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의 격동기, 한민족 생존 키워드는 ‘결합과 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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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만의 격동기, 한민족 생존 키워드는 ‘결합과 융합’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4.17 2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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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밖에서 안으로 ‘나를 들여다보는’ 자세 필요

2009년 제4차 재외동포포럼 발제 /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

등소평과 연 맺어 한중국교 앞당겼는데… 남북통일 방해될까 걱정
유태인 못지않은 한민족 DNA… 앞날 예측은 일본보다 못해

재외동포포럼은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을 초청해 지난 10일 한국방송통신대학 역사관에서 ‘한민족의 결합과 융합’을 주제로 제4차 포럼을 개최했다. 장 회장은 러시아 극동대에 지난 1995년 한국학대학을 건립하고 고려학술문화재단을 창립해 발해유물 발굴을 지원하는 등 민족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여온 인물이다.
이날 장 회장은 10여년 만에 이런 모임에서 강연을 한다며, 쓰라렸던 지난 과오를 토대로 한민족의 미래에 조언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편집자 주>

▲ 장치혁 전 고합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재외동포포럼에서 강연하고 있다.

100년 만에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세계화의 물결이 가득하다.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천장을 봐야한다. 100년 전 오늘을 생각해 보자. 대한제국에서 통탄할 일이 있었는데 최근 통탄할 일이 또 일어나고 있다.

나는 재일동포와 함께 1983년 당시 중공에 갔다. 중국이 개방되면 북한도 개방될 것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움직이다보니 등소평과 연을 맺기에 이르렀다. 이는 한중국교를 수립하는 시간을 앞당겼고 이 덕분에 나는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다.

그러나 긴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나의 그런 활동이 과연 남북통일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중국은 점점 경제대국이 되고 있으며 10년 뒤에는 더 세계적인 국가가 될 것이다.

그때 우리나라는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 지금 중국이 우리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나는 열심히 수교를 지원한 것이 오히려 불행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중국이 세계경제대국이 됐을 때 한국이 중국으로 ‘흡수’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하기 나름이겠지만 지금 상당히 비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도 우리와의 관계가 전에만 못하다. 전략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그동안의 관계마저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힘이 있는 한 관계를 잘 만들어 가야 한다. 좀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으로 100년 뒤에 칭송받을 수 있는 업적을 남겨야 한다.

전 세계 유태민족의 경우 시오니즘을 기반으로 동양부터 서양까지 통하고 있다. 유태인들은 세계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그들이 관여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또 세상에는 이스라엘뿐 아니라 핀란드처럼 독립을 지키며 당당히 사는 나라가 여럿 있다.

우리에게도 가만 보면 애국심도 있고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한민족의 DNA도 유태인 못지않다. 그러나 앞을 내다보는 것은 우리가 유태인은커녕 일본 사람보다도 못한 것 같다. 근대 격동기에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일미동맹을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고종이 잘 대처하려 했으나 ‘나를 중심으로 밖을 보니’ 제대로 안보일 수밖에. 세계에서부터 거꾸로 나를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것이 더욱 전략적인 자세다. 더불어 상대방을 존중해야 상대방도 나를 존중한다.

우리민족이 우수성을 내보이는 데는 재외동포들이 함께해야 한다. 남의 탓을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혼을 살려야한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다. 세계적인 시각을 가지고 내외동포들의 정체성과 힘을 하나로 해서 함께 움직여야 한다. 남북한의 관계에 있어서는 유럽연합과 같은 제도를 참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러시아로 망명한 어느 독립운동가가 타국에서도 지역별로 갈라진 동포들을 보고 시름에 잠긴 일이 있다. 우리민족이 글로벌시대에 잘나가려면 ‘결합’과 ‘융합’을 배워야한다. 아무리 잘났어도 결합과 융합이 없으면 우리민족이 사라질 수 있다.

일본의 경우 국익이 걸리면 서로 싸우지 않는다. 일본은 또한 불황을 겪으면서도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 이미 전략을 세워뒀다. 우리민족도 이렇게 해야 영생할 수 있다.

지구를 보면 여러 가지 대륙이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유라시아 대륙이다. 이 큰 시장이 하나가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망상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고속철도가 발달하고 정치, 경제, 교육 등에서 유라시아대륙이 일일생활권이 되는 것이다. 중국, 일본과 손을 잡고 유럽과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를 하나로 이어 우리민족이 부상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실물경제보다 금융경제가 지나치게 뜬 상태이다. 자본주의가 없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전 세계는 또 한 번의 격동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민족이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리=최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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