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기 제23대 미주총연 회장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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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문기 제23대 미주총연 회장 당선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6.08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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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총연, 깨끗한 선거로 성숙한 모습 보여

시카고 현지 리포트 /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회와 차기회장 선거

미국 중서부 도시 시카고에서 지난달 30일 치러진 미주한인회총연합회(미주총연) 차기회장 선거에서 남문기 전 LA 한인회장이 경쟁자로 나선 김병직 전 오레곤한인회장을 누르고 제23대 미주총연 총회장으로 당선됐다. 시카고 외곽의 노스브룩 힐튼호텔에서 이뤄진 선거에서 남문기 후보는 총 유효표 501표 중 275표를 받아 226표를 받은 김병직 후보를 49표 차이로 누르고 승리했다. 개표 후 선관위로부터 당선증을 교부 받은 남 후보는 “전환기를 맞은 미주 동포사회의 시대 정신에 맞게 총연의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본지 이종환 편집인이 시카고에서 미주총연총회와 선거 현장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 미주총연 제23대 회장에 남문기 후보(사진·가운데)가 당선됐다.

미국 중서부 미시간 호반에 있는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로 불리는 메트로폴리탄이다. 미국에서 뉴욕 LA에 이어 세번째로 큰 도시다. 이곳의 시카고 대학은 신자유주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시카고 학파의 산실이다.
정부의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학파와는 달리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강조하는 학파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이 대표주자다.

시내인 다운타운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에 놀라게 된다. 110층 빌딩으로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시어스타워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자랑하는 100층 높이의 존 핸콕센터, ‘옥수수 빌딩’으로도 불리는 매리너시티 빌딩 등 거대규모의 고층 건물들이 다양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내를 관통하는 시카고리버를 따라 운행하며, 빌딩을 소개하는 워터택시들의 건물관광 프로그램도 시카고 명물중 하나다.

“시카고는 미국 중부지역으로, 동부와 서부 어디서든 쉽게 올 수 있어요. 비행기 편도 많아요.”

미주한인회총연합회 22차 정기총회와 제23대 총연회장 선거가 시카고에서 열리게 된 배경을 김길영 미주총연 사무총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1985년 한국에서 시카고로 건너온 그는 임기2년의 시카고한인회장을 두 차례 연임하고 총연 사무총장도 두 번을 맡아 하는 등 한인회 활동에 적극적인 차기 리더다.

“미국 이민자들은 공항에 내릴 때 누가 마중을 나왔느냐에 따라 직업이 결정된다는 말이 있었어요. 나도 형이 마중을 나오지 않았으면 태권도 일을 했을 겁니다.”

이렇게 말하는 김 총장은 시카고에서 세탁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의 형은 제18대 미주총연 회장을 지낸 김길남 회장으로, 시카고 한인 커뮤니티의 ‘터줏대감’이다.

미국에는 163개 지역한인회와 6개지역 한인회연합회가 있다. 이 모든 한인회를 대표하는 기구가 미주총연이다. 지난달 30일 총회와 차기 총연회장 선출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카고로 모였다.

“선거에서 후보자간의 정책 대립은 있어야지요. 하지만 금권 선거는 없어져야 합니다.”

김승리 미주총연회장의 말이다. 그래서 이번 총회와 선거에 참석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이는 지역한인회장들한테도 항공료와 호텔비를 자비부담으로 하도록 했다고 한다.

미주총연 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단은 전직이나 현직 한인회 회장으로, 총연 회비를 납부한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릅니다. 나는 2007년 총연회장에 취임하면서 금권선거를 하지 않도록 개혁하겠다고 선언했어요.”

김승리 총연회장은 임기 2년의 총연회장에 당선된 후 100만달러를 총연 발전 기부금으로 내놓았다.

“그동안 선거인단에 대한 왕복 항공권과 총연 회비 등을 후보들이 납부하는 등 선거 폐단이 많았어요. 표를 돈 주고 산다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선거비용으로 돈을 너무 지출하는 바람에 막상 회장에 당선되고 나서는 돈이 없어 못쓰는 경우까지 있었어요.”

