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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포, 한인, 교민 용어혼란은 외교부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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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동포, 한인, 교민 용어혼란은 외교부 탓?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9.02.20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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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위가 15일 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개막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할 때, SBS는 그를 ‘재미교포’로 소개했다. 그런데 한겨레 등 일부 매체로 가면 호칭이 달라진다. ‘재미교포’가 아닌 ‘재미동포’로 바뀐다.

미셸 위 아버지는 하와이대 교수인 위병욱씨, 어머니는 미스코리아대회에서 상을 받은 서현경씨다.

소프트뱅크를 창업한 일본의 손정의씨도 어떤 때는 교포가 됐다가 어떤 때는 동포로 바뀐다. 연합뉴스는 교포 3세로 소개했다가 동포 3세로 소개하기도 한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주요인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온 유진 강씨는 더 다양하다. 재미동포(중앙일보)가 됐다가 재미교포(서울신문)로도 소개되고 한인(한겨레)도 된다.

풋볼스타인 하인즈 워드로 가면 호칭은 애매해진다. 재외동포 자격으로 대통령취임식에 초청받은 그를 조선일보 등 주요매체들은 재외동포로 부르지 않고, ‘한국계’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데 그쳤다.

미국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의 여자주연 산드라 오 역시 ‘한국계’라는 딱지가 붙는다.

이처럼 ‘한국계’니 동포니, 교포니 하는 말이 뒤죽박죽 섞여 사용되다 보니 국회도서관도 분류에 애를 먹고 있다. 주제별 검색어를 쳐보면 재외동포 238건, 해외동포 137건, 재외한인 44건, 재외교민 94건… 부르는 방식이 모두 30개에 이른다.

국내에서 호칭이 왔다갔다 하다 보니 외국에 있는 우리말 매체들도 표현이 제각각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로 ‘한인’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역사가 있다는 게 김봉섭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의 말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세운 ‘대한인국민회’로 인해, 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한인’으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은 교포라는 말을 널리 쓰고 있다. 일본과 중국이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교포라고 부른 것이 영향을 줬다는 게 이광규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조총련과 달리 민단에서는 동포라는 말을 선호한다. 재일동포 통계니 동포기업인이니 하는 용어들을 민단 홈페이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한국인과 한인이 뒤섞여 쓰이고 있다. 재중국한국인회 산하에는 심천한인회, 위해한인회처럼 다양한 한인회도 소속돼 있다.

동포, 교포, 한인이 뒤죽박죽 쓰이자 불만에 찬 목소리도 종종 들린다. 김창범 전 시카고한인회장은 지난 4일 한겨레 칼럼에서 “이주 역사 100년이 지나도록 동포들의 명칭하나 통일하지 못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사실 동포, 교포에 관한 용어정의는 1995년에 끝나는 듯 했다. 김영삼 정부는 우리국적을 갖고 있는 해외이주민과 일시체류자를 ‘재외국민’으로, 우리국적을 갖지 않은 한민족을 아울러 재외동포로 부르자고 했다.

하지만 2000년 이후에 디아스포라, 한민족네트워크라는 표현이 자주 사용되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학자들은 재외동포를 지역별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부르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이 때문에 학자들 사이에서도 명칭을 통일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황유복 북경 중앙민족대학교 교수는 “영주권자는 교포, 시민권자는 동포, 일시체류자는 재외국민으로 부르면 어떠냐”고 제안하는 반면, 윤인진 재외한인학회장은 “재외동포라는 법적용어가 있지만 상황과 시대에 따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포, 교포, 한인이 어지럽게 쓰이고 있는 것은 외교부 탓이 크다는 의견도 있다. 김봉섭 전 재외동포재단 전문위원은 “외교부 영사업무의 목표와 방향이 일관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948년 9월 정부조직법이 제정되면서 외교부는 교민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1961년 교민과를 만들었고, 1974년 영사교민국을 설립했다. 이러다가 재외국민영사국이 1998년 세워졌고, 2005년 12월 재외동포영사국으로 바뀌었다.

2007년에는 세계한인의 날을 제정하면서 ‘한인’이라는 말까지 등장시켰다. 이처럼 교민, 재외국민, 재외동포, 한인이라는 말을 외교부가 사용하면서 용어 사용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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