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 비하’ 곤욕 치르는 영국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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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비하’ 곤욕 치르는 영국왕실
  • 김남교
  • 승인 2009.02.0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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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교(재영국 칼럼니스트)
영국의 찰스 왕세자의 둘째 아들 해리 왕손에 이어, 찰스 왕세자까지 아시아 인종에 대한 비하 표현 사용으로 영국 언론의 구설수에 올랐다.

영국 왕실은 여왕 부군 필립공이 중국에 유학한 영국 학생에게 “앞으로 중국인처럼 ‘찢어진 눈(sleek eyes)’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는가 하면, 호주의 원주민인 애보리진을 만나선 “아직도 창을 던지냐”고 물어 ‘설화’를 일으킨 일도 있어서, ‘인종실언 DNA’가 3대에 걸쳐 이어진 게 아니냐는 오해도 있다.

영국 육군소위인 해리 왕손은 2006년에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에서 파키스탄 출신 부대 동료에게 ‘파키(paki : 파키스탄, 인도 출신 인종을 비하해 부르는 용어)’라고 부르는가 하면 이슬람 출신들을 ‘래그헤드(raghead : 머리에 ‘누더기’ 두건을 두른 사람이란 뜻으로 무슬림을 비하하는 호칭)’라고 부르는 모습을 한 영국신문이 폭로함으로써 인종비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왕세자궁은 ‘아주 친숙한 동료끼리 부르는 악의 없는 애칭’이라는 궁색한 사과문을 발표했다.
영국국방부는 현역장교인 해리 왕손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자 ‘초급장교로서의 언동 기준에 따라 조사후 처리하겠다’며 언론의 추궁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한편 찰스 왕세자는 최근 그의 폴로경기 클럽에서 일하는 아시아출신 콜린 디론(Kolin Dhillon)을 ‘수티(Sooty : 연기에 그을린 ‘검댕’이란 뜻)’라 불러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대해 대해 클럽측은 서로가 위화감 없이 사용하는 ‘애정어린 별명’이라며, 찰스왕세자가 인종주의자란 말은 당치않다고 부인했다. 왕세자궁인 세인트 제임스궁 당국자도 왕세자의 언행에 대한 비난은 적절치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BC 방송은 찰스 왕세자의 발언을 둘러싸고 ‘괜찮다’와 ‘안된다’로 시끌벅적하고 팽팽하게 여론이 들끓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은 문화선진국에 속한다. 영국의 고급문화를 대표하는 영국 왕실이 3대에 걸쳐 인종편견으로 해석될 수 있는 실언을 거듭한다는 것은 수치스런 일이다. 특히 영국은 다인종 복합국가다. 이같은 발언으로 영국에 거주하는 소수계 인종들이 상처를 받지 않을까 두렵다. 한국도 피부색 갈등에 따라 타인종을 비하해서 호칭하지 않는지 깊이 자성해봐야 할 대목이다.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식 교육만을 받고 영국 사회에서 잔뼈가 굵은 소수 인종 중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 중 극히 일부가 소위 영국의 ‘자생’테러리스트로 알려져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처럼 엄연한 사실을 해결하는데도 영국 왕실의 실언들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타인에 대한 배려는 미덕이다. 다인종 사회에서는 특히 소수인종과 약자에 대한 비하나 오해를 살 우려가 있는 호칭을 피하는 사려깊은 처신이 요구된다.

이 기회에 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도 타민족간의 언행과 처신에서 지나침이 없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인종·종교·결혼·정치에 대해 얘기할 때 표현에 조심하는 게 좋다. 차라리 날씨와 스포츠를 화제로 하는 것이 안전할지 모른다.

평소 출신지만 달라도 쉽게 비칭을 쓰는 우리의 언어태도는 하루 빨리 고쳐야 한다. 인터넷 댓글에서도 타민족 호칭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겠다.

제공=코리안위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