김길남 전 총연회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폐단이 지난번과 이번 선거를 통해 ‘치유’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 참석자는 200여명. 손성환 주시카고 총영사, 본지 이형모 회장 등이 내빈으로 참석했다. 마침 시카고를 찾은 홍준표 전 한나라당 원내대표도 총회에 참석해 축사와 더불어 이명박 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을 소개했다.

“재외동포청을 설립할 것을 약속합니다. 재외동포청이 설립되면 동포 영사업무도 이 기관으로 이관되는데, 따라서 외교통상부 산하 독립외청으로 만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홍 의원의 말이다. 그는 올 2월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참정권 관련 법안을 발효시킨 주역 중 한 사람이다.

“미주총연 초청으로 2004년 5월 시카고 등 미주지역 5개 도시를 돌았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서 헌법소원을 내도록 하면서 법정 대리인을 맡아 2007년 6월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지요.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재외동포 참정권 관련법안이지요.”

홍 의원은 이렇게 말하면서 “현재 민주당이 주장하고 있는 인터넷투표와 우편투표는 직접선거와 비밀선거 원칙에 맞지 않는 것으로 실시할 수 없는 것”이라면서 “대신 투표소 확대를 통해 투표 참여를 편리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총회의 주요안건은 22대 김승리 회장 집행부의 사업내용 보고와 재무 결산 보고 및 미 전국 한인한글학교 장학재단 기금 전달과 관련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장학재단 기금전달 사안은 참여자 간 격론을 이끌어냈다.

김승리 회장이 총연 기부금으로 내놓은 100만달러 중 집행부가 임기중 사용하고 남은 30여만달러 중에서 20여만달러를 장학재단 기금으로 만들자는 것이 집행부의 제안.

하지만 이 제안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는 형식논리에 밀린 끝에 차기집행부가 결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어 미주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이 집중된 차기 미주총연 회장 선거를 위한 후보자 정견발표와 투표가 실시됐다.

남문기 후보는 ‘존경받는 미국인’으로서의 한인 위상 정립을 강조하면서 한인들이 미국내 정치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병직 후보는 ‘함께하는 총연’을 슬로건으로 미주총연 서울사무소 개설과 연수원 설립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영근 전 워싱턴 한인회장이 남문기 후보를 위해 지원연설을 했고, 이경로 미동북부한인회연합회장이 김병직 후보를 찍어달라고 열변을 통해 각기 큰 박수를 받았다.

김호원 중서부연합회장이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진행된 투표에는 모두 501명이 참가했다. 현장에서 투표에 참석한 사람은 109명, 부재자 투표는 397표 중 유효표 392표였다. 남문기 후보가 유효표 501표 중 275표를 받아 226표를 받은 김병직 후보를 49표차로 누르고 차기 총연회장에 당선됐다.

선관위원장으로부터 당선증을 받는 남문기 차기회장은 당선 소감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총연의 발전을 위해 실천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겠다”면서 “김병직 후보의 좋은 정책들도 모두 받아들일 것”이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3개월에 걸쳐 치열한 선거전을 펼쳤던 김병직 후보도 남 회장의 당선이 발표되자 “남 회장의 당선을 축하한다”면서 “진심으로 돕겠다”고 밝혔다.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입니다. 시카고에서 태어난 링컨 대통령이 노예해방의 바람을 일으켰고,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를 무대로 해서 정치의 길로 접어들었지요. 오바마 대통령의 ‘예스, 위 캔(Yes, we can!)’ 바람도 시카고에서 먼저 불기 시작했던 거지요.”

이렇게 말하는 김길남 전 회장은 “이번 선거는 깨끗한 선거였다”면서, “시카고대회에서 선출된 남문기 차기회장이 총연에 새로운 발전의 바람을 불러일으켜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총평했다.   

김승리 회장과 남문기 차기회장의 이·취임식은 김회장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말을 전후해 남문기 차기회장의 근거지가 되는 LA에서 치러질 예정이다.

한편 이번 총회에는 ‘한민족바이코리안운동’ 실행위원회 공동대표 이갑산씨와 단체 네트워크 상임대표 양창영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의 ‘볼펜홍보’와 국립공주대학교의 재외동포대상 설문조사도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