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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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4.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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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의 이해’ 제2차 강연 - 이광규 재외동포포럼 이사장

부모사업 계승하는 미국 한인 2세들


“미국 동포들의 특색은 직장을 자주 옮긴다는 것입니다.”

이광규 재외동포포럼 이사장은 지난 1일 서울 방송통신대 연구1동에서 열린 ‘재외동포의 이해’ 강연에서 남북미 대륙 동포들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미국이 이민 문을 확대한 1965년을 기점으로 한국에서는 가족단위의 엘리트 이민이 이뤄졌다. 이들은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았지만 이민 초기 ‘블루칼라’로 시작했다. 이에 생산직에 만족하지 못하고 편의점, 식품점, 세탁업까지 단계적으로 발전하면서 직종을 변경한다.

“지금 미국에서 한인들이 종사하는 사업이 2만여 종인데,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것이 식품점, 세탁업, 미용재료상(beauty supply)”이라고 이광규 이사장은 말했다.

특히 미용재료상을 하는 한인들의 경우 유태인들의 가게를 인수받아 그들이 비싸게 팔던 샴푸나 머릿기름을 흑인들에게 싸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마침 1960년대는 ‘검은 것은 아름답다(Black is beautiful)’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흑인들의 민권운동이 달아오르던 시절이다. 이광규 이사장은 “당시 한인들이 한국에서 생산된 가발을 흑인들에게 팔아 ‘부대로 달러를 긁어모으기’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재미동포 1세들이 운영하던 가게들은 이제 2세들이 물려받고 있다. 2세들은 영어에 능숙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품 설명이 가능하고 가게를 깔끔하게 리모델링하기도 한다. 또한 흑인용 미용재료 판매를 넘어 ‘금기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백인용 상품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광규 이사장은 “재미있는 점은 아버지를 무시했던 2세들이 대학 졸업 후 소득을 비교해보고 부모의 사업을 물려받기도 하는 것”이라며 “5, 6년 뒤면 미국 동포사회의 완전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용재료상을 비롯해 ‘에스닉 비즈니스(ethnic businesses)’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전국적인 규모로 단체를 조직하고 있다. 또 다른 한인들은 뉴욕의 청과상 상조회, 금은보석 상조회, 네일상 상조회 등과 같이 여러 개의 직능단체를 만들고 있다.

“근래 중국인, 아랍인 등 한인들보다 한발 늦게 미국에서 자리 잡은 민족들이 상권을 늘려가고 있어요. 미국동포들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쟁체제 속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습니다.”

이광규 이사장은 미국동포들의 어려움을 지적하면서 남미지역의 동포들로 이야기를 옮겨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