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 익히려 레코드판 닳도록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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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익히려 레코드판 닳도록 들었어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4.24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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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라리사 장 고려센터 대표

“고려센터 문 안닫게 도와주세요”

“동생이 힘이 떨어지니 고려센터도 문을 닫게 생겼네요”

한국말이 어눌하지만 라리사 장 고려센터 대표는 놀랍게도 우리 가요들을 유창하게 불렀다. 14일 광화문 한 식당에서 그는 노사연의 ‘만남’, 해바라기의 ‘사랑으로’ 등을 맛깔나게 노래했다. 할머니가 죽기 전에 “러시아 말은 못해도 우리말은 해야 된다”고 말한 것이 가슴에 박힌 듯, 레코드 판을 닳도록 돌려 들었기 때문이란다.

그는 이번에 우리말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몇 개월이 걸려서라도 반드시 익히려는 듯 하는 말마다 귀를 쫑긋 세우는 모습이 꽤 진지했다. 라리사 장이 이렇게 한국어 배우기에 관심을 갖는 것은 고려센터의 위기와도 관련이 깊다. 재정난으로 폐쇄 위기에 놓인 러시아 니즈니 노브고로드시의 고려센터 살리기에 힘을 싣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고려센터가 위기에 놓인 이유는 라리사 장의 동생인 류보미르 장 전 러시아 듀마 의원이 재선에 실패하면서 힘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류보미르가 지원했던 건물과 유지비도 끊겼고, 시에서조차도 일부 보조금을 중단했다”고 그는 말했다. 재외동포재단에도 이번 방문 기간중 하소연했지만, 언제 지원이 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려센터는 지난 13년간 고려인 3,4세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 전통무용 등을 교육하는 곳. 지원이 끊기면 한민족 정체성을 일깨워주는 곳도 사라지게 된다고 한다.

라리사 장 대표는 “센터가 폐관되면 돈을 모아서라도 다른 건물에 반드시 재개관할 것”이라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할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한 곡조를 더 구슬프게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