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에 2015년 유니버시아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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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에 2015년 유니버시아드를!’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4.03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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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박광태 광주광역시장

“미래의 씨뿌리는 심정으로 옥타대회 개최”

‘빛고을에 유니버시아드를!’

요즘 광주광역시가 매달려 있는 화두다. 유니버시아드는 2년에 한번씩 열리는 세계 대학생 올림픽.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주최한다. 당장 이달에 실사단이 들어온다. 광주시는 이 때문에 ‘시험준비’에 바쁘다. 광주에는 16개의 대학이 있다. 든든한 원군이 된다.

대한민국에 민주주의의 꽃을 피우도록 한 ‘민주화의 성지’로 알려진 것도 가산점을 받는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2013년 유니버시아드 개최를 둘러싸고 러시아에게 패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척 조심스럽다.

녹색이 많은 편인데도 ‘1천만 그루 나무심기’를 하는 것도 그때문이다. 주요 관문로와 가로 숲 정비, 횡단보도 그늘 숲 조성에도 나섰다. 가로변 화단 조성, 담 허물기, 소공원 조성, 시청사 광장 숲 만들기도 추진하고 있다.

다음달인 5월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최지 선정투표가 이뤄진다. 2015년 유니버시아드 대회 개최지를 선정하는 것이다. 광주는 이번에 캐나다의 에드먼턴과 타이완의 타이베이와 경합을 벌인다.

1983년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개최한 경험이 있는 에드먼턴이 유난히 버거운 상대다. 이 때문에 ‘유치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박광태 광주시장은 요즘 눈코뜰새없이 바쁘다. ‘라스트 스퍼트(막판 질주)’를 시작한 마라토너의 심정이다. 이 때문에 본지와의 인터뷰도 번개불에 콩알 볶듯 후다닥 이뤄졌다.

본지 독자들인 ‘재외동포’가 광주시의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을 법하다. 지난 25일 광주광역시 청사의 접견실에서 박시장을 만났다. 창문으로 5·18기념공원의 녹색이 내다보였다.

“이제는 국가간 경쟁보다는 도시끼리 경쟁하는 시대입니다. 광주도 세계속에 알려져야 합니다”

박시장의 말은 이어진다.

“부산은 아시안게임과 에이펙을 개최했고, 대구는 유니버시아드, 인천은 아시안게임을 유치했습니다. 그런데 광주는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상회의를 열었을 뿐입니다”

국제 스포츠행사를 유치해보지는 못했다는 말이다.

“광주는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입니다. 누구든 부채만 잡으면 창을 한자락 할 수 있고, 집안 거실에는 괜찮은 그림이나 서예작품이 걸려있을 정도의 예향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수도’라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단 모자라는 게 있다. 흔히 ‘굴뚝산업’이라고 부르는 ‘2차산업’이라는 것이다.

광주에는 공장을 찾기 어렵다. 광주 송정리역에 내리면 하늘빛은 물론이고 피부에 와닿는 대기의 촉감이 여느 지역과 다른 것도 이 때문인지 모른다.

“광주는 지난해 수출액이 100억달러를 넘었습니다. 최첨단 LED 광(빛)산업과 자동차(기아), 디지털가전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성장가도를 걷고는 있으나 아직 성에 차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단 박광태 시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광주는 기업인을 좋아합니다”라는 문구를 봉투에 새겨 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떤 도시인지도 모르고 돈을 던질 투자자는 없겠지요”

광주가 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가 짐작되는 대목이다. 월드옥타(해외한인무역인협회) 대회를 이달 광주에서 개최하는 것도 박시장의 아이디어다. 박시장은 지난해 가을 포항에서 옥타대회가 열렸을 때 직원을 파견했다. 해외에서 누가 얼마나 오는지,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좋을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해외에 나가서 광주의 기업과 제품들을 소개하자고 해도, 다 함께 가기는 어렵잖아요. 그런데 광주에 앉아서 광주의 제품과 기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옥타대회라고 생각했지요”

이번 행사기간에는 옥타대회와 함께 광주지역 기업들의 수출상담회도 열린다. 그러나 박시장은 옥타대회도 당장의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눈으로 유치를 결정했다고 말한다.

“해외에 있는 동포와 기업인들이 광주를 잘 알아야 투자유치나 제품 수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요. 미래의 씨를 뿌린다는 생각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합니다”

빛고을 광주에 산업발전의 빛이 비치도록 씨를 뿌리는 일. 박광태시장이 뒤늦게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