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바이코리안 운동으로 ‘두마리 토끼’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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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 바이코리안 운동으로 ‘두마리 토끼’ 잡겠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4.2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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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이갑산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상임대표

“나라경제도 살리고, 시민운동도 살리는게 목표”

지난달 1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우리 시민운동단체(NGO)들이 재외동포들을 앞세우고 우리나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한민족 바이코리안 운동’을 선언한 것이다.

재외동포들이 고국에 투자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사 달라는 게 이 운동의 핵심. 그러면서 이 NGO들은 서랍 속에 들어있는 외화동전 ‘잠 깨우기’와 해외의 동포기업인들에게 우리 젊은이들을 고용하는 ‘해외일자리 만들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기로 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용태 전 LA한인회장, 방준혁 유럽한인회 상임고문 등 재외동포와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양창영 사무총장, 손봉호 전 동덕여대 총장, 반재철 흥사단이사장, 정길생 전 건국대총장이 참석했으며, 50여개의 시민단체 인사들도 나와 행사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날 행사를 주도한 인사는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의 이갑산 상임대표. 그는 어떤 생각으로 이같은 ‘친정부적’ 이미지의 행사를 시작했을까? 서울 종로 수운회관 14층에 있는 시민단체네트워크 사무실에서 지난 8일 오후 이대표를 만났다. 우선 그는 ‘친정부활동이 아니냐’는 질문에 펄쩍 뛴다.

“독도 지키기에 나서거나 중국의 동북공정에 반대하는 운동을 ‘친정부’라는 이름으로 재단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반문하는 그는 친정부활동이란 정부가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지 이처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의 주머니를 풀어서 하는 자발적인 운동”이라고 역설한다. 19일 행사에 수석부의장이 나와 격려사까지 한 민주평통을 주관단체에서 제외한 것도 쓸데없는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우려가 있다. ‘바이코리안 운동’은 혹 국제적인 보호무역주의 흐름을 부추기지는 않을까. 그래서 세계 경제 회복에 역작용을 하는 것을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대표의 설명은 단호하다. “한민족 바이코리안 운동은 나라가 어려울 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생존의 운동이지, 보호주의의 잣대로 재단할 게 아니다”고 말한다.

과소비를 하는 자식한테 근검절약하라는 아버지의 충고가 케인즈주의에 반하고, 나라 경제를 해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우리의 입장은 단순합니다. 집 서랍에서 뒹구는 외화동전을 갖고 나오자. 국산도 질이 좋으니 ‘메이드 인 코리아’를 사자. 그리고 재외동포들이 우리 젊은이들을 위한 해외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지요”

이갑산대표는 나라가 어려운 처지에 있을 때 시민운동이 이를 외면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번 운동에 참여하는 단체는 이른바 ‘중도연합’으로, 정치적으로나 이념적으로 편향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대표가 말하는 단체는 경실련과 흥사단, YMCA, YWCA 그리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시민단체네트워크다. 굳이 따지자면 ‘시민운동 우파’로 분류할 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그는 우선 친정부적인 뉴라이트와는 선을 긋는다.

“뉴라이트와 같은 단체는 시대정신을 대변하지 못합니다.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정치운동 단체로 우리가 지향하는 시민운동이 아닙니다”

그는 경실련 창설멤버로 시민운동을 시작했다.

“화염병으로 사회를 바꿀 수 없다, 법을 지키면서 잘못된 정책을 바꾸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이 경실련입니다. 우리 시민운동의 시작이지요”

그 이래 공명선거 실천을 위한 시민협의회(공선협),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정사협), 한국시민단체협의회(시민협)로 이어지는 시민운동 주류 흐름에서 그는 이름이 빠지는 일 없이 활동해왔다.

“시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임에 참석을 하고 회비를 내는 거지요”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은 “원래 무명소졸이었는데 앞에 서던 사람들이 다 빠지니 내가 보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참여연대 인사들이 정부에 대거 참여했는데, 이는 불행한 일이었습니다. 시민운동은 정부와 밀착해 비판기능을 잃는 순간 목숨을 다합니다”

정부와 거리를 두면서 풀뿌리 운동을 펼치는 게 시민운동의 본령이라는 것이다. 그는 시민운동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2006년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를 만들었다. 이 모임에는 100여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번에 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민족 바이코리안 운동’을 시작했다. 과거 금모으기 운동과 사랑의 월급나누기 운동을 한 단체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을 모아 ‘나라도 살리고, 시민운동도 살리겠다’는 게 이대표의 바람이다.

과연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까? 이대표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