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역사 알아서 손해 볼 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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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역사 알아서 손해 볼 일 있을까?
  • 김영자
  • 승인 2009.03.20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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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자(독일 레겐스부르크대 명예교수, 본지 칼럼니스트)
40여년 독일에서 살았다. 유학생활로 시작해서 학위를 마치고는 운이 좋아 대학교에서 한국어교육자가 되어 한국말, 한국문화를 수십년 가르치고 있다고 자부심을 가졌다. 정열적으로 한국어문화를 전달한다고 멀리, 그리고 가까이서 칭찬도 꽤 들었다.

재외 차세대 학습자에게는 부모의 모국을 알기위해서, 그러면서 부모와 정신적으로 소통이 원활하려면 한국어를 필히 배워야 한다고 얼마나 강조를 했는가?

내 ‘한국어교육 슬하’에 모였다가 떠난 학습생이 참 많다. 그러나 나는 이 젊은 세대에 얼마만큼이나 한국인이 되기 위한 주체성의 근원인 역사교육을 시켰는지 누가 물으면 자신이 없다. 내 변명이랄까? 수업중 주어진 시간이 너무 적었다. 떳떳한 변명이 되겠지 했지만.

그래도 ‘한국어 훈장’은 모국의 역사관을 인식하도록 교육을 진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어떻게 수업을 하든 모국에 관한 역사인식의 대부분을 학습자의 자력에 맡긴 나는 실패한 한국어교육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스로가 모국에 대한 현재의 역사의식이 희박했기 때문이다.

재외국민으로서 절실한 반성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2008년 초 외교통상부 산하의 동북아역사재단 주관으로 유럽 한인 학자 20 여명과 함께 ‘동해명칭표기와 독도 영토확립관’에 대한 세미나가 열렸을 때이다.

재단의 전문 연구자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머리속에서 생각이 오갔다. 반생을 해외 학계에서 ‘한국’을 가르친 나의 ‘우리 역사의식’은 어디까지 와서 머물고 있었는가? 동해명칭표기며 독도가 우리 영토임이 나의 역사관 어디에 의식적으로 자리잡고 있었던가?

한국어문화 교육자 스스로도 명확하게 의식하지 못하면서 현지인 학습자, 해외에서 자란 동포 자녀에게 모국역사교육을 제대로 할 수있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나 자신부터 확고한 역사의식이 서지 않고서 말이다.

한 재외동포가 미국의 주위에서 일어난 실제의 사건을 알렸다. 최고의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을 찾았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면접관이 엉뚱한 질문을 했다. 이순신 장군이 국가에 어떤 어떤 업적을 남겼느냐고. 그러나 최고학부를 당당하게 졸업한 이 젊은 재미동포는 모국의 역사에 관심이 없었다. 답을 못 하자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 한다.

“이곳에서 태어난 미국 시민이지만 뿌리는 네 부모가 태어난 나라다. 그런데 그 부모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나라를 구한 위대한 장군이 누군지 모른다면 뿌리에 대한 관심과 소명의식이 없는 것이다. 이 회사는 네가 졸업 후 최초로 지원한 곳이지만 앞으로도 회사의 역사에 관심이 없을 것이며 입사하더라도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있다면 미련 없이 떠날 거라고 판단된다” 그리고 면접에서 낙방되었다.

얼마나 옳은 말인가? 그리고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 문학을 나보다 잘 설명할 때 나는 감탄도 하지만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때도 종종 있다.

독일인 교사가 한국인 부모를 가진 학생에게 부모 나라의 문화역사에 대해 수업중 발표하라고 숙제를 내주었다고 학생 어머니나 학생이 나를 찾아 협조를 구하는 예가 자주 있었다.

한국어 외에는 부모 나라의 정신 바탕이 되는, 그리고 이 자녀들의 정체성이 형성될 문화역사에 관심이 부족한 해외 자녀에게 우리는 어떻게 역사교육을 해야 하나?

현재 일본과 중국은 한국의 역사를 왜곡하기에 열심일 뿐 아니라 깊히 연구를 한다. 한국정부는 국제적으로 대응하기에 고심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역부족이다. 전세계의 7백만 재외동포가 합세해서 국제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밝힐 수 있다면 성공률이 훨씬 높을 것은 당연지사다.

동해가 일본해로, 독도가 일본소속 다케시마로 넘어가기 직전에 막을 수 있었던 것도 한 재캐나다동포의 확고한 모국에 대한 역사의식이 있기에 가능했다.

재외동포에게 선거권도 앞으로는 부여된다. 권리만 주장하지 말고 해외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더 늦지 않게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역사관확립에 앞서보자.

혹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들었다. 역사관이요? 국내에서는 영어만 잘하자는데 무슨…? 이게 옳은 길이 아님은 다 알지 않는가? 해외에서 동포가 앞장 선다고, 우리가 조국역사를 더 잘 안다고 손해볼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