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초대석] ‘오바마의 한국계 인맥’, 풀뿌리 운동이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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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초대석] ‘오바마의 한국계 인맥’, 풀뿌리 운동이 뿌리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1.09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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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 행사하여 미국 정치에 영향력 높이는 게 과제”

“동포들 관심, ‘본국’ 선거에 쏠리면 안돼”
“오바마 행정부 각료인사, ‘아시아계의 영향력’ 돋보여”
“한국인들, 소수계로 백인 흉내 낸다고 비난받아”
“2세 민족 정체성 교육이 미래 국익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


오바마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미국내에서 소수계의 정계 진출이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계 출신들이 각료로 지명되고, 오바마의 한국계 측근들도 화제가 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온 뉴욕 한인유권자센터(http://www.kavc.org)의 행보도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오바마의 ‘인맥’인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을 본지 상임편집위원이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

▲ 뉴욕 한인유권자센터 김동석 소장
-오바마 행정부 각료로 일본계 에릭 신세키와 중국계 스티븐 추가 임명됐다. 아시아계의 영향력을 느끼게 하는데?

“에릭 신세키(Eric Shinseki) 전 미국 육군참모총장의 보훈처장관 임명은 일본계의 정치력보다는 이라크 전쟁 때 그가 보인 소신, 그리고 능력을 오바마 당선자가 높이 평가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물론 스티븐 추(Steven Chu)의 에너지장관 임명도 그의 능력과 오바마의 에너지 정책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지요”

김 소장은 “오바마 캠페인에 아시아인들이 활발하게 참가한 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 인구에서 유색인종은 26%. 남미계 12%, 흑인 10%, 아시아계 4%다. 아시아계로는 인도계가 가장 많고,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일본, 한국 순이다.

“인도계는 미국내 의료계와 미디어유통 즉 신문판매대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인도계인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가 구심축입니다. 그가 주지사로 취임한 직후 인도계 기업인들이 후원회를 열면서, 공화당 차기주자로 떠올랐습니다. ‘공화당의 오바마’로도 불립니다. 지난해 민주당 예비경선 때는 인도계 기업인들이 비행기표와 호텔 숙박료를 제공해 아시아계 활동가들을 예비선거 현장에 초청하기도 했습니다. 인도계가 아시아계를 주도한다는 인상을 오바마캠프에 강렬하게 전한 것입니다”

중국계도 만만치 않다. 김 소장의 말이 이어진다.

“이민 역사가 긴 중국계는 ‘중국인 100인 위원회’ 등 탄탄한 네트워크를 자랑합니다. 부시 행정부 8년 동안 노동부장관을 지낸 중국계 일렌 차오 여성장관을 중국계가 지원한 이야기는 유명합니다.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후원금 규모도 대단합니다. 중국인들은 정치에 대한 후원을 철저하게 투자로 인식하고 있고, 백인 정치인들도 당연히 ‘기브 앤드 테이크’로 여깁니다”

반면 일본은 국가 차원에서 자본을 퍼붓고 있다.

“일본계는 하와이를 중심으로 막강한 정치력을 자랑합니다. 미 연방의회 의원들에게 친하게 사귀고 싶은 사람을 대라면 1위가 하와이 출신의 일본계 상원의원인 다니엘 이노우에라고 합니다. 그의 도움을 받으면 워싱턴 의정생활에서 안되는 일이 없다고 합니다. 이노우에 의원은 아시아에서 일본의 주도권을 적극 주장합니다. 토요타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도 소리없이 일본 정부의 외교에 협력합니다”

-오바마 당선자 한국계 인맥이 화제인데…

“유진 강(Eugene Kang) 씨가 오바마의 최측근으로 오래전부터 관여했고, 뱃시 김(Betsy Kim) 씨도 시카고 캠프본부에서 아시안조직을 책임지고 관리했습니다. 김대용(Ryan Kim)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갑자기 오바마 캠프에 다가간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측근들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한국관련 이슈에 대해 특별히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그들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오바마는 ‘통합 리더십’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백인이든 흑인이든 적합한 인물이라면 발탁한다는 것. 한인유권자센터는 균형이란 측면에서 아시안 인재들을 적극 발탁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오바마는 임기중에 아시아계를 대법관으로 임명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아시아인들이 이번 선거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입니다”

-미국내에서 재미한인의 이미지에 변화가 있는가?

“백인들의 지배에 대항해 소수인종들이 협력하며 차별을 극복한 것이 다인종국가 미국의 역사이고, 자랑입니다. 그런데 한인동포들은 어처구니 없게도 소수계 중에서 인종편견을 갖고 있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어요. 소수계이면서 백인흉내를 낸다는 거지요. 1992년 LA 폭동이 그것을 잘 설명해줍니다. 흑인이 한인에게 화풀이한 것입니다”

유태인들은 얄밉게 취급을 당하지만, 스스로를 보호할 만큼 정치력도 갖추고 있다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유태인 변호사들의 모임이 기민하게 보호를 해줍니다. 그러나 우리 한인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게다가 영어 사용 미숙으로 타인종과의 교류가 가장 적은 커뮤니티로 고립돼 있습니다”

이 때문에 ‘세금은 미국 정부에 내고, 민원은 총영사관에 갖고 가는’ 해프닝이 생긴다는 것이다.

