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국경 없는 마을’ 다문화특구 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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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국경 없는 마을’ 다문화특구 지정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1.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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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곡본동, 외국계식당 활성화로 관광객 유치노려

▲ 원곡본동 거리, 경기 탓인지 썰렁한 느낌이다. 안산시는 최근 이 일대를 다문화특구로 지정해 지역경제를 활성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경없는 마을’로 불리는 안산시 원곡본동. 지난 21일 수요일, 평일인 탓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다. 상점 주인들이 지나가는 행인을 무표정하게 쳐다본다. 외국어들이 뒤섞인 간판들과 지나는 이들의 이국적인 생김새, 간간히 들려오는 낯선 언어가 원곡동의 ‘색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경기 한파의 영향은 이곳도 예외가 아닌 듯했다.

원곡본동 등록 인구의 40%가 외국인들이다. 그러나 최근 불황에 따른 실업과 불법체류자에 대한 정부의 집중단속으로 이 지역의 활력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에서는 ‘안산 다문화특구(Ansan Multi-Cultural Special Zone)’ 지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안산시는 지난 2007년 ‘국내 최대의 외국인 밀집거주 지역’인 원곡동 일대를 다문화특구로 지정해 도시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이 계획은 지난달 재공고돼 이에 따른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가 열린 것이다.

▷외국인 급증과 갈등= 원곡본동의 외국인 인구는 지난 2000년 860여명에서 지난해 1만 5천여명으로 18배나 늘었다. “주민 2명중 1명이 외국인입니다. 외국인 비율이 높은 거지요. 이에 따라 치안유지도 그렇고, 주민들 사이의 문화적 이질감도 커지고 있어요” 안산시외국인주민센터 이정민 팀장의 말이다.

다문화특구계획 공청회에 참여한 한 주민은 “쓰레기 투기 문제, 치안 문제 그리고 교육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외국인 거주자가 늘면서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원곡동은 한국이지 외국이 아니다. 외국인 거주자들이 한국의 법을 지킬 수 있도록 제대로 규제해 달라”고 말했다. 외국인이 늘면서 마을내 갈등도 심해진 것이다.

그러나 안산시의 조사 결과는 좀 다르다. 안산시는 지난달부터 이번 달에 걸쳐 원곡본동 거주민 2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여기서는 외국인에 대한 지역주민의 긍정적 인식이 62%로 나타났다. 치안불안 및 쓰레기 문제 등이 해결된다면 외국인과 더불어 살아도 좋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다문화공동체 시험대= 안산에 외국인이 급증한 것은 공단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50여개국의 ‘외국문화’도 함께 안산으로 들어왔다. 안산시는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국내 최초로 외국인지원부서를 설치한데 이어, 지난해에는 외국인주민센터를 건립했다. 최근 원곡동 다문화특구 계획도 그 후속타다. “다문화 교류의 장을 만들고 외국인 지원정책을 구현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안산시의 포부다.

안산시는 다문화특구 계획에 국제전통민속축제, 국제다문화심포지엄, 다문화원 건립, 특화거리 조성, 만남의 광장 활성화 등도 담고 있다.

안산 이주민센터 박천응 목사는 “주거환경 등 하드웨어 뿐 아니라,소프트웨어를 충실히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한다.

▷다문화 관광 마케팅= 원곡동 일대에는 외국계 식당과 상가도 150여개소에 이른다. 이들이 집단을 이루고 있어 ‘특화된 상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 식당만해도 8개국에 걸쳐 83개 업체가 문을 열고 있다. 중국 57개, 인도네시아 7개, 몽골 4개, 베트남 4개, 파키스탄 4개, 태국 3개, 네팔 3개, 우즈베키스탄 1개다. 이처럼 한 지역에서 다양한 나라의 음식을 골고루 즐길 수 있는 데가 이곳 말고는 없다.

안산시는 이같은 외국계 식당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외부 손님들의 발길을 유혹하겠다는 생각이다.
“지역특구의 개념은 경제특구와는 다릅니다. 일률적인 규제 완화가 아니라 특화된 사업에 대해 특례를 적용해 지역 특색을 살리자는 것이지요” 안산외국인주민센터 관계자는 이렇게 말하면서 “외국인 전문요리사를 고용할 때, 사증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고 체류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늘려주는 특례를 적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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