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송교수 구속영장 심사 신중해야
상태바
<연합시론> 송교수 구속영장 심사 신중해야
  • dongpo
  • 승인 2003.10.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검찰이 재독 사회학자 송두율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했다. 그가 37년만에 고국에 돌아와 공안당국의 강도높은 수사를 받아온 지 꼭 한달만이다. 원칙적인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검찰이 판단했다고 한다. 입국후 송교수는 노동당 가입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매카시즘의 표적이 되기도 했지만 수차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대한민국 실정법을 준수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의 고충을  넘겨받게된 법원이 영장 실질심사 과정에서 신중히 판단해 불구속 수사 원칙의 정신이  살아나기를 기대한다.


    검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개전의 정이 없으며,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영장을 청구했다. 과연 설득력이 있는가. 송교수는 국가정보원에 이어  검찰의 조사에 자진 출두형식으로 응해 대체로 협조했다고 한다. 이미 체포영장과 출국정지 조치가 내려진 마당에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고 봐야 할까. 개정의 정이 없다고 했지만 그는 기자회견과 성명서 등을 통해 여러차례 공개 사과하고 노동당  탈당 의사를 밝혔다. 물론 사안이 중차대하다. 수십년전 냉전시대의  잣대로  재단했다면 그는 벌써 간첩죄로 엮어져 영창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된 시대정신은 퇴영보다는 진보 편이라고 본다. 송교수뿐만 아니라 사법 당국과 국민  각자도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셈이다.


     그가 노동당을 탈당하고 우리 국법 준수를 서약한 것은 사실상 대한민국  체제를 선택하고 전향의사를 밝힌 셈이다. 사상전향제도가 유엔인권규약에 어긋나는데도 검찰이 공개적으로 전향서를 요구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본다. 검찰은 송교수가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선임됐었다는 혐의에  초점을  맞춰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간부 기타 지도적 임무 종사자' 조항을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한다.  송교수측은 "법원의 판단을 받을지언정 후보위원 선임은 사실이  아니어서 시인이나 반성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이 사안을 법테두리에서 최대한 관대하게 처리할 경우 과거의 유사 공안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했을 수 있다. 그 고민이 법원의 판단으로 넘겨졌다. 어두웠던 과거로 되돌아갈 것인가, 바람직한 미래와 손잡을 것인가. 사법부가 분수령에 서게 됐다. 검찰도 "영장이 무조건 구속기소로 이어지는 법은 없다"며 불구속  기소나 기소유예까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송교수가 한국적 복귀를 희망했으나  아직은 독일 국적인 점 등 이 사안은 국제적 특수성도 갖고 있다. 때마침 독일 신문이 `서울에 지금 매카시가 살아서 활동한다'면서 우리 정보기관과 야당, 언론 등을  비판했다. 송교수를 시국사범으로 계속 묶기보다는 학문 토론 광장으로 풀어내는 것이 대외 이미지와 국익에도 이롭다고 본다.
2003년 10월 13일
(끝)