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사] “책이 필요하십니까?”
상태바
[사진기사] “책이 필요하십니까?”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9.06.08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수원에 위치한 경인일보사 앞에서 해외로 가는 책의 발송식을 가졌다. 참가자들은 ‘해외동포에게 사랑의 책을 보냅시다’라는 구호를 함께 외쳤다.

지난 2001년 4월 10일 브라질한인회와 한인학교로 책 1만 4천권이 떠났다. 한 사람의 정성으로 모인 책들이었다. 비록 중고책이었지만 브라질한인회와 한인학교는 이를 바탕으로 도서관 운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재외동포에게 책을 보내기 시작한 사람은 손석우(현 해외동포 책보내기 운동협의회 이사장)씨 다. 오랫동안 정당생활을 했던 그는 은퇴 후 우연히 해외를 방문했다 ‘책이 없어 아이들이 한글을 제대로 접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후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가 본격적으로 꾸려졌다. 그리고 뜻을 같이 할 사람이 모여 책을 수집했다.

하지만 막대한 발송비가 항상 문제가 됐다. 5천권만 보내려 해도 컨테이너 하나가 됐다.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비용해결이 불가능했다.

이에 손 이사장은 발송을 도와줄 곳을 찾아 나섰다. 누구도 쉽게 나서려고 하지 않았다. 사업을 포기해야 할 판국이었다. 하지만 이때 ‘두드리면 열릴 것이다’라는 말처럼 도움을 주겠다는 곳이 나타났다.

세계적인 유통망을 가진 한진해운이었다. 한진은 자신들이 물류를 운영하는 곳은 무상으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이후 매번 이뤄지는 해외발송을 무상으로 도와주고 있다.

덕분에 해외로 책이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베트남 등 국가를 가리지 않았다. 협의회는 주로 책이 없어 문화적 혜택을 못 받는 나라들에게 우선으로 책을 보냈다.

이렇게 9년 동안 무려 40만권 가까운 책이 보내졌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분량이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그쪽에서 꼭 원하는 책이 아닌 이쪽에서 모아진 중고책 중심으로 보냈다는 것이다. 자금력이 부족한 협의회로썬 어쩔수가 없었다.

협의회는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제14회 독서문화상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상금은 200만원. 사업확장에는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강광수 해외동포책보내기운동협의회 부이사장도 “사업비가 부족해 더 많은 책을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지난달 27일 협의회는 수원에 위치한 경인일보사 앞에서 해외로 가는 책의 발송식을 가졌다. ‘해외동포에게 사랑의 책을 보냅시다’라는 구호를 회원들과 함께 외쳤다.

이번에는 3만 1천권을 보냈다. LA총영사관 5천권, 플로리다 한겨레저널 5천권, 달라스한인회 5천권, 버클리시 희망의 언덕 도서관 2천권, 방글라데시 다카 한글학교 2천권 등 지역도 다양하다.

관심을 갖는 사람도 늘었다. 신영수 국회의원, 진종설 경기도의회 의장, 송광석 경인일보 사장, 홍순달 경기방송 보도국장 등이 발송식에 참석한 뒤 후원자로 나섰다.

손석우 이사장은 “9년 동안 동포들에게 책을 보내는 일을 하면서 도와주는 분들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책을 보내는 것이 우리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일”이라며 관심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