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대학 첫 해외분교 설립, 언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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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대학 첫 해외분교 설립, 언제나?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12.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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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실행계획 미비속 관계기관 협조 부족으로 가시적 성과 없어

▲ 국내 일부 대학들이 해외 분교 설립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을 낳고 있다. 사진은 국내 최초의 외국교육기관 분교인 ‘네덜란드 국제물류대학(STC-Korea)’이 들어선 전남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 월드마린센터의 모습.

지난 몇 년간 각 대학들이 발표한 해외 분교 설립 계획이 미국 등 현지에 살고 있는 동포들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실제 성공 사례는 언제 나올 수 있을 지 아직 요원한 상태이다.

최근 미국 동포인 채혜영(여· 65) 씨로부터 LA근교 부지를 기부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한 고려대의 경우, 해외 거점 캠퍼스를 조성해 오는 2009년까지 한국어 교육 및 한국경제 등에 관한 최고위 과정을 개설하고 2010년에는 한국학 및 국제 NGO 전공 대학원 석사 과정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고려대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최근 본지에 “구체화된 것이 없다”고 밝혀, 향후 준비기간이 더 필요할 것임을 시사했다.

서울대의 경우도 지난해 LA분교 설립 계획을 공개하고 실무팀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실시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으나, 지난 2일 “기존에 공개되어 있는 것이 전부이며, 더 이상 구체화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달 24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 금융신청을 승인받은 파키스탄 측에 해외 분교 설립을 추진하던 한양대학교도 계획 추진을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정보통신, 기계공학 분야 등의 한양대 공대 설립에 시설 및 부지를 지원하기로 했던 파키스탄 정부의 국고가 경제위기로 동결됐기 때문이다.

한양대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그동안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 및 운행에 난점으로 존재해왔던 관계 법령이 내년 중 완화될 예정임에도, 아무래도 파키스탄에 분교를 설립하는 것은 그 시기가 늦춰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대학 측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의 미비 또는 예산 문제 등으로 실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외 분교 설립에 대해, 정부 측의 태도도 협조적이지만은 않다.

올해 간호학 및 로스쿨 등을 중심으로 LA분교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충남대의 경우, 지난 10월 17일 국정 감사에서 이 문제로 공세에 휩싸였다.

한 언론매체에 따르면 충남대에 대한 국정감사 중, 송용호 충남대 총장은 “대학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현재 관련부처에 법인 설립을 요청한 상태이고 간호학과를 중심으로 미국 현지인 특히 흑인계층 등을 상대로 교육에 나설 계획”이라고 답변한 바 있으나, 이철우 한나라당 의원은 “교육에 의한 국부 유출이 심각한 상태인 만큼 해외 분교 설립을 신중히 검토해 달라”고 말했으며, 권영길 민노당 의원 또한 “현재 서울대를 비롯해 8개 대학이 앞 다퉈 분교 설립을 검토 중인데 이는 대학의 경쟁력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해, 국내 대학들의 해외 분교 설립 계획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충남대의 LA분교 설립 문제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명지대의 경우도 지난 해 단과대학 차원에서 뉴욕에 건축대학 분교 설립을 추진하다가 규모 등 관계 법령 문제로 중단한 바 있다.

이처럼 국내 일부 대학들이 해외 분교 설립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이 일정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