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들여다보기- 5. 신연극 100주년] ‘신연극 100주년’ 맞은 국내 연극계, 어떤 작품이…?
상태바
[한국 들여다보기- 5. 신연극 100주년] ‘신연극 100주년’ 맞은 국내 연극계, 어떤 작품이…?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11.2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908년 11월 15일 공연된 이인직의 근대극 <은세계>를 기준으로 올해 한국의 신연극은 100주년을 맞았다.

일제강점기의 <이수일과 심순애> 등 신파극, ‘<인형의 집> 등 번역극을 시작으로, 전쟁과 분단을 겪으면서 사실극과 실험극 등 다양한 장르로 발전한 한국의 신연극은 오늘날에도 그 시대상을 반영하며 우리에게 여러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에 현대 한국인들의 일상 및 사회문제를 해학적으로 풀고 있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동포들에게 최근 공연되고 있는 연극 몇 편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 <바쁘다 바뻐>

▲ 바쁘다 바뻐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가 대세를 이루고, 감각적인 영상들이 넘치고 있는 근래의 경향에도 <바쁘다 바뻐(연출 이길재)>는 2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8천회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돌파하며 최근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다.

어렵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80년대 빈민 가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세태를 반영하는 탁월한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는 또 다른 힘이라 평가받고 있다.

어머니의 분주한 아침 준비로 시작되는 이 작품은 새벽 청소를 하고 돌아온 아버지의 등장으로 생동감이 더해진다. 아침을 맞으며 각자 오늘 할일과 자기소개를 하고 일터로 향하는 다양한 나이대의 가족 구성원들에게는 여러 해프닝이 일어나며, 그들은 그 속에서 의지와 희망에 비례하는 만큼 좌절과 절망을 겪기도 한다.

그럼에도 그 치열한 삶 속에 웃음을 섞고 세대 간의 오해를 융합시키는 극의 전개는, 결과적으로 관객들 자신의 가족을 따뜻하게 돌아보게 만드는 ‘감동 효과’를 낳고 있다.

지난 시간동안 공연 관람객의 30%가 청소년일 만큼, 청소년들에게 반응이 좋은 연극이기도 하다. (2007년 10월 16일~2009년 1월 4일, 대학로 ‘바쁘다바뻐’전용관)

■ <다홍치마>

▲ 다홍치마

<다홍치마(연출 박정석)>는 이 시대에 대두되고 있는 노인들의 삶과 성을 유희적 관점으로 풀어냄으로서 노인의 삶 속 질곡을 비추고 있는 작품이며, 그 가치를 인정받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예술창작 및 표현활동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백수건달인 아들 홍환과 위태로운 끈을 쥐고 사는 할머니 주귀례와 가족 없이 홀로 사는 할머니 임자실, 그리고 엄마의 가출로 홀로 남겨진 17세 발달장애인 왕용기. 이 세 사람은 그들의 인생만큼 비탈진 산동네 마을 한 지붕 아래 살고 있다.

집주인인 귀례는 아들이 훔쳐간 돈 때문에 눈엣가시로 여기는 임자실과 왕용기를 내보내지 못하고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으나, 결국 아들과의 끈이 끊어지면서 두 사람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사사건건 티격태격 하면서도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가며 삶과 사랑에 대해 가슴 찡한 수다를 나누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들의 몸과 언어를 통해 펼쳐지고 있다. (10월 16일~11월 30일, 축제소극장)

■ <용띠 위에 개띠>

▲ 용띠 위에 개띠

‘고급 폭소극’을 추구하는 <용띠 위에 개띠(연출 이도경)>는 지난 10년간 2천7백여회의 공연을 통해 26만여명이 관람할 정도로 장기간 흥행 중인 연극이다.

이 연극의 발단은 잡지사 기자인 지견숙이 취재를 위해 만화가 나용두의 작업실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처음만난 두 주인공은 TV로 야구중계를 보다가 어떤 선수의 출신교를 놓고 다투게 되는데, 이들은 누가 맞는지 내기를 하게 된다.

