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이 없어도 고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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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없어도 고민하라”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4.17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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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상중 도쿄대 교수의 「고민하는 힘」

큰 배를 타고 가는 남자가 있다. 남자는 불안하고 그대로 배에 타고 있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 바다로 뛰어든다. 그러나 발이 갑판에서 떨어지는 순간 ‘뛰어내리지 말 것을…’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극한의 공포 속에 검은 파도 속으로 떨어져 간다.

일본의 국민소설가 나쓰메 소세키(1867~1920)의 작품 <몽십야>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도쿄대 강상중 교수는 최근 사계절 출판사에서 펴낸 <고민하는 힘>에서 소세키의 작품들을 예로 들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돈이 세계의 전부인가, 제대로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믿는 사람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강교수의 고민은 책 서문에서 밝히듯 재일한국인이라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다.

“재일 한국인의 역사는 일본 전쟁사의 ‘이물질’로 일본인의 역사에서 가장자리로 쫓겨났고, 지금도 그 상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일본인의 역사의 일부를 담당하면서도 그 바깥으로 쫓겨간 재일 한국인은 동시에 한반도 역사의 일부이면서도 그 탯줄에서 잘려나간 ‘디아스포라’적 ‘반(半)일본인(반쪽바리)’로 취급받아왔습니다”

그 고민의 시대에 그의 옆에서 속삭이듯 말을 걸어준 것은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였다고 강교수는 고백한다.

“무언가에 몸을 맡겨 주어지는 해답에 납득할 수 없다면 막스 베버나 나쓰메 소세키가 그러했듯 자기 지성만을 믿으며 자기와 끝없이 싸우며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늘 ‘나’를 고민해야 했던 강상중은 재일동포 최초로 도쿄대 교수가 되어 한국인들에게까지 ‘고민하는 힘’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