-한인유권자센터 활동의 성과라면?

“한인들이 정치참여에 눈을 뜨도록 했다는 점과 한인동포사회를 가장 빠르게 투표율이 증가하는 커뮤니티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센터가 활동을 시작할 때에 한인 투표율은 겨우 7%였으나, 15년이 지난 지금 평균28%에 이릅니다. 동부지역 뉴욕도시권에서는 한글로 투표서비스를 받도록 했고, 타인종 사회와 고립돼 있던 위험성도 해소했습니다. 비자면제, 미의회의 위안부결의안, 독도문제, 한국과 미국간의 동맹문제 등에서 성과를 낸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습니다”

-한인유권자센터가 모델로 하고 있는 AIPAC(유태인공공정책위원회)은 어떤 단체인가?

“미국의 시민단체이지, 이스라엘을 위한 유태인들의 단체가 아닙니다. 적어도 법적으로 그렇게 등록한 미국내 최강의 정치로비단체입니다. 워싱턴에서 이 단체의 모임이 있으면 미국 의회가 휴회를 할 정도입니다. 지난 여름 대통령선거전이 한창일 때 워싱턴에서 AIPAC 연례총회가 열렸습니다. 민주당의 오바마와 힐러리, 그리고 공화당의 존 맥케인도 그 행사에 참여했습니다. 오바마는 거기서 ‘동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것’이라고 선언해, 유태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당시 오바마를 그 행사장에 이끌고온 장본인이 이번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임명받은 라움 이매뉴엘 의원이라고 김 소장은 밝혔다.

-한글과 풍물학교 운영이 유권자센터 활동에 도움이 되는가?

“2000년 한인학생이 많은 대학에 풍물악기를 제공한 후 한인학생들 스스로 풍물 동아리를 만들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2세의 민족 정체성을 위해서 우리 전통문화를 교육하는 일이 다급한 과제입니다. 전통악기를 구입해서 제공하는 일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러한 일에 눈을 돌려주었으면 합니다”

2세의 민족 정체성 교육이 한국의 미래 이익을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는 게 김 소장의 지적이다.

“일본의 후지TV는 3년전 오바마 캠프에 3명1조의 취재팀을 붙였습니다. 2008년 선거를 겨냥한 3년짜리 프로젝트로 오바마가 당선되면서 후지TV는 대박이 났습니다. CNN도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후지TV는 자유로이 접촉하고 있습니다”

-세제(Perc) 법안에 대한 반대운동도 펼쳤는데…

“뉴저지주 세탁업계의 80%를 한인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세제로 퍼크(Perc)라는 약품을 사용하는데, 공기를 오염시킨다고 사용을 금지하려 했습니다. 대책 없이 법이 만들어지면 한인들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환경만큼이나 영세자영업 보호도 중요하다, 세탁업계에서 사용하는 양이 산업시설 사용량에 비해 5%도 안된다, 퍼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새 세탁기계를 구입하는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우리가 직접 대체법안의 초안도 만들었습니다. 에디슨시장인 한인 최준희 시장도 애를 썼습니다. 결국 주 환경청은 자영업계를 보호하고, 환경문제도 해결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냈습니다. 이에 힘입어 뉴저지주 환경청장인 리사 잭슨은 오바마로부터 연방 환경부장관으로 임명됐습니다”

-재외동포 참정권에 대한 견해는?

“미국내 인종 커뮤니티 간 정치력 신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금 재외동포들에게 본국의 참정권을 부여한다면, 미주동포들의 관심은 본국으로 쏠리게 됩니다. 미주한인들의 당면 과제는 미국에서 참정권을 행사하고, 미국의 정치에 영향력을 높이는 것입니다. 참정권 문제가 진정으로 동포사회의 전반적인 요구인가 하는 점도 되짚어 봐야 합니다. 재외동포 참정권 허용이 지금으로서는 해외 한인들의 결집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김 소장은 “재외동포 참정권 문제가 민족역량을 구축하고 발전시킨다는 측면에서가 아니라 국내의 정략적인 입장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2007년 위안부결의안을 추진할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이 역설적으로 한국내 정치인들의 참견을 막아내는 것과 한국시민단체들의 워싱턴 원정시위를 말리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미국동포들을 한국 정치논리로 관심을 끌고 그 틀 안에 묶지 않았으면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얼마전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의 정치인들과 미국정치인들이 만나는 자리를 함께 했는데, 한국의 여야 의원이 그 자리에서도 찬반 논쟁을 벌이더군요. 안에서는 다투더라도 밖에 나와서는 한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습니다”

김 소장이 새해 한국에 던지는 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