여기서 꼼꼼한 성격의 나용두가 덜렁대는 성격의 지견숙을 이기게 되고 나용두는 이긴 조건으로 지견숙에게 결혼할 것을 요구한다.

결국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결혼에 이르게 된 두 사람은 서로의 문화적 차이로 의견대립을 보일 때마다 또 내기를 통해 승자에게 권한을 주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곤 한다.

예를 들어, ‘얼음 위에 오래 서 있기 시합’이라든지 ‘63빌딩 한 달 전기세 맞추기’등 선택의 문제를 별나게 해결하는 두 사람의 모습에 웃다보면 어느 새, 유쾌함과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관객들의 꾸준한 후기가 장기간 작품 공연의 동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9월 5일~OPEN RUN, 이랑씨어터)

■ <밀키웨이>

▲ 밀키웨이

연극 <밀키웨이>는 영화 ‘서편제’에서 딸의 눈을 멀게 한 소리꾼 유봉 역으로 열연한 배우이자, 전 문화부 장관 김명곤 씨가 본업인 연극으로 돌아와 연출한 작품이라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극은 2차 세계대전 이후의 독일을 소재로 하고 있는 비트링거의 작품 <은하수를 아시나요?>를 번안해, 월남전에 참전 후 실종됐던 한 한국 청년의 순수함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18세가 될 때까지 누워서 생활한 하반신 마비 환자였던 주인공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었던 유일한 통로는 책과 그의 아버지가 데려다 주는 이웃 사람들과의 대화. 그러나 기적처럼 다리가 낫게 된 주인공은 이년 뒤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고 그곳에서 참혹한 전쟁과 포로 생활을 겪은 후 귀향한다.

어렵사리 돌아온 청년의 앞에 놓여진 것은 전사자로 처리된 서류. 그는 그 오류를 바로잡을 수 없는 현실로 인해 떠돌이 신세로 전락하고 결국에는 정신병동에 입원까지 하게 된다.

정신적으로는 성인이지만 도덕적 개념 세계에서는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영혼을 가진 한 인간이 생존이라는 현실과 부딪혔을 때 어떤 일을 당하고 또 어떤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지에 대한 질문이 연극 속에 담겨 있다. (11월 7일~2009년 1월 4일, 두레홀)

■ <늘근도둑 이야기>

▲ 늘근도둑 이야기

지난 1월 4일부터 공연이 시작된 <늘근도둑 이야기(연출 이상우)>는 매회 전석 매진 및 올해 상반기 연극티켓 판매 1위를 기록하며 현재 3차 앵콜 공연에 돌입했다.

사회에서보다 형무소에서 더 오랜 세월을 살아 온 두 늙은 도둑이 노후대책을 위해 ‘마지막 한탕’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는 작품으로, 영화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연극연출을 맞아 현 시대상을 날카롭게 직시하고, 그 속에서 풍자와 해학의 묘미를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감옥에서 특사로 풀려나온 두 늙은 도둑이 몰래 숨어 든 곳은 바로 ‘그 분’의 미술관. ‘그 분’은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엄청난 권위를 자랑하는 분으로서 그의 집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이 소장돼 있다. 그러나 작품들의 가치를 모르는 두 도둑은 ‘그 분’의 금고만을 찾고 그것을 털 시간만을 기다리며 끊임없이 툭탁 거리다가 결국 경비견에게 잡히고 만다.

두 도둑을 맡은 수사관은 투철한 사명감으로 있지도 않은 범행 배후와 사상적 배경을 밝혀내려고 하지만, 아무것도 한 일 없는 그들의 막막한 변명이 뒤 섞이면서 코믹 연극의 절정을 이룬다. (8월 8일~OPEN RUN, 원더스페이스 동그라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