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미동포사회 어떻게 바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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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미동포사회 어떻게 바꾸나?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9.01.0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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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통관 활발해지고 동포 장바구니 가벼워져

관광 등 각 분야 교류증대로 연 200억 달러 교역


다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의회에서 인준돼 발효된 경우 재미동포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두 개의 가상 시나리오다.

‘지난해 결혼해 LA에 살던 이 씨는 그동안 미뤄왔던 새차 구입을 결심했다. 양국간 관세가 철폐되면서 눈여겨봤던 한국산 자동차 가격이 10%이상 떨어졌고 살림에 꼭 필요했던 쌀, 고추장 등 여러 생필품 가격이 한국과 차이가 없어져 살림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뉴욕에 살고 있는 김 씨는 올 설날연휴에는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한국에 다녀오려고 준비중이다. 여러 명이 한국에 다녀오려면 비행기 삯이 만만치 않았는데, FTA이후 여행업체가 늘어나 가격경쟁이 벌어져 항공권 가격이 최대 30%까지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FTA협상타결이후, 한인사회는 미 연방의원들을 대상으로 로비를 벌이는 등 의회인준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만큼 동포들의 한미 FTA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면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주로 한국과 거래하는 재미동포들이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다. 운송, 통관, 수출입 관련 무역업 등은 한국에서 오는 물건이 미국 내 공항이나 항만에 대기하는 기간이 현재 5일에서 48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통관절차가 크게 짧아지게 돼 물동량의 흐름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특히, 특급화물의 경우에 서류가 간소화돼 4시간 내 반출이 허용된다. 그만큼 한국과 거래하는 한인무역상들에게 시간과 절차상 혜택이 주어지는 셈이다.

한국산 식료품과 과일 등을 수입하는 동포들 역시 관세 폐지로 타국가 제품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시장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 한국식료품을 구입하는 한인동포들의 장바구니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중국, 중남미 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섬유, 의류업에 종사하는 한인동포들도 제품 가격인하로 저가를 무기로 한 이들 제품과의 미국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된다.

정재건 뉴욕한인경제인협회 회장은 얼마전 한 동포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미FTA가 성사되면 7,80년대 한국산 제품수입으로 재미동포 무역업계가 도약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가격 경쟁력이 생긴 한국 제품들이 대거 들어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낸 바 있다.

한인여행업계는 FTA가 발효되면 한국관광업체들의 미국 진출로 인해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져 단기적으로는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한국인이 현재보다 더 저렴한 비용으로 미국에 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서 활성화될 것이다.

또 현지업체와 한국 대형여행사 간의 짝짓기가 활발해지면 한국의 여행사는 미주시장 진출로 자산가치를 높이고, 현지업체는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세계적인 경제침체를 맞고 있는 부동산 업계역시 FTA가 시행되면 미국시장에 한국의 자본이 더 활발하게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내에서 법률, 의료 등 전문 서비스업계에 종사하는 동포들의 경우도 양국시장이 개방돼 ‘한국 진출’이라는 돌파구가 생겨 모국어와 영어가 모두 능숙한 동포들이 국내로 진출하는 일이 발생할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연초 미 달라스에서 열린 FTA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곽종무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은 “FTA를 통해 시장 확대에 따라 생산성과 경쟁에 의한 산업 효율성이 제고되어 한미 양국의 이익이 크게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은 일부 제조업을 특화하고 미국은 농업과 서비스업, 첨단 제조업이 특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한편, 양국전문가들은 FTA가 발효되면 한미 양국간 교역량이 2006년보다 약 2백억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농산물과 식료품 분야가 가장 많이 늘어나 전체 1백20억 달러가량이 증가할 것이고, 한국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은 섬유, 전자부문이 많은 혜택을 받아 80억달러 증가에 이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미FTA는 한국과 미국 사이를 더욱 가깝게 만들어 재미동포사회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