 사조직이었어요. 이제는 고쳐야 합니다. 오는 8월21일 유럽 각국 회장들이 영국에 모이기로 했어요. 그때 각국 회장들이 만나서 새로운 시스템에 대해 얘기할 겁니다.”

이번 세계한인회장 대회에서 ‘징검다리’ 회의를 통해 입장차만을 확인하는데 그친 양측은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 것인가.

“지역연합회는 각국 회장으로 구성되는 게 아닌가요. 이번 세계한인회장대회 기간에 새로 만들어진 러시아CIS 한인회 총연합회도 각국 회장들로 구성돼 있는데…”

유럽도 아니고 아시아도 아닌 곳으로 분류돼 유럽회장회의에 초청받지 못하고 이번에 새로 총연협회를 만든 러시아CIS총연 소속의 한 회장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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