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 기여할 가장 멋진 아이템”
상태바
“태권도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 기여할 가장 멋진 아이템”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5.15 16: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 양진석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
“미국에서 시의원과 민선시장 지낸 태권도인”

▲ 양진석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
인사나 하자고 무심코 들어갔다가 얘기에 빠져들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롭고 신기해 입이 벌어질 정도다. 세계태권도연맹 양진석 사무총장의 이야기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선릉의 라마다 호텔(옛 뉴월드호텔) 옆 건물에 있는국제태권도연맹 본부에서 그를 만났다. 이 단체 사무차장으로 일하는 옛친구를 찾아갔다가 양 총장 방에 들른 것이다.

“미국에서 42년을 재외동포로 살았습니다. 물론 지금도 ‘한국계 미국인’이지요.”

1966년 미국으로 건너가서 2007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으로 초빙 받아 돌아왔다니 재외동포신문으로서는 구미가 당기는 얘기일 수밖에 없다. 태권도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그러니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이라는 ‘귀한 자리’에 앉았을 것이다.

올해 68세. 그러나 얼굴에서는 결코 그 나이를 읽을 수 없다. 놀랄 정도로 동안이다.

“10년간 소년범죄자 보호감찰관도 했고, 마약 알코올 담당관도 지냈습니다.”

이 얘기를 들었을 때만해도 사실 제대로 감을 잡지 못했다. 그래서 “총영사관에서 그렇게 오래 근무했나요?”라고 되묻고는 곧 아차 싶었다. 한국 영사관이나 대사관에서야 그렇게 장기근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요”라는 대답이 나온 것은 당연했다.

이어 더 놀라운 얘기가 나온다.

“민선시장도 두 번을 했지요.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주민 95%가 백인인 작은 도시에서였지요.”

이쯤 해서는 과문한 것이 미안할 정도였다. 그래서 돌아와서 인터넷을 뒤졌다. 다음은 그가 세계태권도연맹 신임 사무총장으로 임명됐을 때 나온 소개기사다.

“신임 사무총장은 1942년생으로 1964년 경희대학교(체육학과)를 졸업한 후 1966년 미 콜로라도주립대학교 대학원 진학을 위해 도미한 후 42년간 미국에서 활동해온 재미교포 정치인이다.”

양 총장은 현재 태권도 공인 7단이다. 소개가 이어진다.

“미국에서 태권도장을 경영한 바 있으며, 1968년 미공군사관학교에 태권도부를 창설하는 등,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깊다. 지난 2003년부터 충북 진천에서 열렸던 ‘세계태권도화랑문화축제’에 단골 귀빈으로 참석하는 열성을 보여왔다.”

신문은 그가 1967년에서 1976년까지 미 콜로라도주에서 소년범죄 보호감찰관을 지내고 1976~86년까지 국내에서 미국방성 군무관으로 주한미군 부산 경남지구마약 및 알코올 담당관으로 활동했다고 소개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그는 지난 2002년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근교의 마린 카운티(Marine County) 코테마데라시(Corte Madera City)에서 한국인 최초의 민선 시장으로 당선된 후, 2005년 1년 임기의 시장에 재선된 바 있다. 2003년 11월부터 4년 임기의 코테마데라 시의원 직을 맡은 양 사무총장은 어려웠던 학창시절 조영식 박사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은 인물이다.”

마지막 부분은 그가 세계태권도연맹에 일하게 된 배경설명인 셈이다. 현임 세계태권도연맹 조정원 총재는 경희대 설립자인 조영식 박사의 장남이다.

“태권도가 가르치는 것은 ‘바른 사람’입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하는 그는 “이 때문에 태권도는 우리 민족이 세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멋있는 아이템”이라고 역설한다.

“심지어 중국에서도 태권도 붐이 일고 있어요. 중국의 2개 현에서는 올부터 태권도를 초등학교 필수교육과정으로 채택했어요.”

중국에는 우슈(무술)가 있고, 쿵후가 있다. 소림사무술학교가 중국 전역에 우후죽순처럼 서서 성업중이기도 하다.

이같은 중국에서 한국의 태권도가 높이 평가받으면서 붐을 만들고 있는 것은 태권도가 바로 ‘바른 사람’을 만드는 ‘바른 무술’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태권도를 배우면 아이들이 달라집니다. 부모 말을 듣게 되고 노인을 공경합니다. ‘소황제’를 변화시키는 태권도의 힘에 중국 사람들이 놀란 거지요.”

우리 태권도가 200여개 나라에 퍼져서 우리 국기를 벽에 걸어놓고 우리말로 구령을 하는데도 배척 받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바로 ‘바른 사람’을 만드는 ‘태권도 정신’ 때문이라는 게 양총장의 얘기다.

“저는 미국으로 건너갔을 때 주머니에 17달러를 넣고 갔어요”

전세계로 퍼져나간 우리나라 태권도 사범들도 대부분 이처럼 맨주먹으로 현지로 떠나 열악한 환경을 딛고 태권도 보급을 시작했다고 그는 말한다.

“그리고 이들이 현지에서 김치도 먹고 고추장도 먹으면서 우리 문화를 세계에 알려왔지요.”

그는 태권도가 ‘한류의 원조’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재외동포사회의 주춧돌이고, 또 하나의 기둥이라며 이렇게 역설한다.

“재외동포가 있는 곳에는 태권도가 있습니다. 그리고 있어야 합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