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한인회 만들어 한국인 자긍심 높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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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한인회 만들어 한국인 자긍심 높일 것”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4.1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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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정효권 재중국한국인회장

중국 북경 조양구에 있는 펑룬(鵬潤)빌딩은 웬만한 택시운전사가 다 아는 고급 오피스빌딩이다.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는 최근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기고 지난 10일 조촐한 축하연을 열었다.

이 행사에는 한국인회 전임회장인 이훈복, 김희철 고문과 함홍만 수석부위원장, 자문단장인 김기재 전 행정자치부장관 등이 참석해 케이크를 잘랐다.

마침 이날 열리는 대의원대회 참석차 북경을 찾은 대련 항주 상주 중경 등 여러지역 한인회 관계자들도 참석해, ‘본회’(재중국한국인회)가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것을 축하했다.

“임대료가 전보다 좀 비싼 편입니다. 그러나 중국에서 한국인사회의 위상에 걸맞게 하자는 뜻에서 옮겼습니다”

정효권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산동성 청도 일대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알려졌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연말 ‘한인 위상을 높이자’는 기치를 들고 재중국한인회장에 당선되면서 일약 70만 중국 한인사회의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은 정말 넓은 땅이다. 산동성만 해도 인구 1억으로 남한의 두배가 넘는다. “중국이 넓다보니 전역에 퍼져있는 70만 인구의 한국인사회도 서로 잘 모릅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서로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모르는 거지요”

이른바 시너지효과가 없었다는 말이다. 재중국한국인회도 이제까지는 고만고만한 예산을 쓰면서 사무실 유지가 기껏이다 보니 말이 전국조직이지 실은 북경 지역한인회의 연장에 불과했다.

정회장은 이에 주목했다. 전국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한인사회를 한 단계 발전시키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이런 생각을 지난 2월 청도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발표했다”고 말하는 그는 “첫째가 전중국 네트워크 구축 및 지역활성화”라고 밝혔다.

“지역한인회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참석을 독려해서 지난 2월 23개 지역한인회가 참가하는 운영위원회를 산동성 청도에서 개최했습니다”

이어 이번 4월의 대의원총회에는 중국 전역의 54개 지역한인회 중 33개 한인회가 참석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는 3월부터 성도 중경 무한 한인회를 순방한 것도 도움이 됐다고 정회장은 생각하고 있다.
“자주 연락하고 잘 모이는 게 네트워크화지요. 이를 위해 올해 전국 54개 한인회를 다 방문할 생각입니다”라며, 의욕을 과시했다.

한중 양국간 우호증진도 그가 신경쓰는 대목.

“중국 사회에서 환영받고 존중받는 한인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중국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것이며, 따라서 한인회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인 셈입니다”

정회장이 올해 정관을 개정해 ‘겸따마다’(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기)운동특별본부를 한인회의 정식기구로 설치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와 더불어 ‘동전과 희망’이라는 ‘사랑의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희망의 저금통으로 동전을 모아, 주변의 어려운 중국인 청소년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운동입니다. 그리고 한국인과 중국인이 함께 어울리는 경로잔치도 열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이 쌓이면 중국에서 한인사회를 보는 눈이 달라지고, 한국인들의 자긍심도 높아질 것입니다”

이와 함께 정회장은 한인사회의 문화활동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정체성을 살리는 것은 무엇보다 문화입니다. 한국인의 귀속감도 높이고 중국사회와 어울리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정회장은 “재중국한국인회는 정치한인회가 아닌 문화한인회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다.
재중국한인회는 이미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중소도시에서의 공연과 전시회도 계획에 들어 있다. 정회장은 이를 위해 자기 주머니의 돈 뿐 아니라 주변의 돈도 가져와 쓸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과 중국에 있는 친구와 선후배들이 도와준다고 하더군요. 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자랑스런 한인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