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정상붕자’ 아닌 ‘이노우에 토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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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정상붕자’ 아닌 ‘이노우에 토모코’”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9.01.23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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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 지난 14일 법무부에 ‘외국인 신분증명 제도’ 개선 권고

한국인과 결혼해 다문화 가정을 이룬 외국인의 신분증명 편의를 위한 제도개선이 추진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건)는 지난 14일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구 호적법)’에 따른 각종 증명서(가족관계증명서, 혼인관계증명서, 입양관계증명서 등)에 외국인등록번호를 기재하고,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외국인사실증명서에도 여권상의 영문성명 외에 가족관계등록 증명서에 표기된 한글성명을 함께 기재하도록 법무부에 제도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현재 대법원에서 관할하는 가족관계등록부에는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이름을 해당국 발음에 따라 한글로 표기하지만 외국인등록번호 기재난은 없는 상태”이고, “반면 법무부에서 관리하는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에는 해당국 발음이 아닌 영문으로 성명을 적도록 되어있고 외국인등록번호는 기재하고 있다”면서, “현행 증명서들로는 생년월일 외에 공통 기재사항이 없어, 외국인의 동일인 여부와 한국인과의 가족관계 입증이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민권익위에 그동안 접수된 고충민원에는 외국인 배우자가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이용할 때, 각 증명서에 나타난 외국인이 동일인인지 여부를 확인해줄 방법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례가 많았다.

일본 출신의 이노우에 토모코(INOUE TOMOKO)씨는 “약 10년 전에 온 일본사람들의 경우 당시 한자를 한국식으로 접수해 혼인관계증명서로는 부부의 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면서, “남편의 혼인관계증명서에는 배우자 ‘정상붕자’라고 기재돼 있고 자녀들의 가족증명서에는 모(母)가 ‘이노우에 토모코’로 기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운전면허증에는 ‘INOUE TOMOKO’로 영문 기재돼 있다. 내 이름은 이노우에 토모코(INOUE TOMOKO)이지 ‘정상붕자’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외국인 여성의 경우도 “신랑이 중국 출장 중인 동안 아기를 낳고 출생신고를 하러 갔더니 ‘외국인이라 안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어쩔 수 없이 시어머니께서 출생신고를 했지만, 외국인 엄마들도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인데 엄마 취급도 못 받았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권익위는 “제도개선 권고가 받아들여지면 본인의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와 가족관계등록 관련 증명서에 공통적으로 기재된 한글표기식 성명, 생년월일, 외국인 등록번호를 근거로 동일인 여부 및 가족관계를 쉽게 증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결혼이민자들이 한국국적 취득여부와는 별개로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향후에도 관계기관과 실질적인 개선방안을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