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표사기 기승, 은행도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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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수표사기 기승, 은행도 속는다
  • 이지인 재외기자
  • 승인 2008.12.3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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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신용사기가 극성을 부리는 가운데 ‘가짜수표’를 이용한 지능적인 수표 사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한인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례 1: 생활비를 줄여보자는 계획으로 룸메이트를 구한다는 글을 유학생 및 한인 1.5세들이 자주 이용하는 웹사이트 헤이코리안(heykorean.com)에 게재한 한인 장 모씨(21). 수차례 글을 올린 후 네덜란드에 살고 있다는 한 여성으로부터 “이번에 뉴욕으로 오게 되는데 방에 관심 있다”는 이메일을 받는다.

이 여성과 수차례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장 씨는 여성으로부터 뉴욕에서 인턴으로 일할 회사에서 체크를 보내줄테니 그걸 바꿔서 자신의 ‘항공 매니저’에게 보내 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수일 후인 지난 17일 여성의 얘기대로 ‘UPS 이튿날 서비스’로 체크가 장 씨 집으로 배송됐다. 미심쩍은 마음이 들긴 했지만 장 씨는 집 근처에 있는 체이스 뱅크에 가서 체크를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그러나 은행 관계자는 장 씨가 입금한 체크가 개인체크이기 때문에 바로 현금화될 수 없어 23일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말했다. 장 씨는 체크 입금 후에도 미심쩍은 마음이 없어지지 않았지만, 여성과 연락을 지속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자신이 혹시 사기를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을 떨치게 된다.

2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계좌확인을 한 그는 현재 잔고와 인출 가능한 잔고가 입금이 완료된 상태라는 메시지를 보고 재차 확인하기 위해 은행에 전화를 걸어 “체크가 취소될 수 없고, 입금이 완료됐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은행 고객 서비스 직원과의 통화를 마친 장 씨는 안심하고 은행에 가서 여성이 요청한 돈을 인출해 웨스턴 유니온에 들러 약속대로 돈을 송금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온라인으로 계좌구좌를 다시 한 번 해보니 “체크가 반환돼 계류 중”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고, 장 씨의 계좌에서는 이미 돈이 빠져나간 상태였다.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여성과의 접촉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두절되고 말았다.

▲사례 2: 불경기에 용돈이라도 벌어볼 생각이었던 한인 이 모씨(31)는 최근 크레이그스리스트(Craigslist.com)에 “한국어 과외”라는 글을 올렸다.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가 늘어나자 그중에 괜찮다 싶은 메일을 보낸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게 된다. 이 씨에게 접촉한 이 남성은 “자신은 현재 영국에 있지만, 딸이 곧 뉴욕에 공부를 하러 간다”면서 “자신의 딸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요청한다.

이 남성과 이메일을 통해 구체적인 스케줄을 논의하던 중 이 씨는 며칠 뒤 플로리다로부터 온 DHL 오버나잇 편으로 2,500달러가 넘는 개인수표를 받는다. 과외비 일부를 우선 지불하겠다는 남성은 이 씨에게 “체크를 입금한 뒤 일부를 웨스턴 유니온을 통해 자신의 여행 에이전트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한다.

뭔가 미심쩍다는 생각이 번쩍 든 이 씨. 지인에게 문의한 결과, 최근 이러한 형태의 신종사기가 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사기피해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이처럼 교묘하게 제작된 가짜수표에 속아 피해를 당하는 사례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방무역위원회(FTC)는 최근 일반인들로서는 진위여부가 식별이 안 되는 사기 수법이 늘고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사기범들은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실제로 작동되는 전화 및 팩스번호 등을 수표에 기재하는 등 그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

스티브 베이커 FTC 대변인은 “수표가 육안으로 진위를 판별할 수 없을 정도로 교묘하게 제작돼 일반인들이 속을 수밖에 없다”면서 “신용 사기범들은 일반인들을 속이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된 진짜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이들은 연방규정의 허점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보통 체크를 은행에 입금하면 은행이 이 체크를 확인하기 까지는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 수표를 예금한 뒤 본인 계좌에 돈이 입금된 것을 확인한 일반인들은 체크가 진짜라고 믿고 웨스턴 유니온(West Union) 또는 머니그램(Money Gram) 등을 통해 송금을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일주일 후 체크가 가짜임을 확인하면 은행 측에서는 계좌 주인에게 환불을 요구하게 되는 것.

FTC에 따르면 이 같은 사기로 인해 지난해 미국인들이 입은 피해액은 무려 5,500만 달러에 이른다.
FTC는 온라인상에서 “웨스턴 유니온” 또는 “머니그램” 등으로 송금을 요청하는 모든 거래의 대다수가 사기라고 간주하면 된다면서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