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벤 청소년들의 ‘갇힌’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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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벤 청소년들의 ‘갇힌’ 꿈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12.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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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 서울독립영화제서 상영

▲ 지난 11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옌볜서 촬영된 강미자 감독의 장편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가 상영됐다.

옌볜에서 촬영된 강미자 감독의 첫 번째 장편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가 지난 11일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됐다.

이날 무대 인사에서 강 감독은 “변화하는 옌볜 사회의 아픔을 직접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중국을 방문한 이지상 씨가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작성했고, 그 시나리오가 좋아서 올 여름부터 촬영에 들어가게 됐다”며, “기획은 3년 전에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당시의 어려운 상황이 현재까지도 유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 감독의 소개에 따르면 영화 <푸른 강은 흘러라>는 ‘이유가 있는 영화’이고 ‘순한 영화’이다.

두만강변에 살고 있는 주인공 숙이와 철이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공부도 잘하고 남을 도울 줄도 아는 몸과 마음이 건강한 청소년이며, 이들이 방과 후에 종종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온라인 채팅방의 이름도 ‘푸른 강’. 두만강처럼 늘 푸르게 살자는 다짐에 이들은 인사를 나눌때도 밝게 웃으며 “푸른 강!”을 외치곤 한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철이의 어머니 수연 역시, 두만강의 푸른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철이 아버지 석룡과 함께 두만강을 바라보며 비좁고 옹졸한 인간이 되지 말고 늘 푸르자고 말하기도 한 그이지만, 이주노동자로서 한국에서의 생활은 만만치 않다. 일하던 건설현장에서 사장의 비인격적 대우에 분노하며 눈물 흘리는 수연.

한국에서 수연이 고된 생활을 하고 있는 동안, 옌볜의 가족들에게도 그의 부재는 시간이 흐를수록 고통으로 다가온다. 수연이 보내온 돈과 편지만으로 안부를 전해 듣곤 하던 석룡과 철이. 그러나 어느 순간 철이는 아버지 석룡에게 어머니가 보내온 돈으로 오토바이를 사겠다는 뜻을 전하고, 숙이가 기다리고 있는 채팅방 ‘푸른 강’에도 더 이상 입장하지 않게 된다.

강 감독은 “우리네 아이들이 갇혀 있는데, 그것은 그들의 꿈도 마찬가지다”며 “골방과 무대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아이들을 탁 트여 막힌 곳이라고는 한군데도 없는 저 드넓은 대양, 바다로 데려가고 싶었다”고 이 영화의 연출 의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