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 대 트랜스내셔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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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대 트랜스내셔널
  • 한상대
  • 승인 2009.01.2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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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이민자의 종류는 디아스포라(Diaspora)와 트랜스내셔널(Transnational)로 대별된다. 디아스포라는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조국을 떠나 살며 망향의 설움을 안고 사는 사람들이다. 디아스포라의 어원은 2천년 전 로마에 의해 이스라엘에서 추방당한 유태인들을 가리키는 말로 ‘이산’이란 뜻이다.

디아스포라는 역사의 희생자로 우리 동포 중에는 재중, 재일, 재러 동포들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민족 디아스포라의 대다수는 일제 강점기에 형성됐다. 이에 비해 트랜스내셔널은 더 낳은 ‘삶의 질’을 찾아 자의로 조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1970년대부터 숫자가 급증한 트랜스내셔널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유럽 등지로 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가고 싶을 땐 언제나 모국을 출입할 능력이 있고 세계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Global trotters)이다. 여기에서 두 부류의 성격을 비교해 본다.

디아스포라는 강제로 조국을 떠났기 때문에 강한 민족적 소속감을 가지며 타민족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배타적이다. 이들은 모태에서 이탈된 허전함을 갖고 살며 모국으로 귀소의 당위감을 갖고 살아간다. 이들의 정체성은 민족적 소명감에 근거한다.

그리고 디아스포라는 단일문화, 혈통주의, 보수적 성(性)관념을 갖고 전통지향적(Traditional directed type) 성향을 띠고 산다. 전 세계 디아스포라의 자민족 중심 가치관이 국제분쟁의 원인이 자주된다. 이들은 민족문제는 전쟁을 통해야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디아스포라는 경쟁과 투쟁 관계로 국제사회를 이해한다.

이들은 정치적 압력을 통한 경제활동을 추구 하기 때문에 주로 배타적 조직망을 형성한다. 거주국내에서 자기 민족 중심으로 활동하며 거주국 사회본류에 속하지 않고 게토(한인촌)를 만들어 자생문화(自生文化)를 형성한다. 이들은 거주국 시민권을 민족과 애국심을 연결해서 생각하며 거주국에서 소외계층(낮은 임금, 차별대우, 갈등의 원인)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디아스포라의 1세대는 조국지향적이나 2,3세대로 가면서 이런 현상은 희박해 지고 거주국 본류에 합류하는 숫자가 증가한다.

이에 비해 트랜스내셔널은 자기네가 살고 싶은 나라를 택해 이주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민족주의 탈피, 세계주의 신봉, 거주국 내 타민족 문화를 수용하고 그들과 공존한다. 트랜스내셔널의 민족을 초월하는 가치관은 전 인류에 대해 흥미를 갖게 하고 거주국 내에서 제3의 문화권을 형성한다.

이들은 거주국 내에서 다문화, 이중언어 체득을 위해 노력하고 종교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은 국제결혼을 수용하고 개방적 성 관념을 가지며 미래지향적, 포스트 모더니즘에 근거를 둔 내부지향적(Inner directed type) 성향을 띠고 산다. 트랜스내셔널은 종종 국제분쟁의 해결모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들은 조국에 대한 혈서적 애국심이 없고 기회가 닿으면 전쟁을 이용한 거래도 한다. 또 국제사회를 시장으로 접근해 기술과 자본을 따라 이동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 이들은 비정치적이고 효율성을 위주로 한 개방적 조직망을 형성한다.

이들은 사업이민자, 유학생, 전문인, 직장, 취미클럽, 동네모임 등을 통해 사회생활을 하며 거주국내에 타민족과 문화교류를 즐긴다. 시민권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국가에서 취득하며 민족적 소속감과는 무관하게 여긴다. 이들은 거주국의 중심세력과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룹이고 이들 중에는 전문직을 갖고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이 많다.

“디아스포라는 가난하고 트랜스내셔널은 부자다” 라는 말은 물론 많은 경우에 맞는 얘기지만 디아스포라 중 부자도 있고 트랜스내셔널 경우에 가난한 사람이 있다. 그래서 미국, 호주 등에 간 생계형 이민자들을 ‘디아스포라’라고 불러야 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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