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이 그리워 문화연수 갑니다
상태바
모국이 그리워 문화연수 갑니다
  • 김영자
  • 승인 2009.04.17 21: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영자(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명예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3년째 경주 동국대학과 공동으로 독일어권 한국어문화연수생을 모집했다.

독일인 학생은 대부분 자기 스스로, 재독 교민자녀는 부모의 권유로 참가신청이 들어온다. 교민 자녀인 경우 대체로 일단 한국인 어머니가 전화로 문의를 한다. 그 후 딸이나 아들을 설득하는 듯하다. 그래도 좋다.

부모와 자녀가 합의를 한 후 학습생이 신청을 한다. 어머니와 전화를 하는 경우 서글픈 감정이 묻어나는 전화소리 뒤에는 모국을 찾은 지가 한참 되어 너무 낮설다는 얘기다.

최선을 다해 뒷받침한 자녀들이 대학으로 진입하면서 부모 곁을 떠나니 영육이 텅 빈듯하다고 한다.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가 이제 한 숨을 돌리면서 주위를 보니 나 혼자 덜렁 남은 기분이란다.

앞으로는 남은 생을 좀 생각해보고 싶은데 가족만을 위해 살았으니, 필요 없는 기차 한 칸이 덜렁 철로 위 어느 한 구석에 떨어진 듯, 외로움이 밀려오면서 별로 찾지 않았던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 뭉클 가슴을 파헤친다.

그렇지만 오랜 동안 멀리한 모국이 현대화되어 낯설어졌으니 찾아간다 해도 나를 반길 이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니 고국길이 망설여질 수밖에.

문화 향수는 또 어떤가? 자녀교육을 뒷받침하느라 모국의 문화정서를 다 잊고 살은 듯, 부모로서의 급한 과제에서 ‘해방’되고 매일 매일이 단조로움 속에서 ‘늙어’가면서 고향의 정서가 바로 앞에서 나를 부른다. 얼른 달려가고 싶지만 어디로 가야하나? 재차 두려움이 앞서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 보니 이제 정말 모국방문이 정신적으로 힘겨워 우울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떤 어머니는 “우리 가족은 모두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한국에는 아무도 없어요. 모국을 찾아가고 싶어도 선뜻 갈 곳이 생각나지 않아요”라고 하소연 한다. 

눈물에 젖은 목소리가 전화선으로 울려오면 나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동시에 남동생 셋이 서울에서 살지만 조카들로 비좁은 아파트집에서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그나마 ‘저택’에 사는 언니가 있어 서울에 가면 이방 저방 내 마음대로 점령하고 한국체류를 만끽하고 볼일 보러 매일 출퇴근하다 돌아오니 나는 운좋은 셈이다. 새삼 언니내외가 고맙다.

이런 재외한인여성에게 봉사할 일을 찾기로 했다. 한국어문화 학습생과 함께 대학교정에서 한국의 얼을 되새겨볼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었다. 맘껏 북을 치고 두들기고 즐겁게 못 해본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그래서 1년여 간 한국 동국대학과 교섭을 한 결과 이번에 재유럽한인여성 모국문화연수 준비를 했다. 한 해외 동포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정립해 봄직한 일이 아닐까?

우리 고향 어느 한 곳에 모여 오랜 동안 잊혀간 한국 문화정서를 배우는 데 많은 여성의 관심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