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스리랑카, 엄마는 한국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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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스리랑카, 엄마는 한국 사람이에요”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2.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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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언어’ 구사가 아이들 경쟁력… ‘코시안의 집’ 다문화 공동체로

▲ 코시안 어린이들이 방과후 교실에 와서 공부하고 있다.

장래 축구선수가 꿈인 대한(9)이는 아빠가 스리랑카 사람이고 엄마는 한국사람이다. 초등학교 2학년생인 그는 ‘코시안의집’ 방과후 교실(Kosian School)에서 국어, 컴퓨터, 미술, 영어를 배운다. 대한이가 좋아하는 과목은 미술. 대한이는 “코시안의 집에서 배우는 게 재미있다”고 일기에 썼다.

어머니가 중국인인 인규(가명·13)는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걷는 것이 불편해 초등학교 입학이 3년이나 늦었다. 처음 코시안의 집에 왔을 때, 그는 교실 문턱에 걸려 자주 넘어졌다.

방과 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김주연 선생은 “인규가 이제는 문턱에서 넘어지는 일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그는 “잘 웃는 인규의 모습을 보고 인규 어머니의 얼굴도 밝아졌다”고 덧붙였다.

코시안(Kosian)이란 한국인(Korean)과 아시아인(Asian)을 합친 말이다. 넓은 의미에서 국제결혼 2세, 이주아동, 코시안 다문화 가족 등을 가리키는 뜻이다.

코시안의 집은 안산지역 코시안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이다. 방과후 교실인 코시안 스쿨을 비롯해 어린이집, 상담소 등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특히 방과 후 교실에서는 모국어 및 외국어 교육, 부모의 출신국가 이해를 위한 문화 행사, 예체능 및 미술치료 교육도 이뤄진다. 물론 모두 무료다.

코시안의 집이 코시안 어린이들의 배움터이자 다문화가정을 지지해주는 공동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김 선생은 “코시안가정의 부모들은 맞벌이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아이들이 집문을 걸어 잠그고 혼자 TV를 보는 것보다는 센터에서 또래들과 같이 공부하고 어울리는 게 바람직하지요”라고 말했다.

코시안의 집 방과후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수는 30여명에 이른다. 초등학생이 대부분이고 중·고등학생도 있다. 김 선생은 “초창기에는 몽골아이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중국, 파키스탄, 스리랑카 부모를 가진 아이들의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코시안의 집에는 부모 모두 외국인인 아이들도 있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자 단속이 심해지면 코시안의집 학생수도 줄어든다. 한국인 이웃들의 인식도 코시안가정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안산의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코시안들이 많아요. 이주민들이 많아서 시민들의 인식도 타지역에 비해 열려있어요”라고 김 선생은 말했다.

“내일저녁 6시부터는 바이올린과 플룻을 배울 겁니다.”

김 선생이 말하자 아이들의 얼굴에 호기심이 서린다. 짓궂게 웃으며 옆의 친구와 떠들던 아이, 고개를 숙이고 문제집을 풀던 아이, 서글서글한 눈망울을 가진 아이, 모두가 귀를 기울인다.

“코시안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라 말을 다 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고 김 선생이 소개한다. 아현(가명·9)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부터 코시안의집에 다니기 시작한 아현이는 부모가 조선족이다. 아현이의 부모는 한국인으로 귀화했지만, 그는 중국어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친구들의 통역을 해줄 만큼 우리말이 늘었다. ‘다언어’ 구사가 코시안 아이들의 경쟁력인 셈이다.

이들 코시안의집 교육에는 자원봉사자들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김영임 원장은 “인근 대학의 학생들이 학점결연을 맺고 자원봉사를 온다. 그러나 일손이 충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시안 아동들이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으로 건강하게 자라면서 한국을 좋아할 수 있도록 따뜻한 눈길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